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송구” 김현미 장관이 들고나온 새로운 논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새로 전셋집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전세난이 심해지는데도 불구하고 그간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버텼던 데서 어려움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한발 물러선 셈이다. 하지만 김 장관은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등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오히려 국민의 주거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입장엔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최근의 전세난이 가구 분화, 1·2인 가구의 아파트 전세 선호도 증가 등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이라는 새로운 논리까지 등장했다.

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방안을 발표하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등 최근 전세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새로 전셋집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법(임대차 3법)이 통과된 것이 7월 말이고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이 9월부터라고 보면 시간을 갖고 조금 더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최근 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김 장관은 특히 “과거 1989년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도 4∼5개월 정도 시장에 불안정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제도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에 일단 지켜봐야 하겠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렸다”고도 말했다. 정부의 정책 효과가 나오면 전세난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는 판단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향후 2년간 전국 11만4000가구, 수도권 7만 가구, 서울 3만500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주무 부처 수장인 김 장관도 전세난을 일부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장관은 여전히 새 임대차보호법이 전세난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저금리, 가구 분화 등 거시적인 요인이 전세난의 원인이라는 판단이다.

김 장관은 “최근 전세 문제는 거시경제 여건, 가구 분화, 매매시장 안정조치 등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많은 임차 가구가 월세보다 부담이 적은 전세를 찾게 되고, 주거 상향 수요도 증가하면서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다주택자·갭투자 규제, 임대차 3법 등 실수요자·임차인 주거안정을 위한 필수적 조치에 따른 수요와 매물의 동시 감소도 한 요인”이라면서도 “임대차 3법과 거주의무 강화 등은 임차인을 보호하고 매매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보탬이 되었지만 신규 수요자의 진입에는 어려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특히 지난달 전월세 갱신율이 66.1%로 전월(58.2%)보다 약 8% 늘었다는 통계를 들어 기존 세입자의 주거안정 효과를 강조했다.

김 장관은 또 “임대차 3법은 집이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사회적 합의로 이룬 소중한 성과”라며 “임차인 주거안정의 긍정적 효과를 임대차 시장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방법은 전세 수급을 안정시켜 임대차 3법이 조기에 안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1·2인 가구의 증가라는 인구 구조적인 변화도 최근 전세난의 원인이라는 분석을 새롭게 제시했다. 김 장관은 “가구 분화로 인한 1·2인 가구의 임차수요도 단기간 급상승했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 가구 수 증가 폭은 25만4000가구로 2016년 12만9000가구에 비해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의 경우 다세대 주택이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지만 최근 이들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아파트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공급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 장관은 “특단의 추가 공급 확대방안이 필요하다. 조속한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전국 4만9000호, 수도권 2만4000호의 물량을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최소 3년 이상 소요되는 주택공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공공택지 추가 확보 등 중장기적 공급기반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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