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모더나, 되레 백신 계약하자 한국에 독촉”

美·日 사재기하는데…한국만 백신 계약 ‘굼뜬’ 이유는
WSJ 이유 분석…일상 유지돼 협상 여유로운 상황

화이자 로이터연합

최근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보이면서 세계 각국의 백신 확보 전쟁에도 비상이 걸렸다. 많은 나라들이 이들 제약사와 선계약을 맺기 위해 조바심을 내고 있지만 유독 한국은 백신 확보에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한국은 가격이 적당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이 백신 확보에 대해 신중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세계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박스 퍼실리티’에서 1000만명분을, 글로벌기업과는 개별 협상으로 2000만명분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이미 수억 개의 백신을 확보해 한국이 백신 확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WSJ는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최초의 백신이 다른 곳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는 걸 선호한다”고 했다. 진단검사와 확진자 추적 등을 통해 코로나19를 통제해온 한국은 현 상태에서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을 서두르지 않고 지켜볼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모더나 백신 로이터연합

약효와 안전성을 둘러싼 우려도 있다.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모두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을 활용했는데 mRNA 백신 중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된 백신은 지금껏 없었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 노바백스는 합성항원 백신을 개발해 공급 등에서 원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른 백신이 출시될 경우, 백신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각각 1회 19.5달러(약 2만1000원)와 32~37달러(약 3만5000~4만1000원)로 비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조급해 보이지 않으면서 가격을 합리적인 선으로 받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바게닝(협상)을 하고 있다”며 “화이자와 모더나가 한국에 연락을 해와 신속하게 계약을 체결할 것을 촉구했다. 백신 확보에서 불리하지 않은 여건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국제백신연구소(IVI) 박사도 WSJ에 “확진자 수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데 서둘러 백신을 주문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급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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