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크랩 시연 참관 인정돼”…고개 가로저은 김경수


“피고인이 ‘킹크랩’ 시연에 참관한 사실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할 것입니다.”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311호 형사중법정. 형사2부 재판장인 함상훈 부장판사가 선고문을 낭독하던 중 이 대목에 이르자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수첩에 메모하던 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유죄를 예감한 모습이었다.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사무실인 ‘산채’에서 댓글순위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에 참석했는지 여부는 1·2심의 핵심 쟁점이었다. 특검은 이날 오후 8시7분15초~8시23분53초 킹크랩이 작동한 로그 기록, 김 지사에게 킹크랩 시연을 했다는 김씨 일당의 공통된 진술, 김씨 일당이 킹크랩 브리핑 자료라고 주장한 ‘201611 온라인 정보보고’ 문건이 김 지사 방문 직전 출력된 점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김 지사 측은 김씨 일당이 ‘201611 온라인 정보보고’는 킹크랩 브리핑 자료가 아니라는 등 중요 진술을 오락가락했던 점을 문제 삼았다. 김씨 일당은 당초 김 지사의 방문 시점을 2016년 10월로 판단했는데, 온라인 정보보고 문건에 11월 8일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기사가 있다는 이유로 브리핑 자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후 특검이 김 지사 방문시점을 2016년 11월 9일로 특정하자 김씨 일당은 진술을 번복했다.

김씨 일당 중 한 명이 ‘강의장 창문 너머로 김 지사가 김동원의 (킹크랩 관련)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걸 봤다’고 진술한 것도 ‘창문에 종이가 붙어 있었다’는 다른 인물의 증언으로 신빙성이 흔들렸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굳이 김 지사와 독대한 자리에서 킹크랩 개발·운용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한 점에 오히려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김씨가 허위사실을 주장하려 했다면, 다수가 있는 자리에서 김 지사에게 킹크랩 개발을 허락 받았다고 한 뒤, 일당과 진술을 맞추는 게 훨씬 수월하고 설득력이 생기는 방법이란 취지였다. 재판부는 “김씨 일당이 (구치소)수감 중 기억을 증명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여겨 때로 거짓이나 과장된 진술을 했다고 진술 전체를 없는 것으로 돌리면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재판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김씨 일당이 2016년 11월 9일 사건 당일 출력된 ‘201611 온라인 정보보고’로 김 지사에게 브리핑을 했다는 주장을 인정했다. 이 문건에는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리한 온라인 여론이 조성·조작될 위험이 있어 킹크랩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과 함께 목차 ‘KingCrab<극비>’에 킹크랩의 기능과 현황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김 지사 측은 항소심에서 ‘닭갈비 포장 영수증’을 근거로 김씨 일당과 2016년 11월 9일 저녁 함께 식사를 했고, 그 시간을 고려하면 킹크랩 시연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함 부장판사는 이날 ‘닭갈비’라는 단어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앞선 공판에서 “(닭갈비를) 포장해간 게 김 지사가 산채에서 식사했다는 필연적 결과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선거활동과 관련해 금품을 제공하면 처벌한다’는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선거활동은 특정 후보자를 전제로 하는데, 김 지사가 김씨 측에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한 2018년 1월은 이미 2017년 대선이 지난 시점이고,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도움을 구할 후보자도 특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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