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쥐·머리카락 먹는 중국인” 호주 방송에 中 발끈

호주 ABC방송 어린이 채널에 고대 중국 황후 등장
“중국에선 완전히 평범한 일”
中교수 “코로나19 발병 관련 中음식문화 비방, 악의적”

중국인이 곤충, 쥐, 머리카락을 먹는다고 묘사한 프로그램 장면. 중국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호주 ABC방송이 ‘중국 음식에는 곤충, 쥐, 머리카락이 사용된다’는 내용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내보낸 데 대해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중국 네티즌들은 서방 국가에서 코로나19 발병 원인으로 중국의 음식 문화를 지목하는 와중에 이런 방송이 나온 데 대해 분노했다.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국제 조사 문제로 악화된 중국과 호주 관계는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중국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호주 ABC방송이 이달 방영한 프로그램에는 고대 중국의 황후 우제티안이 등장한다. 백인 여성이 연기한 우 황후는 곤충과 쥐, 해파리, 머리카락을 먹고 있고 관람객 두 명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한다. 관람객들이 역겨워하자 우 황후는 “중국에선 평범한 일(perfectly normal)”이라고 말한다.

이 에피소드는 영국 BBC가 소유한 어린이 텔레비전 브랜드인 CBBC가 2015년 방영한 코미디 ‘끔직한 역사’ 6번째 시즌에서 따 온 것이다. 이를 호주 ABC방송의 어린이 채널인 ABC Me가 이달 방영했다.

중국 소셜미디어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중국인을 낙인찍는 인종차별적 행위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고 ABC방송에 프로그램 삭제와 사과를 요구하는 글도 줄을 이었다. 중국계 호주인들은 ABC방송의 중국인 혐오에 항의하는 온라인 청원에 나섰다. ‘학교에서 중국 아이들을 조롱하고 괴롭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중국인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청원글에 22일 밤 1300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천홍 화둥사범대 호주학센터장은 글로벌타임스에 “이 프로그램은 일부 서구 정치인들이 코로나19 발병을 이유로 끊임없이 중국을 공격하고 중국 음식 문화에 대한 비방전을 전개하는 순간에 방영됐다”며 “이는 악의적이고 모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의 한 중국인 유학생은 “그들이 이중잣대를 가진 편향된 서구인들이 아니라 진정으로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과 호주 관계는 날로 악화하고 있다. 호주 정부가 지난 4월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한 뒤로 중국은 호주산 석탄, 쇠고기, 와인, 보리, 설탕 등에 대한 수입을 제한하는 등 전방위 보복에 나섰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캔버라 주재 중국 대사관은 최근 현지 언론 기자들을 불러 호주 측의 반중 사례 14개를 적시한 문건을 전달하며 호주를 비판했다. 호주가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독립 조사를 요구한 것,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세대(G) 네트워크 사업 참여를 막은 것 등을 반중 정책으로 꼽았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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