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혼수상태’ 음악 작업실에 물난리 난 사연 “오!주님~” ①

작사·작곡 그룹 ‘알고보니 혼수상태’의 김경범(왼쪽) 김지환씨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작업실에서 엄지를 치켜들고 밝게 웃고 있다. 사진=신석현 인턴기자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조용한 골목길, 3층 건물의 지하 1층 녹음실에 들어서자 벽면 가득 장식된 자필 서명과 메시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한 번 히트곡을 탄생시키기 위해 왔다”(송대관) “좋은 곡을 주셔서 감사하다”(홍진영·김호중) 등 스타들이 남긴 인사였다.

이곳은 프로듀싱 팀 ‘알고보니 혼수상태’의 작곡가 듀오로 활동 중인 김지환(32) 김경범(35)씨의 작업실이다. 두 사람을 통해 인기 드라마 OST는 물론 최근 조항조&김호중의 ‘고맙소’ ‘영탁의 ‘찐이야’, 송가인의 ‘서울의 달’ ‘가인이어라’ 등 수많은 트로트 히트곡이 탄생했다.

두 사람이 함께 작사·작곡한 곡만 900여곡이다. 자랑할 노래들이 많을 법한데 지환씨는 “우리는 하나님의 작곡가”라고 소개했다. 알고 보니 혼수상태는 지난 8월 13일 음원 플랫폼 소리바다가 주최한 ‘2020 소리바다 어워즈’에서 작곡가상을 수상했다. 이때도 두 사람은 “가장 먼저 하나님께 감사하다”며 영광을 돌렸다.

작사·작곡은 물론 MBC 예능프로그램 ‘트로트의 민족’ 심사위원으로 바쁘게 활동 중인 두 사람을 최근 작업실에서 만났다. 자신들이 이뤄온 업적 앞에선 매우 겸손하면서도 하나님을 자랑하는 이야기엔 거침이 없었다.

Q: 곡 작업에 방송 활동까지 요즘 매우 바쁠 것 같다.

김지환(이하 지환): 바빠도 주일성수는 꼭 지키고 있습니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감염증(코로나 19)으로 작업실에서 비대면 예배를 드렸어요. 음반 작업을 하다 보면 새벽에 일이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퇴근 전 경범 형과 함께 큐티로 하루를 마무리 해오고 있습니다. 정해진 큐티 책은 없지만 좋아하는 목사님이 블로그에 올려 주신 말씀을 내려받아서 함께 나누고 있어요.

김경범(이하 경범): 저희 팀엔 저희 말고도 두 명의 동생이 더 있어요. 우리가 예배드리는 모습을 본 동생들이 “형들은 예수 믿고 잘되는 것 같고, 늘 행복해 보인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동생들도 함께 예배드리고 있습니다.

지환: 우리는 사람들에게 “교회에 다니자”고 전도하지 않아요. 강요하기보단 우리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죠. 동생들이 “오빠들은 왜 맨날 나눠주고 그냥 다 이해해주고 왜 그래?”라고 물으면 “하나님이 살아계시기 때문이야”라고 대답할 때 사람들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을 궁금해합니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통해 한두 명씩 교회에 다니게 될 때 더 감사가 넘치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은 3년간 함께해온 큐티 모음집을 펼쳐 보였다. 말씀을 묵상하고 받은 은혜와 감사, 그분의 성품을 닮아가길 갈망하는 마음이 빼곡한 글씨로 담겨 있었다.
Q:피곤할 법도 한데 큐티로 하루를 마감하고, 3년간 꾸준히 해왔다는 게 놀랍다.

김지환(왼쪽) 김경범씨가 3년 넘게 해온 큐티 모음집을 펼쳐서 받은 은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범: 팀원들이 같이 일을 하다 보면 마음속에 서운함도 생기고, 오해와 걱정, 아쉬움이 생길 수 있잖아요. 큐티 시간에 저희는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서로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까요.“사실 내가 너 때문에 상처받았어.” 이런 솔직한 대화는 팀의 원동력이 되죠. 그래서 큐티는 우리 팀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심장 같은 역할을 합니다.

