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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딴지]‘아 테스형!’ 핸드폰 안쓰기 왜 이렇게 힘들어?

인턴 꿍미니들 7일 ‘디지털 디톡스’ 솔직 후기
SNS 끊어보니, 아무일도 없더라…
시간, 자존감, 꿀잠 얻었다…결제 검색 기능은 절실


“Hoxy(혹시)…. 당신도 스마트폰 중독?”

최근 등장한 신조어 중 ‘스몸비(smombie)’라는 말이 있어.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를 붙인 합성어야. 휴대전화를 보면서 고개 숙이고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꼭 좀비를 연상시킨다 해서 나온 말이래. 이런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사람들의 스마트 기기 의존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겠지.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이 전 사회적으로 심해지고 있다잖아.

우리라고 다를까. 마침 서울성모병원에서 제시한 ‘스마트폰 중독 자가진단’이 있어 꿍미니 5명도 해봤어.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어. 2명이나 10개 문항 중 10점 만점이 나온 거야. 8개 이상이면 스마트폰 중독이라는데 ‘빼박’ 중독인 거 아냐?

게다가 이 두 사람, 꿍미니 1·2호는 사실 스마트폰 탓에 문제를 겪던 중이었어. 꿍미니 1호는 최근 시력 저하, 2호는 스마트폰 동영상을 보는데 사용하는 손가락 엄지·약지·소지에 통증이 찾아온 거야.

‘뭐라도 해야겠다’ 생각이 들던 차였어. 찾아보니 전자기기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위한 ‘디지털 디톡스’란 체험이 있더라고. 몸속 독소를 해독하는 디톡스를 디지털 기기 사용에 적용하는 건데, 실제 디지털 중독의 치료 요법 중 하나래.

누군가 한다면, 나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꿍미니 1,2호는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해보기로 했어. ‘SNS와 동영상, 사진 찍기를 끊고 살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을 ‘대차게’ 떨쳐낸 거지.

자기반성과 깨달음, 그리고 고통(?)이 녹아있는 일주일 디톡스 경험 속으로, 한번 들어와 보겠어?

“다이어트처럼, 주변에 알려라”…디톡스 선언
국민일보 DB

일단 ‘현실 자각’이 필요했어. 휴대전화 사용량을 기록하는 ‘스크린타임’을 확인했더니 꿍미니 1,2호 모두 휴무일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10시간을 넘더라고. 꿍미니 2호는 15시간도 넘었어. 하루 24시간 중 절반도 넘게 스마트폰을 사용한 거야.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할 이유는 이미 충분했던 거지.

시작을 위해선 구체적 지침이 있어야지. 우린 워싱턴 포스트가 제시했던 5가지 규칙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8계명’을 정했어.

‘침대로 핸드폰 가져가지 않기·메일 계정 로그아웃하기·페이스북 알림 끄기·스크린이 아니라 종이 보기·온라인 접속 시간 기록하기’에 ‘업무 외 카톡 하루 2번만 하기·출퇴근 시간, 화장실, 점심시간에 핸드폰 안 쓰기·주말 하루 핸드폰 없이 외출하기·주말 영상 시청 2시간 내 줄이기’를 더했지.

꿍미니 1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오른쪽)와 카카오톡 프로필(왼쪽)

꿍미니 2호의 '디지털 디톡스' 선언에 믿지 못하겠다는 친구들의 반응

10월 14일 디톡스 시작 D-day가 다가왔어. 앱 푸쉬 알림을 끄고, 필요 없는 앱은 모두 삭제했어. ‘혹시 몰라서’ 설치하고 사용하지 않던 앱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아이폰을 쓰는 꿍미니 1호는 아예 핸드폰 설정에서 스크린 타임 기능을 활성화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화면을 꺼버리는 ‘다운 타임’ 기능까지 설정했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디톡스 선언’을 했어.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 프로필에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한다고 밝힌 거지. 나름 사회활동 하는 꿍미니들인데 디톡스에 앞서 주변에 협조를 구해야 하지 않겠어?

비장한 우리 각오와 달리 다들 비웃더라고. 쳇. 덕분에 우린 오기가 생겼어. 꼭 성공한다!

‘아 테스형!’…화면 대신 보는 세상이 낯설어
1일차
‘다운타임’ 기능으로 저녁부터 오전 7시까지 핸드폰 사용을 막아 놓은 꿍미니 1호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왔어. 눈을 뜨면 핸드폰으로 뉴스 등을 확인했는데, 당장 할(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 덕분에 바로 샤워를 하고 아침 먹을 시간이 생겼지. 출근길도 마찬가지. 스마트폰 사용을 못 하니 할 게 없어 멍하니 창밖을 봤어. 버스가 한강을 건너는데 차로 꽉 막힌 도로, 높은 빌딩들이 보이더라. 서울에 처음 와서 뭐든지 신기했던 대학 입학 때가 생각나면서 추억에 잠겼어.

