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은 지원하면서, 남자 없이 낳겠다는 여성 왜 막나” [인터뷰]

김은희 미혼모협회 ‘아임맘’ 대표 전화 인터뷰
사유리가 쏜 작은공…“꼭 부모 있어야 정상가족인가”

일본 출신의 방송인 사유리가 지난 4일 정자기증을 통해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KBS 9뉴스 캡처

“한 아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지난 16일 방송인 사유리(41)의 고백은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남겼다. 다소 엉뚱하지만 늘 유쾌했던 그였기에 반향은 더 컸다. 자발적 미혼모인 ‘미스맘’을 선택한 사유리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 결혼하는 게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며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받은 이유를 설명했다. 선택 이면에 담긴 묵직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줬으면 한다”는 사유리의 호소는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있던 미스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현재 한국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아이를 갖고 싶어도 정자를 기증받을 수 없다.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비혼’이라는 이유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국민일보는 김은희 미혼모협회 ‘아임맘’ 대표에게 미스맘이 처한 현실을 들어봤다. 김 대표는 아버지, 어머니 밑에서 자라야 일반적인 가정으로 보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아래에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방송인 사유리 인스타그램 캡처

-결혼을 원치 않지만, 아이는 갖고 싶어 하는 여성이 많다.

“12년 전, 방송인 허수경(53)씨가 정자 기증을 통해 아이를 낳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아이에게 몹쓸 짓 했다’는 비난을 사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데 이런 이들이 허씨만이었을까. 상당히 많은 여성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허씨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미혼모를 실제로 보면 나이가 아주 어리거나 아주 많은 경우로 양극화돼 있다. 사유리는 아주 많은 케이스에 해당된다. 건강상 이유로 이번이 아니면 아이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미혼여성이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우리 사회의 눈총이 따가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육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여성들은 ‘내 인생에서 마지막 아이일 수 있다’는 모성 본능에서 이런 선택을 하고 있다.”

-현행법상 미혼 여성들은 정자은행을 이용할 수 없다.

“사유리의 결정이 ‘유명인도 이럴 수 있구나’라는 인식 전환을 가져온 것 같아 반갑다. 하지만 현실에 비해 제도 자체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난자 채취의 위험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며 관련 법이 강화됐다. 15년이 지났지만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아이를 갖고 싶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면서도 부모 밑에서 자란 정상적인 범주가 아닌 가정의 아이를 차별한다. 반대로 혼인한 부부에게는 체외수정(시험관 시술)에 돈을 지원한다.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도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저출산 해결을 위해서 굉장히 확률 낮은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모유 젖병 후원을 받은 한 엄마가 남긴 감사편지. 미혼모협회 ‘아임맘’ 제공

미혼모협회 ‘아임맘’ 제공

-저출산 측면에서 확률이 낮은 싸움이다?

“미혼이라는 이유만으로 출산 욕구가 있는 사람에게 왜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는 것인가. 더군다나 이들은 임신에 성공할 확률도 높다. 상대적으로 확률이 낮은 난임에는 지원을 하면서 정작 아이를 낳고자 하는 사람들마저 막는 것은 모순이다. 우리 사회가 미혼모 문제를 양날의 검으로 보기 때문에 이러한 모순이 발생한다. 본격적으로 지원하면 미혼 출산이 너무 활성화되지 않겠냐는 우려에 더해 남성을 배제하고 여성 혼자 결정권을 주장하고 행사하면 사회가 뒤흔들리지 않겠냐는 걱정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미스맘이 된 뒤 과거 결정을 과신했다며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미혼 여성이 정자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문제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대목이 바로 여기다. 자신 있게 아이를 낳았는데 우리나라 제도가 이 정도일 줄 몰랐던 미혼모들이 많다. 배우자와 아이를 키워도 경력단절 여성이 되는 상황에서 미혼모는 그간 쌓아온 사회경력이 더 빠르게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미혼모 문제는 곧 빈곤의 문제다. 아이를 낳더라도 사회 구조가 빈곤하게 만든다. 집안이 경제적으로 받쳐주거나 경제활동을 하면 가능한데 안타깝게도 여성 홀로는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쉽지 않다.”


-미혼모 가정의 아이는 부모와 함께 살 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당한다는 우려도 있다. 개인의 이기심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우려다. 꼭 결혼만이 가정을 꾸리는 전제조건은 아니다. 아주 다양한 가족 형태가 있는데 누구는 배제하고, 누구는 인정하고 그래선 안 된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생각이다. 특히 국가의 인식 전환이 먼저 필요하다. 국민에게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빠져나오라고 하기 전에 국가가 먼저 나서서 깨야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교실이나 버스 안에서 교수나 기사들이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웠다. 국가에서 건물 내 흡연을 금지하니 ‘말도 안 되는 얘기 말라’며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사회적으로 당연한 일이 됐다. 이처럼 때로는 사회적 인식에 앞서 국가가 먼저 나서야 할 때가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인구 절벽 상황 아닌가.”

-자발적 미혼모 문제에 있어 국가의 역할은 뭘까.

“사유리의 결정을 환영하는 동시에 일반적인 한국 여성이 같은 결정을 했을 때 과연 어떤 제도적 미비점이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미혼여성도 자발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데 더해 잘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국가가 ‘빅대디’가 돼 부족한 돌봄 능력을 채워주지 않으면 정자은행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해도 가난한 미혼모라는 사회 문제가 돌출될 수 있다. 부모가 어떤 사람이든 아이 출발선은 같아야 한다. 부모가 김씨든 이씨든 스카이캐슬에 살든 낙동강에 살든 가족 형태에 대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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