지환: 성경의 가르침을 삶으로 살아내기까진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했던 사건이 있었어요.

Q:구체적으로 어떤 일이었나.

지환: 첫 번째 작업실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당시 저희 둘은 교회를 다니지만 다른 친구들은 교회에 다니지 않았죠. 작업실을 방문한 무당이 이곳이 명당이라며 이곳에 부적을 붙여놓으면 엄청난 부를 불러온다고 했어요. 교회 다니고 있던 저희도 ‘일도 잘 풀리고 대박 난다는데’라는 말에 혹해서 부적을 붙였죠.

물이 재물을 뜻한다길래 바다 액자를 걸어뒀어요. 신기한 것은 부적을 붙이고 나서 작업실이 물난리가 났어요. 물은 무릎까지 차올랐고 작업실은 부서지고 우리 마음도 무너졌죠. 교회를 다니면서도 너무 달콤한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겼어요.

마치 하나님께 벌 받는 것 같았어요. 하나님은 말씀을 통해 우리를 깨우쳐 주셨습니다. 믿지 않던 작업실 막냇동생이 그 상황을 보고선 “우리가 무당말에 홀려 있었는데 하나님 살아계시는구나”라고 말했어요. 아무리 전도를 해도 교회에 안 나오던 동생은 그 사건 이후로 하나님을 믿게 됐고, 오랫동안 앓아온 지병도 치료됐습니다. 그 동생이 “요즘 행복하다”고 말할 때 하나님 은혜를 깨닫게 됩니다.

경범: 두 번째 작업실은 지금의 작업실(세 번째)보다 4~5배 큰 곳이었어요. 작업실을 본 주변 지인들이 우리에게 “성공했다”고 말했죠. 입술로만 “하나님이 첫 번째”라고 고백했지 정작 행함은 없는 삶이었습니다. 우리를 드러내고 자랑하려는 마음이 더 앞섰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고 다시 교회도 다니지 않았어요. 기도도 하기 싫었죠. 감사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장소가 영적으로 좋지 않음을 느꼈어요. 다 밝힐 순 없지만, 그때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면 또 한 번 큰 시련을 겪을 뻔했는데 하나님이 분별하게 하시고 고난을 피해가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뜻을 깨닫고 철저히 눈물로 회개하게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인터뷰하던 중 갑자기 두 사람이 작업실로 가서 큰 액자를 가져왔다. 액자 안에는 예수님의
형상이 담긴 얼굴과 잠언 29장 25절 성경 말씀이 적혀있었다.

김지환(왼쪽) 김경범씨가 무당의 말에 혹해서 부적과 함께 붙여뒀던 액자에 하나님의 형상과 잠언 말씀을 새겨 넣은 액자를 들고 웃고 있다.

지환: 이게 바로 첫 번째 지하실에 걸어둔 바다 액자였어요. 물난리 사건을 겪은 뒤 액자에사랑하는 예수님 얼굴과 우리가 공통으로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새겨 넣었죠. (웃음)

Q:두 사람은 어떻게 신앙을 갖게 됐나.

경범: 어릴 적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외갓집에서 자랐어요. 할머니는 교회도 안 다니시면서 혼자 노는 제가 안타까웠던지 항상 교회에 데려다 놓으셨어요. 달란트 시장이 재미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음악을 전공하고 있었는데 어려운 형편에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피아노 레슨비를 한 푼도 안 받고 가르쳐주신 학원 원장님부터 내 인생 가운데 만난 모든 선생님이 크리스천이었어요. 대학생 땐 술도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했죠. 그때도 성경 말씀을 통해 바른길로 인도해 주신 분들이 주변의 크리스천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내 인생의 고비마다 주변에 믿는 자들로 하여금 붙들어주시고 나를 이끌어 오셨습니다.

