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처럼 낳을 권리…정부 불법 아니라는데, 현실은 안된다?

사유리가 불붙인 비혼 출산 논쟁…국내 상황은

방송인 사유리씨가 지난 4일 일본에서 3.2kg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KBS 9시 뉴스 캡처

방송인 사유리(41)씨가 정자기증을 통해 비혼 출산을 한 사실을 밝힌 뒤 국내에서 제2의 사유리가 등장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자발적 미혼모인 ‘미스맘’이 되려는 한국 여성들은 사유리씨처럼 남성 파트너가 없는 임신과 출산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을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방식으로 엄마가 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의료현장에서 미혼 여성에 대한 시술을 사실상 금지하고, 정부는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①비혼 여성이 정자 기증을 받는 건 가능한가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비혼 여성들의 임신·출산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은 시술 대상자의 배우자가 있으면 체외수정 시술에 대한 서면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배우자가 없는 경우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즉 비혼 여성은 배우자가 없기에 관련 시술에 대한 서면동의 자체가 필요 없고, 따라서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불법도 아니다. 사유리씨가 지난 16일 KBS에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고 한 말은 엄격하게 따지자면 사실과 다른 셈이다.

방송인 사유리씨 인스타그램 캡처

하지만 법으로 금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비혼 여성이 정자 기증자를 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신원을 아는 지인에게 정자를 기증 받는 건 개방적인 서구권에서도 흔한 일이 아니다. 기증 받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출산 후 친권 문제 등 법적 분쟁 소지가 크다.

익명으로 정자를 구하려면 정자은행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에는 개별 병원이 운영하는 정자은행 이외에 정부 차원의 공공정자은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임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부부가 아닌 경우에는 정자은행 이용에 현실적 장벽이 존재한다.

②정자가 있다한들…인공수정, 부부만 가능?
만약 정자를 구했다고 해도 더 큰 난관이 기다린다. 병원에서 인공수정·체외수정 같은 보조생식술을 받아야 하는데 비혼 여성들은 이 단계에서 다시 한번 벽에 부딪친다.

비혼 여성이 출산을 하려면 정자를 기증받아 병원에서 체외수정(시험관에서 수정한 신선배아나 동결배아를 자궁에 이식)이나 인공수정시술(자궁 내에 직접 정자를 주입)을 해야 한다. 보조생식술 자체에는 법적 제한이 없다. 하지만 모자보건법은 보조생식술 시술은 난임 부부(사실혼 관계 포함)를 대상으로 시술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해놓았다. 비혼 여성은 아예 대상이 아니다.

물론 비혼 여성이 건강보험이나 정부 지원 없이 전액 자비로 시술을 받을 수는 있다. 시술을 받는다고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므로 시도는 가능하다. 만약 시술을 해줄 병원을 찾는다면. 여기서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③보조생식술 누가 해줄 것인가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

2017년 개정된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은 “체외수정시술이 원칙적으로 법적인 혼인 관계에서 시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가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의료현장에서 비혼 여성이 병원을 설득해 지침과 다른 시술을 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의료계와 공식·비공식 협의는 가능하지만 복지부가 관련 지침의 형성 과정에 관여할 순 없다”고 밝혔다.

결국 일선 산부인과도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난임부부만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게 현실이다. 가족관계증명서, 신분증 등 증빙서류를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므로 운 좋게 정자 기증자를 만나더라도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 시술은 어렵다.


④모든 게 해결된다고 해도…끝까지 남는 비용 문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경제적 부담은 남는다. 비혼 여성이 어렵사리 바늘 구멍 같은 가능성을 뚫고 시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더라도 비용 난관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시술 비용을 개인이 온전히 부담해야 한다.

반면 혼인부부는 2017년 10월부터 인공·체외수정과 같은 보조생식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체외수정은 23만∼57만원, 인공수정은 8만원 선으로 본인 부담금이 낮아졌다. 체외수정 1회 시술비는 300만∼5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를 갖고 싶고, 법적으로 낳을 수도 있는 비혼 여성들이 ‘현실적 금지’ 상황에 놓인 이유는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비혼 출산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다시피했다. 당연히 세부적 법적 규정이나 제도는 갖춰지지 않았다. 합법도, 불법도 아닌 채 모호한 상태가 유지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정책 용역과 검토를 하고 있지만, 출생자 파양문제 등 각종 윤리적·법적·의학적 쟁점이 많은 사안이라 공공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회적 합의 뒤에 (비혼 여성들에 대한) 난임시술 등 정책적 지원 여부를 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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