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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가득 찬 상암 “믿고 싶지 않아” 추모 물결

전날 세상 떠난 故 김남춘 기린 팬·선수들
경기 시작 4분째 1분 간 박수로 추모
“우리가 당신을 잃어 슬퍼한다는 것 알아달라”

FC 서울 팬 정지인, 오승혜씨가 31일 하나원큐 K리그1 2020 27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 故 김남춘을 기리기 위해 사들고 온 국화꽃을 내보이고 있다. 조효석 기자

“처음에는 믿고 싶지가 않았어요. 기사가 계속 나와도 믿지 않으려고 했는데…” 동갑내기 친구 정지인·오승혜(21)씨는 검은 리본이 달린 국화꽃을 한 송이씩 들고 있었다. 경기장에 오기 위해 집 앞 꽃집에서부터 들고 온 국화였다. “수고하셨다는 말밖에 못 할 것 같아요. 더이상 말하긴 너무 힘들어서…그곳에서는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눈에 얕게 물기가 맺혔다.

역시 국화를 들고 온 김현성(22)씨는 김남춘을 “웃는 게 예뻤던 선수”라고 기억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서울을 응원해오며 그가 지켜본 김남춘은 항상 뒤에서 묵묵히 헌신해온 팀 ‘레전드’였다. “우리가 당신을 잃어서 슬퍼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 해요. 서울이라는 팀에서 당신을 응원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지켜봐달라고 전하고 싶어요.”

열한 살 이승철 어린이도 이날 검정 빨강 줄무늬 옷을 입은 채 부모님 손을 잡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왔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찾아온 경기장이었다. 인터뷰 할지를 묻자 먼저 “김남춘 선수 이야기냐”라고 되물어왔다. 아침에 유튜브를 보다 소식을 알게 됐다는 그는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아쉽고 안타깝다”며 “남은 선수들이 더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FC 서울 수비수 김남춘의 사망 소식 다음날인 31일,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7라운드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데뷔 이래 상무 시절을 제외하면 내내 서울에서만 뛰어온 ‘원클럽맨’ 김남춘을 기리기 위해 서울 팬들은 저마다 손에 국화꽃을 들고 경기장을 찾았다.

관중석에는 김남춘의 이름을 따 ‘서울의 春(봄 춘)을 기억합니다’ ‘FOREVER 남춘’ 등 고인을 기리는 문구가 걸렸다. 팬들은 경기 시작 4분째에 1분간 박수로 다시 고인을 기렸다. 서울 선수들은 왼편 어깨에 고인을 기리기 위해 검정 띠를 둘렀다. 인천 선수단 역시 어깨에 검정 리본을 달고 경기를 뛰었다. 경기 시작 3시간 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2020년 네가 너무 싫다(2020, I f.... hate you)”는 메시지를 올려 슬픈 마음을 드러냈던 서울 오스마르는 경기 전 묵념 뒤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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