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트, 그땐 이겼지만 이번엔 졌다… 2016 대선과 다른 점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미국 대선은 2016년 대선의 ‘데자뷰’가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4년 전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여유 있게 앞섰지만 ‘샤이 트럼프’의 역습으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번 대선도 조 바이든 당선인이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지켜갔지만 4년 전 ‘악몽’이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저조한 지지율에도 승리를 확신해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번 대선은 2016년과 유사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2005년의 여성 비하 발언이 11년 만에 폭로되는 등 스캔들에 시달렸지만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는 이번 대선도 코로나19 대응 실패 논란으로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가운데서 선거를 치렀다.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둘러싼 ‘우크라이나 스캔들’ 역시 2016년 민주당 내부 분열을 야기한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 해킹 사건과 닮았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내내 2016년 당시의 악몽을 떨쳐내지 못하면서도 여론조사 수치에 은근히 기대를 거는 분위기였다. 6대 핵심 경합주를 석권하는 것은 물론 공화당 ‘텃밭’으로 꼽히는 텍사스주까지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있었다. 막상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초접전 양상이 펼쳐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선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런 당혹감은 바이든 당선인이 북부 ‘러스트벨트’ 경합주에서 우편투표에 힘입어 뒷심을 발휘한 뒤에야 사그라졌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들은 2016년 대선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샤이 트럼프’를 변수에 넣는 등 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경합주인 플로리다주에서 무난히 승리를 거두는 등 의외로 선전하면서 이번에도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 미국에 숨어있는 보수 표심이 만만치 않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만은 맞아 떨어지면서 어느 정도 체면은 유지했다.

차이점도 적지 않다. 이번 선거는 4년 전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이 짙어지면서 진보와 보수의 세력 싸움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결집력이 강해지면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는 물론, 진보 성향 유권자들까지 반(反)트럼프라는 명분 아래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다. 반대로 공화당 내부에선 전통적 보수를 표방하는 정치인과 유권자들 일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아서는 등 내분 양상이 나타났다.

2016년 대선 당시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경선에서 힐러리 전 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노골적으로 불화를 표출하면서 당이 분열을 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샌더스 의원을 지지했던 진보 성향 유권자의 표심이 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에게 분산되면서 클린턴 전 장관의 패배에 일조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미시간주, 위스콘신주에서 스타인 후보가 얻은 표가 클린턴 전 장관에게 갔을 경우 승부가 뒤집혔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 후보가 힐러리 전 장관보다 비호감 이미지가 비교적 적은 것도 강점으로 꼽혔다. 힐러리 전 장관은 영부인을 거쳐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지내면서 ‘진보 엘리트’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샌더스 의원 등 당내 경선 주자들조차 힐러리 전 장관을 ‘기득권 세력(the establishment)’라며 깎아내렸다. 성차별 문화가 여전한 미국에서 여성 대선 후보라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힐러리 전 장관보다 훨씬 안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는 백인 남성 정치인인 동시에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통령을 지냈다. 진보와 중도 성향 유권자는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을 탐탁찮게 여기는 보수 유권자까지 끌어들일 만큼 확장성을 갖췄다고 평가됐다. 힐러리 전 장관을 ‘비뚤어진 힐러리(Crooked Hillary)’라고 조롱하며 재미를 봤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수법으로 바이든 후보에게 ‘졸린 조(Sleepy Joe)’라는 별명을 붙이며 맹비난했지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다.

4년 전 ‘도전자’ 신분으로 선거를 치렀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챔피언’ 자격으로 바이든 후보와 맞상대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아웃사이더’로서 미국 정치를 쇄신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가 성차별과 막말 등 각종 스캔들 속에서도 인기를 유지한 것도 이런 정서 덕분이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을 평가 받으며 선거를 치렀다. 특히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9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코로나19 대응이 난맥상으로 치달으면서 상당한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살균제를 주사하라”는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는가 하면, 백악관의 부실한 방역으로 본인까지 코로나19에 확진되는 등 안이한 태도를 보이면서 노년층의 실망을 불러 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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