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개혁은 실패…정치인 거기서 거기구나 느껴”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던 현직 검사가 “검찰 개혁은 근본부터 실패했다”며 강도 높은 비판글을 남겼다.

이환우(43·사법연수원 39기) 제주지검 검사는 28일 오전 검찰 내부망에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검사는 “검찰 개혁에 대한 일선 검사로서의 소회를 말씀드린다”며 “내년부터 시행될 수사권 조정, 앞으로 설치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많은 시스템 변화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은 그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아니, 깊이 절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역시 정치인들은 다 거기서 거기로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정치를 혐오하게 됐다”고도 말했다.

이 검사는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이 검사는 또 “이미 시그널은 충분하고, 넘친다”며 “이로 인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 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정권이 선한 권력인지 부당한 권력인지는 제가 평가할 바가 못된다”면서 “다만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썼다.

그러면서 “먼 훗날 부당한 권력이 검찰 장악을 시도하면서 2020년 법무부 장관이 행했던 그 많은 선례들을 교묘히 들먹이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법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글을 맺었다.

이 검사의 비판은 지난 22일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사의를 밝힌 박순철(56·24기) 전 서울남부지검장의 글과 같은 선상에 있다. 지난 21일에는 정희도(54·31기) 청주지검 부장검사가 “진정한 검찰 개혁을 위해 앞으로는 현역 정치인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며 추 장관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 검사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서 “피의자(박근혜 전 대통령)가 수차례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수사를 하는 게 우리의 법과 원칙”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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