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산책 중 ‘극단적 선택’ 순간을 목격했습니다

17일 오후 대구 동구 금호강 아양철교에서 퇴근 후 아내와 강변에서 산책하던 소방관 이창국(53) 중앙119구조본부 국가인명구조견센터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A씨(34)를 구조한 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연합뉴스

소방관들은 누군가의 생사가 오가는 위급 상황에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그들이 크고 작은 현장서 몸을 던지는 모습에 우리는 ‘현실판 영웅’을 떠올리곤 하지요.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 사연에서도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데요. “감사합니다”라는 훈훈한 인사가 쇄도한 17일 밤, 그날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오후 8시50분쯤이었습니다. 중앙119구조본부 국가인명구조견센터를 이끄는 이창국(53) 센터장은 대구 동구 신암동 아양철교 인근 산책로를 아내와 함께 걷고 있었습니다. 퇴근 후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던 중이었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가는데 이 센터장의 눈길을 끈 장면이 있었습니다. 금호강 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A씨(34)의 조금 이상한 모습이었습니다. 이 센터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A씨가 강에 너무 가까이 붙어 담배를 태우고 있었고 그래서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얼마가 지나자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굵어지는 빗줄기에 이 센터장 역시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기로 했습니다. 그때 어딘가에서 갑자기 비명이 들려왔다고 합니다. 이 센터장은 다급한 외침을 따라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곳에서는 A씨가 물속에 잠기고 있었고요.

이 센터장은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일단 산책로에 비치된 구명튜브를 A씨에게 던졌습니다. 하지만 A씨는 잡지 않았고 아래로 점점 빠져들기만 했습니다. 알고 보니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던 거였고,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졌던 거였습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연합뉴스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이 센터장은 한 시민에게 구명튜브 줄을 잡아달라고 부탁한 뒤 직접 물속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렇게 가까스로 A씨를 붙잡아 물 밖으로 건져낼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숨을 쉬지 않는 A씨를 눕힌 다음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호흡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 센터장은 A씨의 목을 확인했고 감긴 케이블 선을 발견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재빠르게 손톱깎이를 구해왔고, A씨의 목을 죄던 케이블 선은 끊어졌습니다.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의 호흡과 의식은 이미 돌아온 상태였고요.

이 센터장은 2005년부터 대구소방안전본부 항공대에서 헬기 기장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2월부터 중앙119구조본부로 자리를 옮긴 베테랑 소방관이었습니다. A씨의 심상치 않은 행동을 계속 주시하다가 위급한 상황에 몸을 던진 것도 십여 년간 쌓은 감각과 희생정신이 만들어낸 모습이었을 겁니다.

이 센터장을 향한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구조하는 순간에 시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줘서 감동했습니다”라며 도리어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 소중한 목숨을 포기하는 일이 잦습니다. 비록 사연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주길 바랍니다”라는 따뜻한 위로도 덧붙였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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