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끼고 버리고 째고… “전국 쓰레기산 처리비만 1천억” [이슈&탐사]

[값싼 쓰레기정책의 역습] ③쓰레기산의 비밀

왼쪽은 2만톤 분량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파주 장곡리 쓰레기산의 모습. 오른쪽은 환경부가 전수 조사한 전국 쓰레기산의 위치를 구글맵에 나타낸 것이다.

파주삼릉은 조선시대 왕릉이다. 한명회의 두 딸인 예종, 성종의 원비(元妃)와 21대 영조 맏아들 효창세자가 묻혔다. 2009년 6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런데 그곳에서 동쪽으로 직선거리 1㎞를 내려가 보면 온갖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는 곳이 나온다. 환경부 추산 2만t 분량의 불법 폐기물, 일명 ‘쓰레기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연내 처리를 지시했던 곳 중 하나다.

지난 20일 해당 지역을 찾아갔다. 경기도 파주 장곡리 쓰레기산은 공단 안쪽 사유지에 있었다. 98번 지방도에서 불과 10m 떨어졌고, 펜스로 둘러놔 밖에서는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입구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런데 문틈 사이로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보였다. 폐합성섬유부터 비닐, 플라스틱, 고무, 가죽까지 온갖 것들이 뒤엉켜 있었다. 대통령 지시에도 이곳 쓰레기는 아직 그대로다. 문을 두드리자 토지주가 고용한 관리인이 나와 “재활용업을 한다기에 땅을 빌려준 것뿐”이라고 말한 뒤 돌아갔다.

물론 지자체는 투기범들에게 쓰레기를 치우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투기범들은 이미 수익을 빼돌려 무일푼 상태로 교도소에 있다. 치울 여력이 안 된다며 버티는 중이다. 이들은 조직폭력배가 낀 전문 폐기물 투기 브로커 세력이었다.

지자체는 토지 소유주에게도 같은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당사자는 “내가 버린 게 아닌데 왜 치워야 하느냐”며 행정명령 취소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소송 중에는 지자체가 자력으로 치우고 추후 비용을 청구하는 행정대집행 진행이 불가능하다.

파주시청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나쁜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이지만 법상 토지 소유주도 책임을 지게 돼 있다. 버린 사람들에게 명령해도 치울 수 있는 상황이 전혀 못 된다”고 말했다. 이곳 쓰레기산을 치우는 데는 3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산됐다.

환경부가 지난해부터 확인한 전국 쓰레기산은 356곳 152만1494t 분량(지난 8월 말 기준)이다. 이 같은 폐기물 불법 투기는 엄단하는 게 맞다. 그런데 좀체 줄지 않는다. 자고 나면 새로 쓰레기산이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불법 투기 부추기는 왜곡된 구조
지난 20일 방문한 경기도 파주 장곡리 쓰레기산 모습. 높은 울타리를 둘러놔 안이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불법 쓰레기산의 탄생을 위태로운 자원순환 시스템의 결과물로 봤다. 폐기물 순환의 마지막 과정은 소각 또는 매립 등의 ‘처리’다. 재활용이 안 되는 폐기물은 최종적으로 태우고, 잔재물을 땅에 묻는다. 소각 없이 바로 매립되는 폐기물도 있다. 그런데 최근 소각장과 매립지가 사실상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 폐기물은 매년 급증하고 있고, 중간단계의 재활용 수거 및 선별 역량 등은 떨어진 상태여서 처리해야 할 폐기물이 더 쌓이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돼 있다(국민일보 10월 22일 28일 1면 등 참조).

당연히 처리 비용이 뛴다. 2018년 18만6000원이었던 톤당 소각 비용은 지난해 26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뛰었다. 폐기물 품질이 좋았을 때가 이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 같이 태우기 어려운 게 섞여 있으면 30만~40만원을 줘도 소각장에서 안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런 폐기물은 매립장으로 가야 하는데 매립비용은 8만원에서 14만원으로 75% 증가했다. 올해는 소각과 매립 비용이 더 비싸졌다. 그 틈을 파고든 게 브로커들이다. “싸게 처리해 주겠다.”

정상 처리비용은 1㎏당 180~190원 하는데, 장곡리 브로커들은 100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80~90원 정도의 마진이 생긴다.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재활용 업자로선 톤당 8만~9만원, 2만t이면 16억~18억원을 아낄 수 있으니 구미가 당긴다. 거래를 용인하는 순간 브로커 일당은 순식간에 2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폐기물을 내버릴 땅이나 공장을 빌리고, 이를 실어 나를 트럭 기사를 고용해도 남는 액수가 크다.

