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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운명 가른 ‘인디밴드 보컬’ 부친의 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아들이 연예인인데, 피해가 발생하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보도가 나가버려서 굳이 감출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가 1심 무죄에서 항소심 유죄로 뒤집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미친 ‘스폰서’ 최모씨의 법정 증언이다. 사업가인 최씨는 유명 인디밴드 보컬의 부친으로 알려졌다.

항소심은 최씨가 1999년 뇌물공여 사건으로 유죄를 받은 후 향후 검찰 수사에서 도움을 얻을 목적으로 2000~2011년 4300여만원의 법인카드 대금이나 차명 휴대전화 사용료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은 맞지만 뇌물죄 성립에 필요한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1심 판단과는 정반대였다.

최씨는 수사 초기인 지난해 5월 검찰 조사에서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김 전 차관에게) 사건 처리에 관해 청탁을 하지 않았고, 다만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는 얘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넋두리를 했다”며 모호하게 진술했다. 그러나 1심 법정에 가서 김 전 차관에게서 자기 사건과 관련해 본인이 수사대상자인 것 같다는 수사정보를 들은 적이 있다고 구체화된 진술을 내놨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정확한 기억 여부나 김 전 차관의 조력 여부에 대한 부분이 검찰과 법정에서 서로 다르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 조사를 수차례 받은 후 진술이 오염됐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었다. 1심은 “진술이 변화한 이유도 불분명하며 시간이 지난 후에 기억이 더 구체화된 것”이라며 “(바뀐) 법정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도 없고, 김 전 차관에게 특정 사건에 대해 청탁한 적은 없다는 진술도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직무관련성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최씨가 초기 검찰 수사에서 불분명하게 진술했던 이유를 항소심에서 털어놓으면서 반전이 벌어졌다. 최씨는 “(연예인) 아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건 지난해 5월이었다. 이 무렵 최씨 아들이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돼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씨는 “굳이 감출 필요가 없어져 진술을 하게 됐다”며 재판장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항소심은 이를 타당한 설명이라고 봤다.

결국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은 지난 28일 김 전 차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최씨의 뒤바뀐 진술을 신뢰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전 차관 측은 “항소심에서 특별한 추가 증거도 없이 사실관계를 확정해 피고인의 방어권에 불이익한 면이 있다”며 “대법원에서 적극 다투겠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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