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맹비난한 北…“오죽하면 미국산 삽살개라고 할까”


북한이 ‘미국산 삽살개’ 등 원색적 언어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최근 미국 방문을 맹비난했다. 지난 6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 이후 대남 비난을 자제해온 북한이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서 실장을 직접 겨냥한 것은 이례적이다. 서 실장을 필두로 한 새 외교안보라인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한편 다음 달 미국 대선 이후 우리 정부의 대미 정책에 영향을 끼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은 14일(현지시간) 국가안보회의(NSC) 트위터를 통해 서 실장과 백악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후 "오늘 친구이자 동료인 서 실장을 만나 반가웠다"고 면담 사실을 알렸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동서남북도 모르고 돌아치다가는 한 치의 앞길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3일 있었던 서 실장의 방미를 거론하며 “남조선(남한)의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이란 자가 비밀리에 미국을 행각해 구접스럽게(지저분하게) 놀아댔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서 실장을 비난한 것은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특히 당시 기자회견에서 서 실장이 “남북 관계는 단순히 남북만의 관계라고 할 수 없다” “남북 관계는 미국 등 주변국들과 서로 의논하고 협의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밝힌 것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얼빠진 나발까지 늘어놨다”고 비아냥댔다.

그러면서 이런 발언은 6·15 남북공동선언, 10·4 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부정이고 배신이며 노골적인 우롱”이라며 “오죽하면 세인들 속에서 ‘뼈속까지 친미의식에 쩌들어있는 미국산 삽살개’라는 야유가 울려나왔겠는가”라고 조롱했다. 이어 “민족의 운명을 외세의 농락물로 섬겨 바치려 드는 자들의 앞길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경고했다.

약 4개월간 우리 정부를 향한 ‘말 폭탄’을 쏟아내지 않던 북한이 돌연 서 실장을 콕 집어 비난한 것은 지난 7월 새로 출범한 외교안보라인(서 실장·이인영 통일부 장관·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실망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교안보라인을 바꿨는데도 남북은 물론 북·미 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데 마침내 불만을 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 전문가 ‘트로이카 체제’로 남북 및 북·미 관계 진전을 내심 기대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얘기다.

미 대선 이후 우리 정부의 대미 정책 방향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11월 3일 이후 정국이 불확실한 와중에 남북 간 할 일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향후 북·미 관계에서도 우리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서 실장 실명은 거론하지 않은 채 일반 주민들이 볼 수 없는 조선중앙통신에 ‘리경주’라는 개인필명으로 기사를 내며 수위 조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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