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국 사전투표 유권자 줄, 마지막 순간까지 길게 이어졌다

미국 버지니아주, 31일 사전 현장투표 종료
오후 5시 마감시간까지 유권자들 줄 길게 이어져
“9000만명 사전투표…2016년 대선 전체 유권자 66%”
높은 사전투표율, 바이든에 긍정적 신호
대선 당일 투표율 높으면 트럼프에 유리 ‘전망’

미국 버지니아주의 사전 현장투표 종료를 30분 앞뒀던 31일(현지시간) 오후 4시 30분,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페어팩스 카운티정부 건물 내부에 사전투표를 하려는 유권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미국 대선을 사흘 남겨놓은 31일(현지시간) 오후 4시 30분,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정부 건물.

사전 현장투표(In-Person Early Voting) 종료 30분을 앞둔 시점에도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줄이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페어팩스 카운티정부 건물 내부에 길게 이어졌다.

버지니아주는 이날 오후 5시를 끝으로 사전 현장투표를 종료했다. 미국은 각 주(州)마다 사전투표 기간이 다르다. 버지니아주에선 지난 9월 18일 사전 현장투표가 시작돼 이날 끝난 것이다.

CNN방송은 9000만명 이상의 미국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는 2016년 대선 당시 투표했던 총 유권자 수 1억 3650만명의 66%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CNN방송은 전했다.

이제 관심은 11월 3일인 대선 당일 투표율에 집중된다. 높은 사전투표율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신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역전을 거두기 위해선 공화당 지지층이 대선 당일 투표장에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선 당일 투표율이 높으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고, 투표율이 낮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불리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사전 현장투표 종료를 30분 앞뒀던 31일(현지시간) 오후 4시 30분, 사전투표소인 페어팩스 카운티정부 건물 내부에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 서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길게 늘어선 사전투표 줄

버지니아주의 사전 현장투표가 끝나기 1시간 전인 이날 오후 4시에도 페어팩스 카운트정부 건물을 찾는 유권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투표소가 있는 카운티정부 건물 1층에는 긴 줄이 꼬불꼬불 이어졌다. 줄 서 있는 유권자들 중엔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었다.

페어팩스 카운티정부 관계자는 “사전 현장투표 마지막 날인 오늘 오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줄이 더욱 길었다”면서 “종료시간인 오후 5시 전까지 카운티정부 센터 건물에 입장한 사람들에 한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회사에 다닌다는 40대 남성 제이콥 캠벨은 “오늘이 사전 현장투표 마감일이라는 것을 어제 알고 급히 나왔다”고 말했다. 캠벨은 이어 “대선 당일에 많은 유권자들이 몰릴 것 같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서 있는 것이 걱정돼 사전투표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자신이 누구에게 한 표를 던졌는지 귀띔해주기도 했다.

투표장 밖에 만난 50대 백인 여성은 “트럼프가 지난 4년 동안 미국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렸다”면서 “바이든이 무조건 미국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다시 되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다”고 말했다.

앤디라는 이름의 백인 남성은 “바이든은 믿을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트럼프가 필요하다”면서 “트럼프는 우리의 일자리를 지켜준다”고 강조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던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소인 페어팩스 카운티정부 건물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전투표 9000만명 돌파…2016년 대선 전체 유권자 66% 기록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은 올해 미국 대선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다. 코로나19가 낳은 새로운 현상이다.

이번 대선의 사전투표율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1900년 이후 최고 대선 투표율인 1908년의 65.4%를 넘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6년의 대선 투표율은 55.5%였다.

CNN은 9000만명 이상이 사전투표를 통해 이미 한 표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텍사스주와 하와이주는 지난 30일을 기준으로 2016년 대선 당시 총 투표수를 넘어섰다.

35개주와 수도 워싱턴DC는 지난 대선 당시의 총 투표자 수의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이들 주에는 플로리다주·미시간주·위스콘신주 등 주요 경합지들이 포함됐다.

CNN은 전국 등록 유권자의 거의 43%를 차지하는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사전투표 열기가 전례 없이 뜨거운 것은 유권자들이 코로나19를 우려해 대선 당일 투표를 기피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간의 경쟁이 치열해 많은 지지자들이 투표장을 미리 찾거나 우편투표에 참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대선의 투표 방법은 크게 우편투표, 사전 현장투표, 대선 당일 현장투표로 나뉜다. 사전투표는 우편투표와 조기 투표소 투표를 합친 개념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AP뉴시스

일단은 바이든에 긍정적 신호…그러나 대선 당일 투표율이 중요하다

AP통신은 정치데이터업체 L2를 인용해 사전투표자 중 47%는 민주당 지지층이며, 33%는 공화당 지지층이었다고 보도했다. 사전투표에서 민주당이 14% 포인트나 되는 큰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AP통신은 높은 사전투표 득표율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놀란 트럼프 지지층이 대선 당일 투표소에 몰려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은 민주당에 긍정적인 신호인 것만은 틀림없다.

AP통신은 자체 분석 결과, 이번에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들 중 처음 투표에 참여했거나 투표를 그동안 자주 하지 않았던 유권자 비율이 27%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들 유권자들만을 놓고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층이 43%로 조사됐고, 공화당 지지층은 25%로 집계됐다. 처음 투표하는 유권자나 오랜만에 투표하는 유권자들이 ‘선벨트’로 불리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노스캐롤라이나주·텍사스주에 몰려 있는 것도 특징이다. 공화당 강세지역이었던 이들 주에 바이든 후보가 기대를 거는 이유다.

20대 젊은 층의 사전투표율도 바이든 후보에게 희망적인 요소다. 이번 대선에서 20대의 사전투표율은 11.3%를 기록했다. 2016년 대선의 20대 사전투표율 9.6%에 비교할 때 소폭 늘었다.

하지만 선벨트 지역인 플로리다주·노스캐롤라이나주·조지아주에선 젊은 층의 사전투표율이 30%를 넘었다. 그러나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학 교수는 “모든 연령층의 사전투표율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진영은 “높은 사전투표율은 예상했던 결과”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맥도널드 교수는 “대선 당일 투표율이 낮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해질 수 있다”면서 “트럼프 캠프가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선 대선 당일 더 큰 격차로 이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페어팩스(버지니아주)=글·사진 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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