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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34평 4500만원 ‘보유세 폭탄’… “중저가 1주택은 경감”

국토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안 발표

당정, 중저가 1주택자 재산세 경감 논의


정부·여당이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재산세를 최대 50%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최근 전세대란으로 들끓고 있는 수도권 민심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정부는 2030년까지 모든 공동주택(아파트)의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시세 15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의 5년 뒤 보유세 부담은 현재의 4~5배 정도로 급등하고 중저가 아파트 역시 보유세 부담 상승이 예상된다. 공시가격 현실화가 되면 여당이 내세운 재산세 인하 대책의 수혜 대상도 줄어든다는 점에서 ‘병 주고 약 주는 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정부와 협의해 중저가 1주택을 보유한 서민과 중산층에 대해 재산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중저가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재산세를 최대 50%까지 감면하고, 재산세 인하 기준 주택가액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르면 29일 당정 협의에서 중저가 1가구 1주택자 재산세 감경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연구용역을 맡은 국토연구원과 조세재정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은 이날 공시가격의 목표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80%와 90%, 100%로 하는 3가지 안(案)을 정부에 제시했다. 이 가운데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것은 90% 안이다. 그동안 주택 공시가격이 시세와 지나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자산에 대한 제대로 된 과세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았다.

90% 안에 따르면 15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는 현실화율이 현재 75.3%에서 2025년이면 90%에 도달한다. 반면 현재 68.1% 수준인 9억 미만 아파트의 현실화율은 2030년에야 90%에 도달한다.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을 더 높이는 쪽으로 안배한 것이다.

신한은행 우병탁 세무사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90%를 전제로 고가아파트 보유자의 세 부담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지난해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전용면적 84㎡)를 가진 A씨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794만5872원 냈다. 그러나 2025년 A씨의 보유세는 총 4503만4127원에 달한다.


정부가 올해 다주택자 종부세 세율을 최대 6%까지 올린 상황에서 공시가격 급등까지 겹치면 고가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폭탄’ 수준이 된다. 공청회에 참석한 법무법인 세양 김광훈 변호사는 “급격한 공시가격 상승은 국민의 신뢰를 박탈하고 조세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의 조치는 부유층에 대한 중과세 추세는 이어가되 중산층 이하 서민의 보유세 부담은 낮춰주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세 부담을 지나치게 양극화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민심 달래기는 이해가 되지만,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방에서는 9억원 미만 주택이 대다수란 점에서 지방 세수 악화 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와 재산세 경감 수혜 방안이 서로 상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당의 방안은 선거용 생색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이종선 기자, 강준구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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