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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 “의족 선수, 올림픽 육상 출전 불가”

‘의족 스프린터’ 블레이크 리퍼 출전 불허
“의족이 경기력 향상, 불공정 경쟁” 판결

블레이크 리퍼가 지난해 7월 28일(한국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미국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에 출전해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AP뉴시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의족 스프린터’ 블레이크 리퍼(31·미국)의 도쿄올림픽 출전을 불허했다. 의족이 경기력을 향상한다는 판단에서다. 의족으로 장애를 극복한 선수와 세계육상연맹 사이의 오랜 갈등에 방점을 찍은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CAS는 27일(한국시간) “리퍼의 의족은 경기력에 도움을 준다. 의족을 사용하지 않는 다른 선수의 상황을 고려하면 공정한 경쟁으로 볼 수 없다”며 “리퍼가 사용하는 의족으로 올림픽과 세계육상연맹 주관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CAS는 스포츠 관련 분쟁을 다루는 독립법원이다. CAS의 판결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육상연맹 등 33개 종목 단체의 결정에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도핑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하는 판결을 내린 기구도 CAS였다. 리퍼의 도쿄올림픽 출전은 CAS의 이번 판결로 좌절됐다.

리퍼는 태어날 때부터 짧았던 두 다리에 의족을 부착하고 육상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이미 패럴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획득했다. 2012 런던패럴림픽 남자 400m 은메달, 200m 동메달을 차지했다. 리퍼의 400m 최고 기록은 44초30. 이는 세계육상연맹에서 공인된 올해 같은 부문 1위 기록인 44초91을 뛰어넘는 성적이다.

리퍼의 시선은 패럴림픽에서 올림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세계육상연맹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세계육상연맹은 리퍼의 키가 의족을 부착하면 상·하체로 추정한 것보다 15㎝나 커지고, 의족 자체로 경기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이유로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을 불허했다. 이에 리퍼는 세계육상연맹을 CAS에 제소했지만, 허락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의족을 사용하는 선수와 세계육상연맹의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불거져 왔다. 대표적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 국가대표로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34)가 있다.

피스토리우스는 2008년부터 세계육상연맹을 상대로 벌인 법정 다툼에서 승리해 런던올림픽 남자 400m와 1600m에 출전했다.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그의 질주는 여러 장애인 육상 선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리퍼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피스토리우스를 제외하면 의족을 부착하고 올림픽 트랙을 질주한 선수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CAS는 세계육상연맹을 향해서도 “장애인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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