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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충만’ 이호건 “이제 우리카드에 녹아든 것 같아요”

안정감 있는 토스에 속공까지 장착
우리카드 3연패 탈출 이끌어
꾸준한 스피드 강화 노력이 발전의 비결

토스하는 우리카드 세터 이호건. 한국배구연맹 제공

우리카드가 삼성화재에 13-14로 끌려가던 3세트 상황. 이날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한 세터 이호건(24)이 속공 토스를 시도했다. 이윽고 빠르게 떠오른 공을 최석기가 강하게 삼성화재 코트로 꽂아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속공이 성공하자 이호건은 코트를 바라보며 주목을 불끈 쥔 채 만면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가 이호건의 손에서 현실화된 이날 경기의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우리카드는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1라운드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대 0(25-19 25-22 25-20) 셧아웃 승리를 거두고 3연패를 탈출했다. 이호건이 세터로 나서자 주포 나경복(18득점·공격성공률 60.71%)과 더불어 그 동안 부진에 빠져 있던 알렉스(16득점·공격성공률 42.42%)까지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이호건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3세트에 성공시킨 빠른 속공 토스를 떠올렸다. 그는 “제가 한국전력에 있을 때부터 그 속공 토스가 약했는데 다른 속공보다도 그 속공만 보완하기 위해 연습을 계속 했다”며 “그래서 자신있게 (토스)했고, 성공해서 기뻤다”고 밝혔다.

사실 이날 경기 전까지 우리카드의 주전 세터는 하승우였다. 신영철 감독이 추구하는 속공배구·스피드 배구에는 빠른 공격이 가능한 하승우가 맞았기 때문이다. 신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호건이가 수비나 이단연결이 승우보다 낫지만 속공이나 빨리 가는 플레이에서는 승우가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승우와 공격수 간 호흡이 제대로 맞아들어가지 않으면서 우리카드는 3연패 수렁에 빠졌다. 그리고 신 감독이 꺼내든 건 이호건 카드였다. ‘이기기 위해서’였다. 신 감독은 “토털배구로 가려고, 스피드 있게 가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투입한 이호건은 팀에 승리를 가져왔다. 게다가 부족했던 ‘속공’까지 멋지게 성공시켰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던 것.

사인을 보내는 우리카드 세터 이호건. 한국배구연맹 제공

이호건은 “무엇보다 공격수와의 호흡히 생각보다 잘 맞아서 그것 때문에 좋았던 것 같다”며 “(연패하다 투입돼) 부담도 많이 있었는데 이기려는 마음도 컸고 시합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한 훈련을 많이 한 게 실제 시합에서도 잘 적용이 돼 운 좋게 이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감독님이 많은 요구를 하신다. 가장 중요한 건 저에게 ‘좋은 선수고 자신감 있게 하면 잘 될 것 같다’고 하신 것”이라며 “그 말을 믿고 자신 있게 했다”고 밝혔다. 알렉스도 “둘이 (기량은) 비슷하지만 승우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인 반면 호건이는 더 침착하다”며 ‘자신감’을 둘 사이의 차이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자신감’ 만이 이호건의 발전을 이끈 건 아니다.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연패도 끊을 수 있었다. 이호건은 “스피드가 느리다는 말을 듣고 연습 때 영상을 찍어서 느리다 싶으면 다음날 더 빨리 해보고 더 빨리 밀려고 힘도 기르는 등 등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빠른 토스를 갖고 있는 다른 팀 세터들 영상을 보며 따라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호건은 일단 꾸준히 주전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신영철 감독은 “오늘 승리했기 때문에 빼지 않고 (이호건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건의 부족했던 속공 토스와 컨트롤이 꾸준히 잘 발현된다면 올 시즌 우리카드의 성적도 덩달아 상승할 수 있다.

“이적한 게 처음이라 처음엔 적응이 잘 안 됐는데 지금은 조금 이 팀에 녹아든 것 같아요.” 적응한, 자신감 있는 이호건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우리카드는 다음 경기에서 1위 OK저축은행을 상대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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