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겨도 폭동”…미국 매장들, 약탈 우려에 ‘문’ 틀어막았다

미국, 대선 이후 폭동·약탈 불안감 고조
고급 매장들, 문 틀어막고 보안요원 늘려
경찰도 명품매장 거리 봉쇄 등 선제적 조치 검토
트럼프, 지지자들 바이든 버스 위협에 “사랑한다”

미국 고급 백화점 체인인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캘리포니아주 비비리힐스 매장 모습. 미국 대선 이후 폭동과 약탈을 우려해 매장 출입문과 창문이 30일(현지시간) 판자로 막혀있다. AP뉴시스

미국에서 대선 이후 폭력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패배한 후보의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고 시내로 뛰쳐나와 폭력 시위를 벌이고, 이런 혼란이 폭동과 약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누가 이기는 것과 상관없이 이번 대선 결과가 사회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지난 몇 달 동안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오는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백화점 체인과 보석업체 등 고가의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들은 벌써부터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다. 경찰도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약탈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고급 백화점 체인인 노드스트롬은 350개 지점 중 일부의 출입문과 창문을 판자로 막고, 보안요원들을 추가로 고용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NYT가 보도했다. 미국 보석브랜드 ‘티파니 앤 컴퍼니’도 대선과 관련한 잠재적인 사태를 우려해 주요 도시의 일부 매장 창문을 판자로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고급 백화점 체인인 ‘삭스 피프스 애비뉴’도 대선과 관련한 사회 불안에 대비해 특정 지역의 매장에 추가적인 안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노동자들이 3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비비리힐스에 위치한 ‘삭스 피프스 애비뉴’ 매장의 출입문과 창문을 판자로 막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P뉴시스

60여개 유통·소매업체들에 소속된 120여명의 관계자들은 지난주 미국소매협회가 주최한 화상 컨퍼런스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화상 컨퍼런스는 대선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긴장 상태를 낮추는 방법 등을 직원들에게 교육시키는 내용을 포함했다.

경찰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고급 주택가가 몰려있는 캘리포니아주의 비버리힐스 경찰은 대선 당일과 그 다음날인 3∼4일 명품 매장이 줄지어 있는 쇼핑거리인 ‘로데오 드라이브’를 봉쇄하는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버리힐스 경찰은 사설보안업체와 공조하면서 핼로윈 데이인 31일부터 대선이 있는 이번 주까지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콜로라다주에서 도금업을 하는 셰인 퍼넷은 자신의 매장을 합판으로 막았다. 퍼넷은 NYT에 “내 나이가 50인데, 살아가면서 이런 일을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이 아니라 제3세계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소매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와 흑인 사망 항의 시위로 올 한해 극심한 위기를 겪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선 이후 약탈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빠진 것이다.

미국 유통·소매업 입장에서 매장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간단한 결정이 아니다. 오히려 폭력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합판이나 판자로 출입문이나 창문을 막을 경우 소비자들을 낯설게 만들 수 있다. 특히 폭력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머쓱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이 탄 트럭들이 텍사스주의 고속도로에서 바이든 후보의 대선 유세버스를 위협하는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린 뒤 “나는 텍사스를 사랑한다”고 30일(현지시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탄 트럭들이 텍사스주의 고속도로에서 바이든 후보의 대선 유세버스를 위협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0대 이상의 트럭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깃발이 걸려있었다.

트럭들은 바이든 유세버스를 에워싸고 멈춰 세우려 했다. 트럼프 지지자의 트럭이 민주당원이 탄 승용차를 옆으로 밀어내기 위해 일부러 부딪히는 장면도 포착됐다.

민주당 소속의 라파엘 엔키아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총기를 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텍사스주의 민주당은 오스틴 인근 도시에서 열기로 했던 유세 행사를 취소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민주당 유세버스를 위협하는 동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며 “나는 텍사스를 사랑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폭력적인 행동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텍사스주의 공화당은 “좌파의 폭력이 더 심각하다”고 반박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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