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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예술극장 화재 등 악재 잇따르는 공연계

명동예술극장 화재로 공연 중단… 뮤지컬 ‘고스트’는 잇따라 무대장비 고장
연극 ‘이퀄’은 제작사 대표 잠적으로 조기 폐막

28일 찾은 서울 명동예술극장 1층 내부 전경. 곳곳에 화재 흔적이 보인다. 권현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음하는 공연계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극장 화재에 무대장비 고장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흉흉한 분위기다.

서울 명동예술극장은 27일 오후 11시26분쯤 불이 나 직원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불은 소방인력 100여명이 투입돼 약 1시간30분이 지난 다음 날 오전 0시55분에야 완전히 꺼졌다. 소방당국은 현재 불씨가 4층(객석 기준 3층) 로비 창고 천장 안쪽 전기 문제로 발생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명동예술극장은 한국 연극사를 대표하는 공연장이다. 서울시는 1936년 ‘명치좌’라는 이름으로 개관해 한국문화예술을 선도한 공간인 명동예술극장을 ‘10월의 미래유산’으로 최근 선정한 바 있다.

이번 화재로 건물면적 45㎡와 전기설비 등 곳곳이 불탔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명동예술극장에 있던 건물 시설관리 인력 2명은 화재를 인지하고 신속하게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은 인기리에 상연 중이던 연극 ‘스카팽’의 정기 휴일로 관객들이 없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국립극단 직원들도 용산구 국립극단 사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7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권현구 기자


문제는 지난 9월 말 재개관해 기지개를 켜던 공연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개막한 ‘스카팽’은 전 회차 전석 매진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의 대표작으로 신나는 노래와 재기발랄한 마임이 곁들여져 지난해 초연 때부터 큰 화제를 모았었다.

그런데 이번 화재로 다음 달 15일까지 예정됐던 공연을 27일부터 2주 만에 조기 폐막하게 됐다. 극장이 일반 건물보다 불과 물에 더 취약한 구조여서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1시간 넘게 물이 뿌려진 현재 명동예술극장은 무대 전기 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무대가 직접적으로 불타지는 않았지만 극장 곳곳도 그을렸다. 앞선 2007년에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큰불이 나 1년여간 폐관했었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전기 문제 등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려면 며칠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화재를 국립극단 자체 귀책 사유로 보고 소비자보호법 규정에 따라 표마다 110% 환급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로 다음 달 27일 개막하는 차기작 ‘햄릿’ 개막 여부도 덩달아 불투명해졌다.


연극 '스카팽'의 한 장면. 국립극단 제공


공연계 사고는 국립극단만이 아니다.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고스트’는 무대장비 고장으로 열흘 동안 두 번이나 공연에 차질을 빚었다. 27일 2막 공연에서 심령술사 오다메 점집 무대에 부착된 LED가 말썽을 일으켜 15분간 극이 중단됐다. 지난 18일에는 케이블 파손으로 공연을 아예 멈추고 관람료를 환급해줬다. 거듭된 문제로 관객 원성이 커지자 오다메 역 배우 최정원이 27일 커튼콜에서 “공연이 순조롭지 못해 죄송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연극 ‘이퀄’은 제작사 대표의 잠적으로 공연을 조기 폐막하기로 했다. ‘이퀄’은 26일 SNS에 “현재 스탠바이컴퍼니 대표가 약 일주일 동안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으로 공지를 해 관객 여러분에게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무대를 총괄하는 제작사 대표가 돌연 자취를 감추면서 ‘이퀄’은 현재 출연진 출연료도 미지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연계 안팎에서는 화재와 잇따른 인재에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코로나19에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어서다. 공연계 9월 총매출액은 7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9월 매출액인 233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토막 수준이다. 특히 민간 공연에도 ‘객석 띄어 앉기’가 의무화된 8월 중순부터는 그야말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27일에는 올해로 창간 20주년을 맞은 뮤지컬 월간지 ‘더 뮤지컬’이 12월호를 마지막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강경루 박민지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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