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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마음먹고 한 ‘능청’ 연기, 성격도 달라지더라”

오는 4일 개봉 ‘도굴’서 천재 도굴꾼 동구 역
“생각지도 못한 표정·몸짓에 나도 놀라”

영화 '도굴'의 배우 이제훈.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는 4일 개봉하는 범죄 오락 영화 ‘도굴’은 익숙한 케이퍼(강탈) 무비 인상을 풍긴다. 등장인물들이 고구려 고분벽화와 백제 금동불상 같은 진귀한 유물을 땅에서 파내 빼돌리는 과정이 모험극처럼 펼쳐진다. 요약하면 한국판 ‘인디아나 존스’인 셈이다.

영화에서 ‘새롭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극을 끌고 나가는 배우 이제훈이다. 그는 전작들에서 다소 무게감 있었던 이미지를 훌훌 털어버리고 능청스럽고 촐랑거리는 연기를 시종일관 맞춤옷을 입은 듯 선보인다.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제훈은 “평소 성격과 정반대여서 고민했는데 신나는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표정과 몸짓들이 나오더라”며 “영화를 보며 놀랐다”고 떠올렸다.

이제훈이 ‘도굴’에서 맡은 역할은 도굴꾼 집단 리더 동구다. 흙 맛만 봐도 지하에 묻힌 보물을 찾아내는 천재로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와 함께 위험한 거래에 뛰어든다. 고미술품을 불법 수집하는 대기업 회장의 엘리트 큐레이터 윤 실장(신혜선)의 제안을 받아서다.

동구가 이끄는 도굴꾼들의 최종 타깃은 바로 ‘선릉’이다. 이 설정이 특히 새로웠다는 이제훈은 “강남구 한복판의 선릉은 누구나 스쳐 가는 공간인데 지금까지 그 안에 유물이 있을 수 있다는 상상을 왜 못했을까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훔치는 영화는 많지만, 땅을 파고 들어가서 매력 있는 영화다.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느낌이라 많은 아시아 관객이 흥미로워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선 작품에서 장르나 메시지에 몰두해왔던 이제훈이 무게를 덜고 능청스럽게 연기한 동구는 매력적이다. 호기심에 시작한 ‘도굴‘은 이제훈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성격도 달라졌다.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 얘기해도 주로 경청하는 편”이었던 그는 동구를 만난 이후 한층 적극적으로 됐다고 한다. 여태껏 경험한 현장 가운데 “가장 즐거웠던 작품 중 하나”이기도 했다.

조우진 임원희 신혜선 사이의 호흡이 정말 잘 맞았다는 이제훈은 “특히 조우진 선배님은 2014년 제대 후 복귀작이었던 ‘비밀의 문’에서 만나 맛깔스러운 연기를 보고 열렬한 팬이 됐었다”면서 “긴장하게 하는 배우와 연기할 수 있어서 기쁘고 또 뭉클했다”고 전했다.

앞서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도굴’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범죄물이자 오락영화로서 장르적 쾌감이 다소 약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땅 밑에서의 도굴 장면만큼은 이채롭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총제작비 100억원 가량을 들인 영화는 실제 선릉 크기의 80%에 달하는 도굴장 세트를 짓고 5톤 트럭 100대만큼의 흙을 쏟아부었다. 전문가들과 구현한 유물들의 모습도 이색적이다.

이제훈은 “제작진이 정말 세심하게 챙겨줬다. 흙을 맛보는 장면에서도 아이스크림을 일일이 긁어내 흙처럼 만들어주셨다”면서 “감사했다. 샤워하면 몸에서 흙탕물이 쏟아질 정도로 연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영화 '도굴'의 배우 이제훈.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공교롭게도 이제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올해 초부터 작품 2편을 연달아 선보이게 됐다. 특히 지난 4월 ‘사냥의 시간’은 한국 영화 최초로 넷플릭스로 직행해 화제를 모았다. ‘사냥의 시간’은 이제훈과 윤성현 감독을 동시에 각인한 ‘파수꾼’(2011) 이후 다시 한번 재회한 작품으로도 관심이 높았었다.

넷플릭스 공개는 새로웠지만, 한편으로 아쉬움도 남겼다. 이제훈은 “휴대전화로 간편하게 어디서든 볼 수 있고 전 세계 팬들이 동시에 리뷰를 써주는 걸 보고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연극이나 뮤지컬을 직접 가서 보는 것과 온라인으로 볼 때가 다르듯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감동과 재미가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다른 문화공간이 가진 특색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털어놨다.

어느덧 배우의 길을 걸은 지 10여년. 연기 열정은 여전한데 시야는 더 넓어졌다. 연기를 잘하는 것만이 아니라 영화·드라마를 잘 만들어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법도 연구하게 됐다. ‘도굴’ 홍보차 KBS 교양 프로그램 ‘진품명품’에 출연하게 된 것도 이제훈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간 스타들이 영화 홍보를 위해 예능을 주로 찾았던 것과는 다르다.

지난해 10월에는 내친김에 ‘하드컷’이라는 영화 제작사를 차렸다. 그는 “제작사를 통해 관객과 나눌 수 있는 좋은 작품을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쯤엔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생길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고 또 극장에서 선보이기 어려운 분위기이지만 작품 활동은 쉼 없이 하고 싶어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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