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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휴지, 기저귀 치우다 쥐 열댓마리 봅니다” [사연뉴스]

연합뉴스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

똥휴지, 기저귀를 치우다가 쥐 열댓마리까지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불쾌한 감정이 몰려오면서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을 것 같은데요. 우리 주변에선 이런 일을 매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녕하세요. 현직 환경미화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 A씨는 삼남매를 둔 가장이자 16대 1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환경미화원(공무직)입니다. 그는 주로 쓰레기, 음식물쓰레기 수거 및 재활용품 분리수거 등을 담당합니다.

A씨는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면서 느낀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A씨에 따르면 쓰레기 차에 매달려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은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쓰레기를 만지고 악취를 견디는 건 어느 정도 감당할만한 일이었죠. 진짜 문제는 매립장에서라고 합니다.

우선 그 많은 쓰레기봉투를 하나하나 벗겨내야 합니다. 그리고는 태울 수 없는 물품을 따로 분류해야 하죠. 이 과정에서 똥휴지, 생리대, 기저귀 등을 손으로 만질 수밖에 없습니다. A씨는 이 분류작업이 진 빠질 정도로 힘들다고 합니다.

연합뉴스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

이후 소각할 쓰레기를 집게차로 구덩이에 옮깁니다. 그런데 집게가 못 집는 범위가 꼭 있습니다. 그럴 때 사람이 쓰레기 더미로 들어가 삽으로 퍼줘야 하는데요.

A씨에 따르면 쓰레기 더미에 들어가면 발이 무릎까지 빠진다고 합니다. 그는 “농담이 아니고 한발 디딜 때마다 쥐가 열댓마리씩 튀어나온다”면서 “전날 과음을 하면 음식물쓰레기를 치우다 토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여름은 지옥과 다름 없습니다. 그는 “여름에 매립장 안에서 마스크 안 쓰고 숨을 쉬면 파리를 마신다. 시야 빼곡히 파리가 수십억마리는 있다. 일하다가 잠깐 옷을 보면 구더기들이 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A씨가 당부하는 건 한 가지입니다.

“여러분, 일반 쓰레기 봉투에는 태울 수 있는 것만 넣어주세요. 캔, 유리, 고철, 의류, 신발, 옷걸이, 소형가전 제품 모두 넣지 말아주세요.”

국민일보

이 글에는 수십개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등의 감사글이 달렸습니다. 현직 가로 환경미화원의 댓글도 있었습니다. 그는 “너무 공감가는 글”이라며 “예전에는 길을 다니면서 구역 쓰레기나 꽁초 줍기만 하면 됐다. 요새는 주택가에서 배달음식을 먹고 음식물쓰레기와 함께 묶어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 치우는 게 더 많아졌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어 “배달음식도 모두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다들 꼭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A씨는 이런 말을 남겼는데요. “이 돈을 받고 이 일을 하느냐는 분도 계십니다. 저는 삼남매의 아빠이자 가장입니다. 중견기업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시험을 보고 들어왔는데요. 육체는 고되도 마음은 안정됩니다. 이전보다 안정적이고 사람, 실적에 스트레스 안 받는 게 너무 좋습니다.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쓰레기양은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지난 8~9월 수도권매립지로 보내진 서울의 생활폐기물은 5만4016t에 이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4만2522t)보다 27%가량 증가했는데요. 환경미화원들의 노고를 기억하며 우리 스스로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김지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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