꿍미니 2호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볼 책을 미리 준비했어. 책을 잘 고른 덕일까. 책을 읽느라 평소보다 빨리 회사에 도착한 기분이 들더라. 책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작은 수첩에 옮겨 적었어. 평소 같았다면 핸드폰 사진으로 남겼을 거야. 손으로 볼펜을 쥐고 쓴 게 얼마 만인가 싶어 괜스레 뿌듯했어.
꿍미니 2호가 출퇴근 시간에 읽었던 책(왼쪽)과 필사한 노트(오른쪽)

위기는 오히려 근무 중에 닥쳤어. 화장실 가는 길에 습관적으로 폰을 쥐었다가 아차 싶어 내려놨어. 일하던 중에도 자꾸 주머니에 손이 들어가더라. 무의식중에 핸드폰을 찾는 거였어. 허전한 손을 보면서 헛웃음이 터졌어. 첫날부터 ‘디지털 금단현상’인 거야?

2일차
대차게 ‘디톡스 선언’까지 했던 건 우리가 SNS를 끊으면 걱정하거나 궁금해할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어. 그런데 이게 웬일. 꿍미니 2호에게 “왜 연락이 잘 안 되냐”고 물은 사람은 엄마뿐이었어. ‘나 알고 보니 아싸였던 거야?’ 그래도 슬프진 않았어. 스크린타임 앱이 어제 핸드폰 사용량이 전일 대비 70% 줄었다는 알림을 보내줬거든. 쓰담 쓰담. ‘잘 하고 있다’ 내 어깨를 스스로 토닥였어.

책 한 권이 이틀 만에 끝났어. 스마트폰과 함께 흘려 보내던 출퇴근 시간의 효용 가치가 눈으로 보이는 것 같았어. 책을 덮고 지하철 안을 둘러봤더니 정말 나 빼고 모두 다 핸드폰만 보고 있더라. 책 읽는 나만 이방인처럼 느껴지더라고. 디톡스 시작 전의 나도 저 사람들과 같은 모습이었겠지?

시간 넘친 휴일, 집이 깨끗해졌다
꿍미니 1호가 읽었던 책(왼쪽)과 정리하기 전 겨울 옷(오른쪽)

3일차
금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꿍미니1호에게 3일차는 휴일이었어. 평소 같으면 아침부터 침대에 누워 유튜브와 함께 보냈겠지만, ‘폰 스크린 대신 종이를 보자’는 의지로 책을 꺼내 들었어. 유튜브 없이 먹은 점심시간은 정말 고요할 정도였어. 먹는 행위에 이렇게 집중해본 적이 언제였나 싶었어.

미뤄뒀던 옷장 정리도 했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필요했던 긴 팔, 겨울 이불을 꺼내고 여름 이불은 세탁도 했지. 뽀송뽀송한 새 이불에 누워서 주말에 허용하기로 한 ‘취미 시간 2시간’을 활용해 유튜브를 잠시 봤어. 디톡스 중에 잠시 주어진 시청 시간은 정말 ‘꿀’이더라.

꿍미니 1호가 회사에서 주운 손목시계(왼쪽)와 쌓여있던 카톡 알림(오른쪽)

4일차
스마트폰 없이 외출해보기로 한 날이야. 꿍미니 1호는 집 앞을 산책하기로 했어. 그게 무슨 외출이냐고? 난 심한 길치라 지도 없이 먼 곳을 갈 수 없거든. 그치만 집 앞 산책도 충분히 ‘새 세상’ 경험이 됐어. 경의선숲길을 걷는데 새 소리, 생활소음,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어. 스마트폰에 연결된 이어폰을 끼고 걸을 때는 못 느꼈던 편안함이 생기더라.

카페에서 커피를 사면서 새삼 나 자신의 조급함을 되돌아봤어. 늘 스마트폰 어플로 미리 주문하고 가서 픽업만 했었는데, 카페에 도착해 주문하고 기다리려니 답답하더라고. 그 몇 분 기다리는 것조차 신경질이 나다니. ‘편리함’으로 포장된 ‘조급함’에 내가 너무 익숙했었던 것 같아.

꿍미니 2호 휴대폰 없이 친구 만나기에 도전했어. 출발 전에 카톡으로 ‘망원역 2번 출구에서 1시에 보자’고 약속을 잡고 집을 나섰어. 아악! 지하철 도착시간 앱 없이 움직였더니 약속시간에 10분 정도 늦어버렸어. “핸드폰도 없이 늦으면 어떡하냐, 무슨 일 있는 줄 알았다”는 친구의 타박에 할 말이 없더라고.

휴대전화가 없어서 늦게 된 거라지만, 사실 휴대전화가 없으면 더 늦지 말아야 했던 거지.

유명한 빵집을 갔더니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어.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더라. 빵을 사고 나오는데 친구가 “네가 휴대폰 안 가지고 나온 덕에 우리가 눈 마주치고 1시간이나 대화했다”고 하더라.

