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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한달만에…뼈만 남은 리트리버의 슬픈 사연 [개st하우스]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아이들의 생생한 모습이 궁금하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에 놀러오세요.

드러난 갈빗대가 안쓰러운 이번 사연의 주인공, 리트리버 믹스견 '사랑이'. 유기된 지 한달 만에 비쩍 말랐다.

지난 14일 서울의 한 전원주택에 거주하는 김연태씨의 제보입니다. 재택근무를 하던 김씨는 마당 쪽에서 이상한 낌새를 발견합니다. 그의 반려견 리트리버가 누군가와 대화하듯 창문을 향해 코를 킁킁 댄 겁니다. 문을 열어보니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리트리버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버려진 아이였습니다. 동네를 돌아다니는 들개들은 사람을 몹시 경계하는데, 녀석은 제보자와 3m 정도 거리를 두면서 어색하게 서 있었죠. 머뭇거리며 도움을 갈구하는 눈빛을 본 제보자는 녀석을 구조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김씨는 녀석을 유인하기 위해 고급 사료를 가져옵니다. 도로변에 약간의 물과 사료를 두자 굶주린 녀석은 허겁지겁 먹어치웠습니다. 사료를 집 앞, 마당 통로, 마당 한가운데로 조금씩 유인하듯 놓았고 녀석은 아무것도 모른 채 미끼용 사료에 이끌렸습니다.

"저 너무 배고파요" 제보자가 구조할 당시 리트리버 믹스견의 모습

녀석이 접시에 코를 박은 틈에 제보자는 목줄을 채우고 마당 입구를 막았습니다. 다행히 녀석은 차분했고 금세 제보자의 손길을 받아들입니다. 비쩍 마른 녀석을 사랑으로 살찌우고 싶었던 김씨는 녀석을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얼마나 힘들었니" 병원으로 이동 중인 사랑이 모습

왜 버리고 이사 갔어요? 택배회사의 답변은…

“비쩍 마른 하얀 리트리버, 아는 분 계신가요?”

온 마을을 수소문한 끝에 제보자는 사랑이를 알고 있는 주민을 찾았습니다. 주민이 말하길 사랑이의 본래 이름은 ‘합동이’이며 인근 K택배회사 직원들이 적적하다고 어린 강아지 시절부터 3년간 묶어 키웠답니다.

"쇠사슬 답답해요. 산책 가고 싶어요" 제보자에게 산책 가자고 조르는 사랑이. 평생 묶여 지내던 견공이지만 산책의 재미를 알고 있다.

제보자의 손길을 기다리는 리트리버 믹스견 사랑이. K택배회사의 공터에 묶여 보호 중이다.

그런데 K회사는 한 달 전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갔습니다. 빈 건물에서 회사 연락처를 발견한 제보자는 K회사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보세요. K회사 맞죠? 리트리버 두고 가신 것 맞나요?”
“네. 저희가 회사 사정상 급하게 이사 가느라 걔를 못 챙겼네요.”
“키울 상황이 되시나요? 아이가 주변을 떠돌고 있어요.”
“죄송하지만 키울 수 있는 처지가 안 돼요. 보호소 쪽에 인계했으면 합니다.”

빙빙 돌려 말하지만 결국 K회사 측은 사랑이를 유기한 겁니다. 무책임한 그들을 유기범으로 신고해버리고 싶었지만, 그보다 사랑이 구조가 먼저라고 생각한 제보자는 침착하게 대응합니다.

“소유권 포기 의사를 문자로 보내주시겠어요? 구조 요청을 하려면 필요해서요.”


합동이를 유기한 K택배회사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딱한 사연 알려지자…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소유권을 넘겨받자마자 제보자가 찾은 곳은 동물병원입니다. 뼈만 앙상한 사랑이가 부디 아픈 곳이 없어야 할 텐데…. 종합검진 결과 사랑이의 나이는 3살, 리트리버와 사냥개인 포인터의 믹스 품종입니다. 몸무게는 또래 리트리버들보다 10kg 넘게 가벼운 19kg이고요. 한 달 넘게 굶은 탓도 있지만 날렵한 사냥개의 혈통이 섞여 날씬한 겁니다.

깡마른 사랑이가 제보자의 품에 안겨 진료를 받는 모습.

사랑이는 잔병치레 없이 건강합니다. 미약한 심장사상충(1기) 판정을 받았지만 3개월 정도 약을 먹으며 안정하면 문제없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딱한 사연이 알려지자 동네 주민들도 힘을 보탰습니다. 급한 대로 K회사 빈터에 사랑이의 쉼터를 만들고 몇몇 주민이 출퇴근 전후로 녀석에게 먹을 것과 산책을 챙겨줬습니다. 북엇국과 삶은 닭고기를 특식으로 먹이는 분들도 있었죠. 2개월치 병원비와 약값을 일시불로 긁어준 주민도 있습니다.


영리하고 활발한 리트리버 믹스견, 사랑이 가족을 찾습니다

사랑이는 돌봄 2주일 만에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갈빗대가 앙상했던 몸매에 이제는 건강한 윤기가 흐르고, 리트리버 후예답게 공을 물어오는 놀이도 즐깁니다.

3년간 묶여 자란 택배회사 건물에서 임시 보호 중인 사랑이 모습.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체중이 제법 늘었다. 제보자 제공.

취재팀이 만나본 사랑이는 학습능력이 우수했습니다. 묶여 자란 견공들은 사람에게 반갑다며 매달리고 사람을 끌고 다니듯 산책하는 성향이 강해서 보호자들을 곤란하게 하는데요. 사랑이는 동행 산책하는 방법, 놀이나 급식을 앞두고 사람 앞에서 기다리는 예절 등을 2시간 만에 제법 습득했습니다. 영리한 리트리버와 건강한 포인터의 장점만 쏙 가져온 듯한 견공입니다.

"생애 첫 장난감이에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놀이를 하고 신난 사랑이. 리트리버와 포인터의 본능을 물려받아 던져준 공을 가져오는 놀이를 좋아한다. 주민들의 돌봄 덕분에 갈비뼈가 드러났던 몸매는 어느 정도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사랑이가 임시로 머무는 곳은 11월 중순이면 철거 공사에 들어갑니다. 제보자는 “그날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한다”면서 “활발하고 애교 많은 사랑이에게 많은 입양 문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습니다.


*영리하고 날렵한 리트리버, 사랑이의 가족을 찾습니다.


-골든 리트리버와 포인터 믹스견입니다.

-3살, 수컷(중성화 x), 대형견(체중 20kg 이상)

-활동적이며 하루 1시간 이상 산책해야 해요.

-사람을 무척 좋아하며 행동교육 습득력이 뛰어납니다.

*사랑이의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ianstream@gmail.com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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