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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주민 제압하다 숨지게 한 70대, ‘무죄’ 이유는…

법원, 폭력성 강한 이웃의 흉기 난동에 자기 지킨 ‘방위 행위’ 인정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고스톱판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던 동네 주민을 제압하다 질식으로 숨지게 한 7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자신과 아내를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가 인정돼서다.

27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폭행치사 및 도박 혐의로 기소된 A씨(7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3일 오후 2시부터 서귀포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동네 사람들과 함께 점당 1000원에 판당 최고 3만원으로 한도를 정한 채 고스톱을 쳤다. 판돈은 각자 5만원 정도로, 사행성이 큰 도박이라고 하긴 어려운 수준의 놀이였다.

사건은 이튿날 새벽 고스톱판에서 돈을 잃은 B씨(76)가 싸움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흥분한 B씨는 말다툼 끝에 길이가 19.5㎝에 이르는 흉기를 A씨의 복부에 들이댔다. 놀이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때 A씨의 아내가 B씨의 손을 잡아 흉기를 빼앗았다. 아내의 도움을 받은 A씨는 B씨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목을 무릎으로 누른 상태에서 112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약 10분간 목이 눌려 있던 B씨는 질식으로 숨졌다.

폭행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정당방위와 면책적 과잉방위를 주장했다. 숨진 B씨가 평소에도 술을 마시고 흉기를 휘둘렀던 전력이 있어 적극적으로 제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B씨는 제압당한 상태에서도 “A씨를 죽이겠다”며 몸부림을 쳤던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B씨는 과거에 24차례 형사처분을 받았으며, 술을 먹고 마을 사람들과 자신의 동거녀에게 행패를 부리는 일이 잦았다. 2004년에는 초등학생 2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도 있었다.

재판부는 이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눌러 제압해 결과적으로 생명을 침해하긴 했지만, 자신과 아내를 지키기 위한 방위 의사에 의한 것이지 피해자의 죽음이라는 결과를 예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이 같은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해 범죄가 되지 않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김수련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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