인간은 적응의 동물…어느새 자연스럽다
5일차
꿍미니 1호는 어느새 스마트폰 없는 출근이 익숙해진 느낌이 들었어. 처음엔 그래도 혹시 전화나 문자가 오지 않을까 싶은 불안감에 스마트폰이 들어있는 주머니에 늘 손을 넣고 있었거든. 그런데 이날은 가방 속에 스마트폰을 넣은 채 버스를 탔는데도 불안하단 생각을 못 했어. 나 완전 적응한 거 아닐까?
꿍미니 1호가 하우스메이트들과 만들어 먹은 식사

퇴근 후 하우스메이트들과 모여 밥을 먹었어. 디지털 기기를 못 쓰니까 방에서 할 일이 없고, 자꾸 거실 공용공간으로 나오게 되더라. 쉐어하우스에 함께 산 지 3개월인데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한 1주일 동안 가장 많이 대화한 것 같아. 기계를 멀리했더니 사람과 가까워졌어.

꿍미니 2호는 심했던 손가락 통증이 많이 가라앉은 걸 느꼈어. 자기 전이나 일어날 때 저릿하던 느낌이 아예 사라졌더라. 디톡스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가. 신난다 신난다!

6~7일차
친구들과 길을 걷다 이탈리아 식당 간판마다 소띠(sotti)라는 단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옆 친구에게 뜻을 검색해달라고 했지. ‘평소 같았으면 누구에게 묻기도 전에 내가 먼저 포털에 검색해봤을 텐데 어르신 같이 부탁하니 진짜 웃기다’고 했어. 스마트폰이 없어서 제일 아쉬운 부분이기도 해. ‘빠른 정보 검색’을 못하다니.

대신 생각지 못한 ‘꿀 장점’도 발견했어. 꿍미니2호는 스마트폰을 안 쓰니 충동구매가 확 줄어드는 것 같았어. 자려고 누워 스마트폰을 잡으면 포털 쇼핑몰부터 각종 블로그,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까지 돌아보게 되고 그러다 하나쯤 사게 마련이었는데 그게 사라진 거야. 아예 전화기를 멀리 두고 불을 끄니 ‘일찍 자고 돈은 안 쓰는’ 일거양득이 달성되더라.

인스타그램에 푹 빠져 살던 꿍미니 1호는 ‘디지털 디톡스’ 기간 자존감이 회복된 것 같았어. 퇴근 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친구들 근황을 보는 게 좋으면서도 늘 박탈감이 함께 느껴졌었거든. 나도 SNS에 올리기 위해 예쁜 것을 보거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 꾸역꾸역 사진부터 찍곤 했는데, 아예 안 보고 사니 ‘강박’이 사라지는 게 너무 편안한 거야.

시간·자존감·꿀잠을 얻었다…
꿍미니 1호의 일주일 핸드폰 사용량 기록

꿍미니 2호의 한주간 핸드폰 사용량 변화

7일의 디톡스 체험 기간은 생각보다 훨씬 후딱 지나갔어. 성과는 어땠을까.

디톡스 시작 전후 스크린 타임 총사용량을 비교했더니 꿍미니 1호는 일주일간 핸드폰을 무려 5시간 28분 밖에 사용을 안 했더라. 휴일 하루 10시간이 넘었던 사용량을 생각하면 엄청난 격차지.

‘디지털 디톡스’는 역시나 SNS 어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어. 디톡스 전엔 25시간에 육박하던 SNS 관련 어플 사용시간이 4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줄었어. 엔터테인먼트 앱(웹툰, 동영상, 쇼핑 등)은 평소 주 18시간을 넘게 사용했는데, 디톡스 기간엔 30분도 안 써서 총사용량 순위권에서 아예 밀려나 있더라.

해보니 어땠냐고? 당장 눈의 피로도가 확 줄었어. 손가락, 손목 통증도 사라졌어. 무엇보다 침대에 핸드폰을 들고 가지 않으니 잠이 더 빨리, 푹 들더라. 단 7일인데 이렇게 변화를 체감하다니. 꿍미니들 스스로도 믿기 힘든 결과였어.

몸만큼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어. 꿍미니 1,2호 모두 ‘나에게 오롯이 집중한 시간’이었다고 느꼈어. 쇼핑을 덜 해 돈을 덜 쓰고, 집이 깨끗해진 건 말 그대로 ‘덤 효과’지.

물론 쉬운건 아녔어. 우리 삶이 이미 스마트폰과 가깝다 못해 너무 많이 엮여 있어서 완전히 끊어내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각종 결제, 검색 기능(지도 등 포함)을 사용하지 않은 채 살아가긴 너어무 불편한 게 사실이거든. 계속 이 정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자신하기 힘든 이유야.

그렇다고 못 할 일은 아닌 것 같아. 꿍미니들의 결론은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디지털 디톡스’도 끈을 놓지 않고 쭈욱 관리하는 마음으로 살아 보면 괜찮겠다는 거였어.

너어무 스마트한 세상에 회의가 들 때가 오면 다시 디톡스에 들어가는 거지.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적정한 우리만의 수준을 찾게 되지 않을까. 어때, 함께 해볼 만 할 것 같지 않니?

김수련 인턴기자
송다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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