검찰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정식 처리비용의 50~60%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폐합성수지류 혼합 폐기물의 정상 처리비용이 25t 트럭 1대당 300만원인데 150만원을 받고 투기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재활용 업체들 입장에선 폐기물 정상 처리비용이 커질수록 불법 투기세력과의 결탁 유혹은 커진다. 거꾸로 마진이 크면 클수록 불법 투기세력의 범죄수익이 높아진다.

내부자들의 공모
전국 불법 쓰레기 산 위치를 나타낸 지도. 환경부가 적발한 내역을 바탕으로 국민일보가 제작했다. 빨간색 점은 불법 투기된 쓰레기산, 파란색 점은 방치된 쓰레기산, 초록색 점은 수출된 쓰레기산을 나타낸다.

국민일보는 쓰레기산이 형성되는 구조를 살펴보기 위해 대법원 인터넷 열람 서비스에 올라온 폐기물관리법 위반 사건 중 지난해 1월 이후 확정판결이 난 55건 판결문을 전수 분석했다. 불법 투기는 대부분 브로커가 낀 집단 범죄 형태로 나타났다.

투기꾼은 대체로 역할 분담을 위한 4~5명 정도의 공범이 필요했다. 일명 ‘선수’로 불리는 브로커 집단 리더는 쓰레기를 투기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폐기물 처리에 곤란을 겪고 있는 업체들에 접촉을 시도해 파격적인 단가를 제시한다. 이들은 이후 폐기물 처리 자격을 갖춘 바지사장 1명을 물색해 그의 명의로 투기 장소를 임대한다. 장소는 대개 밭이나 산지, 공장들이 모여 있는 인적 드문 곳이다. 토지주는 놀고 있는 땅을 적당한 가격에 임대한다고 하니 큰 의심 없이 땅을 빌려주게 된다.

폐기물을 운반할 트럭 기사, 임대 토지에 상주할 부지관리인도 섭외된다. 부지에 담장 설치가 완료되면 곧 야밤 투기가 이뤄진다. 장곡리 브로커들은 트럭 기사에게 “폐기물을 옮겨주면 30만원을 주겠다. 불법이라 주변을 경계하고 라이트도 끈 상태에서 작업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불법 투기는 폐기물 선별업체, 폐기물 재활용 업체, 이들과 거래했던 운반업자 등 폐기물 업계 내부자들이 자연스레 공범이 되는 구조였다. 이는 업계 내부자들 사이에서 불법 투기가 돈 되는 일이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기도의 한 재활용 업체 관계자는 “폐기물이 좀 쌓이는가 싶으면 브로커들이 귀신같이 연락해 온다”고 말했다.

55건 사례에서 브로커가 받은 최대 형량은 징역 3년 6개월이었다. 벌금은 수백만원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거래가 현금으로 이뤄지고, 불법 투기는 대체로 뒤늦게 발견돼 범죄자들은 검거 당시 수익을 이미 빼돌린 경우가 많았다. 범죄 수익 추징이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였다.

찾아내도 사라지지 않는 쓰레기산

쓰레기산은 방치 형태로도 나타난다. 폐기물 관련 업체가 자신의 업장에 수년간 계속 쌓아만 두는 경우다. 환경부가 지난해 2월 조사한 전국 쓰레기산 235곳 중 방치형은 55곳이다. 지난 8월 기준 새로 생긴 쓰레기산 127곳 중 23곳도 방치였다.

처리가 어려워 폐기물을 쌓아둔 업장엔 행정명령이 내려지는데, 이 역시 불법 투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국립 운악산자연휴양림 인근의 쓰레기산 사례가 그렇다.

지난 20일 운악산 인근에 남아있는 쓰레기 더미

운악산자연휴양림 정문 남쪽 길을 따라 1.5㎞를 내려가면 300t 분량의 쓰레기 언덕이 만들어져 있다. 이곳엔 본래 4500t 분량의 불법 폐기물이 있었는데 포천시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4200t 가량을 처리했다. 환경부는 이 쓰레기산을 모두 처리했다고 지난달 국회에 보고했지만, 지난 20일 방문했을 땐 콘크리트와 비닐, 쇠파이프, 전선, 플라스틱 호스 등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쓰레기산을 가려온 부지 외부의 검은 차양도 그대로였다.

