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있으면 발표했을 것”…전세난 무대책 인정한 홍남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판단 이르다” 인식 반복


최근 전세 매물실종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세난이 전국적인 현상으로 퍼지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책이 있었으면 발표했을 것이다”라며 정부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수장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여전히 최근의 전세난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가 늘면서 전세 매물이 부족해 보이게 된 일종의 ‘착시’라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전세 시장에 대한 정부 내 인식마저 엇갈리면서 대책 마련에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전세대책 발표 여부를 묻자 “전세 시장을 안정화할 아이디어를 부처 간에 고민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이 “대책은 언제쯤 나오냐”고 재차 질문하자 홍 부총리는 “날짜를 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홍 부총리는 “확실한 대책이 있으면 정부가 (발표를) 했을 것”이라며 “추가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또 현재의 전세난 상황에 대해 “정부는 이미 대책을 발표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안정을 찾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특히 정책적 요인도 있지만 약간 계절적 요인도 있어 조금 더 (전세 시장이) 불안정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엔 공감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다만 전세 시장을 안정시킬 해법을 정부가 찾지 못하고 있어 대책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반면 김현미 장관은 대책을 내기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전세난 관련 정부 대책과 관련해 “임대차법을 개정하고 몇 달 되지 않았으니까 좀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책들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임대차법이 개정되고 계약갱신청구권이 행사되기 시작한 것은 9월 계약부터라고 봐야 한다. 전·월세 계약을 하고 난 다음에 확정일자를 받은 것들이 모여야 통계수치로서 의미 있는 변화를 볼 수 있는데, 이제 두 달 정도 지났다”고 했다.

김 장관은 또 전세 시장에서 물량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계약을 연장해 그대로 사는 세입자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장관은 또 저금리가 전셋값 상승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꼽는다. 김 장관은 “금리가 떨어지면서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금을 은행에 넣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이득이 줄어드니까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세를 올릴 수밖에 없는 요인이 있다”며 “전세 대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수장들마저 전세 시장 관련 인식이 충돌하고 있어 대책 발표 시점이 더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시장을 중심으로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주요 대책을 내놓았던 7월 이후로 전셋값이 크게 올랐고, 전세난은 더 심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정책 효과에 대한 평가나 반성 없이 다른 원인만 찾고 있다. 일관된 정책을 내 시장 불안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