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비, BBC기자 거짓말에 속았다…세기 특종의 이면

BBC기자, 1995년 인터뷰 따내려고
서류조작 등 부정한 방법 사용 폭로돼
BBC, 비난 커지자 자체 진상조사 개시

해리 왕자를 안고 있는 다이애나비(오른쪽)와 찰스 왕세자 AP뉴시스

“이 결혼에는 우리 셋이 있었다. 그래서 좀 복잡했다”(There were three of us in this marriage, so it was a bit crowded)

당시 영국 찰스 왕세자의 아내인 다이애나비는 1995년 11월 BBC방송의 파노라마에 출연해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전 국민 앞에 찰스 왕세자와 그의 오랜 연인이었던 카밀라 파커 볼스(현 찰스 왕세자 부인)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그는 해당 인터뷰에서 자신의 승마 교관이자 군인이었던 제임스 휴잇과의 불륜 사실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우울증과 폭식증, 자녀들의 미래 등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1995년 BBC 파노라마 인터뷰에서 찰스 왕세자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털어놓은 뒤 쓴웃음 짓는 모습. 유튜브 캡처

또 당시 별거 상태에 있던 찰스 왕세자로부터 상처를 받았으나 이혼은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 방송이 나간 지 한달 만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에게 각각 ‘조속한 이혼’을 권고하는 편지를 보냈고 두 사람은 다음해 이혼했다.

전 영국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왔던 이 인터뷰는 당시 영국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무려 2300만명이 시청해 43년 만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진행했던 인물은 현재 BBC 뉴스의 종교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는 마틴 바시르로 당시 그는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1995년 파노라마 인터뷰에 나섰던 마틴 바쉬르(왼쪽) 로이터연합

다이애나비 인터뷰는 오프라 윈프리, 바바라 월터스, 데이비드 프로스트 등 전설적인 방송인들이 모두 노리고 있었던 만큼 바시르가 다이애나비의 인터뷰를 따낸 배경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25년이 지난 다이애나비의 인터뷰를 두고 그녀의 남동생인 찰스 스펜서 백작이 ‘BBC가 부정직한 방법으로 인터뷰를 성사시켰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찰스 스펜서(왼쪽 첫번째) AP뉴시스

19일(현지시간) BBC와 데일리메일 등 현지언론은 스펜서 백작이 BBC를 대상으로 파노라마 인터뷰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으며 BBC가 진상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앞서 스펜서 백작이 팀 데이비 BBC 사장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인터뷰를 따낸 바시르가 자신에게 위조된 은행 입출금 내역서를 보여주면서 왕실 직원들이 돈을 받고 다이애나비에 대한 정보를 흘렸다고 주장하면서 신뢰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계좌 내역서를 조작하는 데 가담한 전직 BBC 그래픽 디자이너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는 “친구 바시르가 은행 명세서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스펜서 백장은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바시르가 왕족에 대한 허위적이고 모욕적인 주장도 내놓았다고 말했다. 스펜서 백작은 “만약 이러한 진술을 보지 않았다면 나는 바시르를 누나에게 소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BBC의 보도를 ‘황색 저널리즘’이라고 비난했다.

로이터연합

BBC는 위조 은행 입출금 내역서 등에 대해 사과했지만 다이애나비가 이를 보지 못했고, 인터뷰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마이클 그레이드 전 BBC 사장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리는 등 저널리즘 윤리 등에 대해 비판이 지속되자 BBC는 “25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완전하고 철저하고 공정하게 이 사안에 대해서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데이비 사장은 지난 18일 대법관 출신인 다이슨 경에게 진상 파악을 위한 조사를 맡겼다.


진상조사위는 바시르가 1995년 파노라마 인터뷰를 얻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와 이러한 행동들이 다이애나의 인터뷰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등에 대해서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당사자인 바시르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합병증으로 인해 건강이 상당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그가 건강을 회복하면 조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윌리엄 왕세손(오른쪽)과 케이트 왕세자비. AP뉴시스

BBC가 독립적인 조사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다이애나비의 장남인 윌리엄 왕세손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켄싱턴궁은 윌리엄 왕세손이 “잠정적으로 이번 조사에 대해 환영하며,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조치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다이애나비는 1961년생으로 1981년 영국 찰스 왕세자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으나 순탄치 않은 결혼 생활 끝에 1996년 이혼했다.

그녀는 이혼 후에도 대인지뢰 제거 운동 등 각종 봉사와 자선활동에 앞장서다가 1997년 8월 31일 탑승한 차량이 파파라치를 피해 고속으로 달리던 중 터널 안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으면서 사망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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