포천시청 환경지도과 관계자는 “남아있는 쓰레기들은 부피가 커 소각장에서 받아주지 않았다”며 “곧 업체를 선정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천시는 폐기물 4200t을 처리하는 데만 12억5000만원 정도를 썼다.

이곳 투기범은 남양주시에서 폐기물 재활용 업체를 운영하는 A씨였다. 폐기물이 허용 범위를 넘어서자 지자체는 2017년 10월 A씨에게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는 그해 11월 운악산 기슭의 한 부지 소유주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폐기물을 옮겼다. 토지 매매 계약은 2억4000만원이었는데, A씨는 계약금과 중도금 9000만원만 지급한 상태에서 쓰레기를 옮겼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폐기물을 보낼 데가 없다 보니 업장에 쌓아두게 되고 의도와 다르게 방치 폐기물 사업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브로커들은 폐기물 상태를 가리지 않고 싼값에 처리해주겠다고 하니 업주 입장에서 끝까지 내몰리면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 불법 투기 업체는 60곳이었는데 2018년에는 92곳, 2019년 123곳으로 수직상승했다. 박완주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폐기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인원은 2015년 789명, 2016년 1067명, 2017년 1359명, 2018년 1297명, 2019년 1862명으로 조사됐다. 4년 만에 2배 이상 상승이다.

세금으로 치우는 쓰레기산

송 의원실에 따르면 각 지자체가 행정대집행을 통해 처리 중인 쓰레기산은 전국 96곳, 85만3676t에 달한다. 경북 의성 쓰레기산 4개 반 분량이다. 이중 16만8808t에 대해 구상권이 청구됐는데, 가액만 127억7000만원이다. 구상권 청구 대금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불법 쓰레기를 치우는데 최소 645억8000만원 정도의 세금이 사라진다.

그런데 현장에선 구상권 대금을 받아내는 데 회의적인 전망이 많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행정대집행을 진행했다는 것은 애초 쓰레기를 버린 행위자, 토지 소유주 모두 치울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얘기여서 징수할 수 없을 것”이라며 “85만3676t을 전부 행정대집행으로 치운다고 했을 경우 처리 비용이 1000억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폐기물 담당자는 “브로커들은 땅을 임대받은 뒤 처음엔 임대료를 잘 주다가 순식간에 쓰레기를 쌓아놓고 ‘째’버린다”며 “토지 소유주가 개인일 경우 수억에서 수십억에 달하는 처리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 한순간에 파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한 경우 자살할 거 같아 건드리지도 못하는 토지주 분들이 있다”면서도 “지자체는 재량이 없어서, 죄가 없어도 법에 따라 똑같이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운악산 토지주도 “단순히 재활용업을 한다는 얘기만 들었지 불법 투기인 줄은 몰랐다”고 항변했다. 반면 투기범 A씨는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7월 징역 2년형이 확정돼 감옥에 있다. 포천시청 관계자는 “A씨는 재산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토지 소유주는 돈을 낼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에서는 2만2000t가량의 불법 폐기물을 행정대집행으로 처리했는데 비용이 50억원 상당에 달했다. 해당 부지를 제공한 건 지역의 철강업체다. 해당 지자체 관계자는 “대기업도 아니고 지역 업체 입장에서 50억원을 맞으면 회사가 공중분해 돼 부도가 날 상황이다. 당장 해결방법이 없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업체 입장에선 날벼락을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쓰레기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다른 지자체 폐기물 담당자는 쓰레기산을 치울 업체와 계약을 하면서도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제일 확실한 건 폐기물이 소각장이나 매립지로 직행하는 것인데 이런 곳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재활용할 수 있는 게 조금이라도 섞여 있으면 받아주지도 않는다”며 “그럼 다시 재활용 업체에 맡기는데 여기서부터 ‘또 다른 지역에 쌓아놓는 건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든다”고 했다.

한 재활용 업체 관계자는 “그렇게 치워봤자 이 쓰레기는 다른 데에 투기돼 또 쓰레기산을 만들 우려가 크다. 온전히 처리될 때까지 세금으로 전국을 돌아다닐 것”이라며 “소각장, 매립지를 추가로 지어서 최근 엄청나게 오른 처리 단가를 확 낮추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파주, 포천=문동성 기자, 전웅빈 임주언 박세원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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