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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윤 파국’ 관전만 하는 文…대통령의 책임정치는 어디로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계속 침묵
지지층과 원칙 충돌 감안 분석도
“결국 임명권자가 풀어야” 목소리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으며, 그에 대해 별도 언급은 없었다”(11월 24일).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관하여 청와대는 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도록 지시하거나 장관으로부터 수사지휘권 행사 여부를 보고받지 않았다”(10월 2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폭발하던 고비마다 청와대가 내놓은 반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사람의 갈등이 국정 현안을 집어삼킬 때도 침묵하며 최대한 거리를 둬 왔다. 하지만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법적 다툼까지 예고된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만큼 이제는 행정부 수반인 문 대통령이 직접 정치행위로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는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배제한 것에 대해 25일 추가설명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법원으로 가겠다고 밝힌 사안에 대통령이 ‘하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며 “임기가 있는 공무원을 나가라고 할 수 없다. 위법사항이 있으면 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 징계 제청에 대한 재가 여부에도 “법적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여성폭력 추방주간’과 관련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든 폭력이 범죄이지만, 특히 여성폭력은 더욱 심각한 범죄”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 임명 이후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 인사 등으로 윤 총장과 수차례 충돌할 때마다 최대한 거리를 둬 왔다. 그동안 북한의 한국 공무원 사살 등 껄끄러운 현안도 공개석상에서 입장을 밝히면서 마무리 지은 것과 비교하면 너무 다른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공식 석상은 물론 비공개 자리에서도 윤 총장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다르지만 ‘거취 논란’이 있었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재신임한 것과 비교해도 크게 다른 대응이다. 보수야당에서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불법행위를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여권에선 윤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지지층과 “임기제 공무원은 임기를 지켜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원칙이 충돌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원칙주의자인 문 대통령으로서는 윤 총장의 중도 사퇴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임기제 공무원은 임기를 지켜야 한다는 게 대통령 원칙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법으로 임기가 2년 보장된 윤 총장을 해임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원칙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법적 절차’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개입할 경우 누구 손을 들어주더라고 사회가 또다시 양분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을 압박한다면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의 이탈이 예상된다. 반대로 추 장관 등 여권에 자제를 요청할 경우 지지층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 예민한 국내 정치와는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것이 지지율 유지에도 결국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최고 통치권자로서 자신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의 법적 다툼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법적 싸움까지 간 ‘추·윤 파국’을 조율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은 두 사람의 임명권자이고 추·윤 갈등은 국가기구 간의 충돌이기도 하다”며 “문 대통령이 이걸 놓아두면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법무부·검찰, 나아가 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문 대통령이 추·윤 파국 같은 갈등 사안에는 침묵하고 있다. 두 사람을 임명한 대통령 책임성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대통령 침묵이 길어질수록 대통령 지지와 반대 프레임이 아니라 무능과 불신의 프레임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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