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카페 대신 맥도날드 간다네요”…카페 취식 금지에 자영업자들 반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24일 서울의 한 카페 앞에 "테이크 아웃만 가능"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카페 홀 매장 이용이 안 되니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네요. 똑같은 커피를 파는데 어딘 되고, 어딘 안 되고 불공평한 것 아닌가요? 저흰 영업정지나 다름없는데요.”

지난 24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이번에는 프랜차이즈형 카페만이 아니라 동네 소규모 매장까지 모든 카페에서 전 영업시간 포장과 배달만 가능해지면서 동네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지난 8~9월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당시에는 영업제한을 받지 않았기에 그 타격이 더 크다는 게 자영업자들 이야기다. 그런데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에서 커피를 마시는 건 가능하다보니 영업제한의 기준을 놓고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기 수원시에서 디저트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35)는 “왜 식당, 패스트푸드점은 되고 카페만 안 되냐”며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청원을 올렸다.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기는 식당이나 패스트푸드점, 카페 모두 동일한데 카페만 영업에 제한이 있는 게 불공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거리를 나가보니 서울의 한 버거킹 매장에는 1, 2층에 마련된 좌석의 절반 이상에 손님들이 앉아 있었고,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시켜놓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A씨의 청원에는 25일 오후 5시 기준 1300여명이 동의했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커피, 음료, 디저트류를 주로 판매하는 식당’ 같은 애매한 기준으로 영업제한 조치를 해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로 판매한다’는 것의 기준이 모호하다보니 음식과 커피를 모두 판매하는 매장에서 영업을 정상적으로 하는 것을 보고 인근 카페에서 신고를 하는 등 소상공인들끼리 감정이 상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한 자영업자는 “정부 조치를 잘 따라서 홀 영업을 안 하는 사람만 바보 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의 한 카페 입구에 '테이크아웃 시 500원 할인'을 안내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진영 기자

동네 카페의 경우 배달 수요가 전무한 수준이다보니 불만이 더 컸다. 서울 중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50대 문모씨는 “배달주문은 거의 없다”며 “스타벅스 같이 크고 유명한 카페는 배달 수요가 있을지 몰라도 동네 카페는 담소를 나눌 공간을 찾아오는 손님이 대부분인데 굳이 배달을 해서 먹겠나”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2.5단계 시행 당시 매출이 80%가량 줄었는데 이번에는 매출의 10%도 되지 않는 포장과 배달만으로 버텨야 하니 매출 타격이 더 클 것이라 걱정하기도 했다. A씨는 “사실상 영업정지 수준이니 인근에서 카페 하는 사장님들 중 절반은 2주간 휴업이나 영업시간을 단축한다더라”고 말했다.

고육지책으로 ‘음료 포장시 1000원 할인’ 등의 이벤트를 하는 동네 카페들도 많았다. ‘함께 코로나를 이겨내자’며 내건 할인 이벤트지만 실상은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받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할인 이벤트라도 해야겠다”며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글이 심심찮게 보였다. 카페가 2층에 위치해있는 문씨도 500원 할인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할인이라도 하면 손님이 1명이라도 올라오지 않을까 싶어서 간절한 마음에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24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 사용하지 않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뉴시스

자영업자들은 무조건적인 영업제한 조치만 할 게 아니라 피해를 입을 자영업자들을 고려한 대책도 함께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각 매장들에서 더욱 철저하게 방역수칙 등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가 관리·감독·교육을 강화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코로나19가 당장 종식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모두가 조심하고 노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부가 이에 앞장서면 자영업자들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A씨는 “이런 정책을 내놓을 때 우려되는 부분들을 더 면밀하고 세심하게 검토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보조금 지원 등 금전적인 지원을 당장 또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정부가 노력하는 제스처라도 보여준다면 이런 불만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