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급진좌파의 개표기가 미 대선을 조작했다?


미국에서 소셜미디어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올해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특히 도미니언사(社)의 개표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표를 삭제해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는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트위터를 통해 퍼나르며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여기에 더해 ‘주독미군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개표기 회사 서버를 급습했다’는 주장도 퍼지고 있다. 이 같은 주장들은 과연 사실일까.

트럼프 “도미니언 개표기가 270만장 바꿔치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도미니언 개표기가 내가 득표한 270만표를 삭제했다”며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트럼프 표로 분류됐어야 했을 22만1000표는 바이든의 표로 바꿔치기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트윗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매체 OANN의 보도를 인용했다. 당시 OANN은 ‘에디슨리서치’라는 모니터링 단체에서 관련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며 보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래리 로진 에디슨리서치 대표는 “당사는 이 같은 종류의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없으며 부정선거와 관련된 어떤 증거도 발견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가 근거로 든 OANN 보도 자체가 가짜뉴스였던 셈이다. OANN과 트럼프는 이에 대한 반박을 제시하지 못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부정선거의 근거로 주장한 션 해니티 폭스뉴스 앵커의 보도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해니티 앵커는 미시간주 앤트림 카운티에서 도미니언 개표기가 6000여장의 트럼프 표를 바이든의 표로 바꿔치기 했다며 주요 경합주 여러 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조셀린 벤슨 미시간주 국무장관은 “앤트림 카운티에서 개표 관련 문제가 발생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도미니언 소프트웨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적 실수로 인한 사고였다”고 해명했다. BBC에 따르면 앤트림 카운티는 개표원의 실수로 ‘공화당 표밭’인 지역에서 바이든이 3000표가량 앞서나간다는 결과가 나오자 이상을 느끼고 즉각 실수를 바로잡았다. 수정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을 2500여표 차이로 제쳤다.

미군이 독일에서 사이틀 서버를 급습?
그렇다면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퍼지는 ‘미군이 독일에서 선거 관련 기기 제조회사 ‘사이틀’의 서버를 급습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내미는 근거는 ‘그레이트게임인디아’라는 매체의 14일자 보도다. 이 매체는 “올해 대선에서 미국인들이 행사한 표는 사이틀이라 불리는 스페인의 부도난 회사가 집계했다”면서 “미군이 개표 조작 스캔들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독일 소재 사이틀 서버를 급습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루이 고머트 텍사스주 하원의원의 뉴스맥스 인터뷰를 해당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뉴스맥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최측근인 크리스 루디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미국의 극우 매체다.

고머트 의원은 인터뷰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다. 나는 지난 16일 미군이 독일에서 사이틀의 서버를 압수했다는 내용의 독일어 트윗을 봤다”고 말했다. 미군이 타국에서 무력을 행사했다는 근거로 ‘정체불명의 트윗’을 내놓은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고머트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더해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사이틀사가 독일에 지사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선거 관련기기 제조회사 사이틀은 프랑스 파리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호주 시드니 등에 지사를 두고 있지만 프랑크푸르트는 물론 독일 그 어디에도 지사를 두고 있지는 않다.

“도미니언 소유주는 급진좌파… 클린턴이 지배”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열성 지지자들은 도미니언사의 소유주가 급진좌파라는 주장도 굽히지 않고 있다. 개표기기가 좌파 세력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주장이다.

BBC는 이에 대해 “도대체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하는 좌파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도미니언사가 클린턴 일가나 펠로시 일가 등 민주당 인사들과 관계가 있다는 온라인상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가져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도미니언사는 “당사는 정파성을 띄지 않은 미국 기업으로, 펠로시나 클린턴 일가와 어떤 관련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BBC는 이 회사가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에 로비를 한 흔적은 발견됐지만 이는 개표기기 제조사라는 특성상 특정 세력과 결탁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도미니언사가 6년 전 클린턴 재단에 기부한 전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측에도 기부를 한 적이 있기에 이것만으로 도미니언사가 클린턴 일가와 큰 관련성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BBC는 이어 “트럼프 지지자들은 클린턴 일가 등에 대한 가짜뉴스 공세가 반박당하자 공격 대상을 바이든 인수위 관계자들에게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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