지환: 저희 아버지는 목회자입니다. 어릴 때 부모님은 대전에서 가장 어려운 동네에서 개척교회를 하셔서 반지하 방에서 살았어요. 어린 나이에도 내 눈에 비친 부모님 모습은 늘 마음이 아팠습니다. ‘왜 항상 저렇게 힘들게 목회를 하실까’ 이해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죠. 목회자 자녀로 성장하면서 성도들 눈치도 많이 보고 늘 억눌려 살았어요.

중학교 때 교회 주변이 재건축되면서 교회도 규모를 넓혀 큰 공사를 하게 됐어요. 4층짜리의 멋진 교회가 완성됐을 때 아버지가 갑자기 사임했어요. 아버지의 두 번째 꿈인 사회복지 사역을 위해서였죠. 힘들게 세워온 교회를 내려놓으면서도 너무 행복해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하나님이 살아계시지 않는다면 저게 가능한 일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부모님의 신앙을 통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습니다.


Q:인생 가운데 깊게 개입하고 계신 하나님을 만난 적 있나.

경범: 첫 곡부터 대박을 터트린 지환이와 달리 저는 오랫동안 국민 곡이 나오지 않았어요.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느리지?’라는 생각에 창피했어요. 후배들은 히트곡을 쓰는데 ‘나는 왜 국민 곡이 없지?’라며 좌절했었죠.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린 나이에 히트곡이 나왔으면 저는 매우 교만해졌을 것 같아요. 하나님은 이런 나를 너무 잘 알고 계셨던 거죠.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영탁이 부른 ‘찐이야’로 저도 국민 곡을 탄생시켰어요. 요즘은 주어진 모든 것에 대해 선물이라고 여기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바쁘고 몸은 지쳐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Q:최근 오랫동안 해온 기도 제목에 응답받았다고 들었다.

경범: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 중 가장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윤복희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왔어요. 윤복희 선생님과 작업하게 해달라고 오랫동안 기도해왔는데 최근에 함께 녹음을 진행했어요. 적십자가 1920년 3월 1일 독립신문을 통해 ‘적십자의 노래’를 발표한 지 100년 만에 주제곡을 바꿨습니다. ‘너에게 꽃이다’로 잘 알려진 강원석 시인이 대한적십자사에 헌시한 시에 우리가 곡을 붙여 노래를 재탄생시키는 작업에 참여했어요.

지환: 윤복희 선생님께서도 우리와의 만나에 대해 “하나님께서 이 만남을 위해 일을 만들어주신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동안 여러 경로로 우리를 만날 수 있었지만 몸이 좋지 않아 만날 수 없었는데 하나님께서 힘을 주셔서 녹음실에 올 수 있었다”고 하셨죠. 선생님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Q:서로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지환: 경범이 형은 꿈꾸는 요셉 같아요. 하나님은 형을 통해 늘 꿈을 꾸게 하십니다. 우리의 욕심이 아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는 일과 꿈에 대해 놀라운 계획으로 이끌어 오셨어요. 최근 출연하게 된 MBC 예능프로그램 ‘트로트의 민족’ 심사위원도 기도 응답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우리가 무슨 심사위원이야”라고 생각했는데 참여하게 됐죠.

어머니께서 “여호수아 손을 잡아줬던 아론처럼 경범이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네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형한테도 조언을 많이 해주는 편이에요. 이런 점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범: 팀이 매일 모여 큐티는 함께 하고 있지만 믿음이 아직은 약해요. 우리가 흔들릴 때 지환이는 “기도해야 해. 예배해야 해. 큐티해야 해”라며 우리를 이끌어줘요. 새벽 별 같은 역할을 하는 친구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쪽 일을 하다 보면 악의 요소에 빠질 수 있는 유혹도 많고 치열한 곳입니다. 신기한 것은 지환이가 조심하라고 말한 사람들은 저에게 다 영적으로 실수를 하고 떠나갔어요. 이런 지환이가 있어서 흔들리지 않아요.

지환: 제가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제게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셨고, 형한테는 사람들을 따듯하게 안아주고 포용하는 마음을 주셨어요. 저는 날카롭지만, 형은 따뜻한 사람이에요.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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