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잡기 위해 경유값·전기료 인상?… 논란 예고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함께 만든 미세먼지·기후위기 극복 방안 중장기 국민정책제안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미세먼지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3~5년 이내에 경유 가격을 휘발유 수준으로 올리고 2030년까지 전기요금에 환경비용 50%를 반영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이 나왔다. 경유세·전기요금 인상은 서민 경제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기후 악당’ 벗어날 미세먼지 해법은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3일 미세먼지·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국민 정책제안’을 발표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사회·경제구조에 대한 과감한 체질개선 없이는 탄소 경제라는 성장의 덫에 빠져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2030년 초미세먼지(PM2.5) 관리 목표를 지난해(23㎍/㎥)보다 34.7% 감축한 15㎍/㎥로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회의는 경유차 수요 억제를 위해 휘발유와 경유 상대 가격을 100:95 또는 100:100으로 단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경유세가 1ℓ당 530원, 휘발유세가 1ℓ당 746원이니 3~5년간 세금을 올려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다. 휘발유·경유값을 같게 할 경우 3년간 전국의 직접배출 초미세먼지는 147t(1.5%), 질소산화물은 9299t(2.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연기관차 퇴출 시기도 구체화했다. 환경회의는 2035년 또는 2040년부터 무공해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만 국내 신차 판매를 허용하는 등 친환경차로의 전환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건의했다. 경유차 등은 이전에라도 신차 판매 제한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기요금에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환경비용 50% 이상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기오염물질·온실가스 처리 등에 쓰이는 비용을 국민이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월 전기요금이 5만원이면 2030년엔 7700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연료값이 오르면 전기요금에도 변동률을 적용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2045년 이전까지 석탄발전 비중을 0%로 감축해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서민 부담 현실화” vs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날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발표한 내용은 ‘국민 정책제안’이 전제지만, 정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만큼 실제 정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경유값·전기요금 등의 인상 제안은 서민 경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009년부터 경유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통행료·주차비 등을 감면해주는 ‘클린디젤’ 정책을 약 10년간 이어왔는데, 불과 2년 만에 경유세 인상을 결정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계도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온갖 세금 증세가 지속되는데 경유값과 전기요금마저 오르면 서민 경제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저탄소 사회로 가려면 국민의 고통 분담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는 의견도 있다. 문승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전기요금에 환경비용을 반영하고 경유값을 현실화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비용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경유값이 오르면 비용 부담이 따르지만 경유차 판매 감소 효과는 분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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