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우편투표 기한 연장’ 판결이 주마다 다른 이유는

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 우편투표 연장 허가
위스콘신에서는 우편투표 연장 불허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

미국 연방대법원이 28일(현지시간)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의 우편투표 개표기한 연장을 허가했다. 전날에는 또다른 경합주인 위스콘신에서 불허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에 민주당과 공화당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의 우편투표 기한 연장을 인정한 주대법원의 판결이 적절했는지 판단해달라는 공화당 측 요청을 기각했다.

앞서 지난달 펜실베이니아 주대법원은 대선 당일 이후 사흘 이내 도착한 우편투표까지 개표해 집계에 반영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우편투표 비중이 높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화당 지지자들에 비해 우편투표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대법원의 판결은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은 주대법원 결정에 반발해 판결 이행을 막아달라고 연방대법원에 요청했지만 지난 19일 기각됐다. 공화당은 지난 23일 재차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주대법원의 판결이 적절했는지 연방대법원이 직접 심리해 신속히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대선 전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며 또다시 기각 판정을 내렸다.

연방대법원은 같은 날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우편투표 접수 및 개표 기한을 9일 연장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선거 당국은 앞서 대선 당일 전 발송된 우편투표일 경우 대선 후 9일 내에만 도착하면 개표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캠프는 이에 반발, 연방대법원에 기한연장을 막아달라며 긴급 가처분신청서를 냈지만 대법원은 5대 3으로 이를 기각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바이든 측에만 유리하게 내려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27일에는 또다른 경합주 위스콘신에서 상반되는 판결을 내렸다.

민주당은 위스콘신주에서 우편투표 접수 및 개표 기한을 6일 연장할 수 있도록 허가한 연방 지방법원의 판결을 연방 항소법원이 효력 정지시키자 이에 반발, 연방대법원에 항소법원의 결정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연방대법원이 민주당 요청을 기각하면서 결국 위스콘신에서는 대선 당일 오후 8시까지 도착한 우편투표까지만 개표 대상으로 제한되게 됐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경합주에 따라 상반되는 판결을 내리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대법원의 판결은 개별 주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의 오랜 전통이 반영된 것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위스콘신의 경우) 연방법원이 주법을 저지하기 위해 선거철에 개입했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설명했다.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주 내부의 의사 결정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판결을 내린 것이고, 위스콘신의 경우 연방법원이 선거 관련 주 내부 의사결정에 개입했다고 보고 비슷한 사례이나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미 언론들은 “연방법원이 선거에 임박해 선거 규정을 수정하는 등 주별 선거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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