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억 집주인, 종부세 폭탄에 이사? 기사 읽다 열받았다”

종합부동산세 바라보는 30대, 몇가지 시선


“세금폭탄, 벌금, 혹은 국가에 내는 월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말이다. ‘월급 뺏겼다’ ‘한숨 나온다’ 등의 표현이 더해진 폭탄은 당장이라도 터질 듯 위험하게 그려진다. 올해 종부세 대상자는 지난해보다 14만9000명 늘어난 66만7000명. 세액도 9216억원 늘었다. 고지서를 받아든 이들은 “정부가 집 가진 사람을 죄인 취급한다”며 부글댄다.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건 온통 성난 집주인들 목소리뿐이지만 종부세 폭탄론이 엄살처럼 들리는 사람들도 있다. 무주택자와 소형 저가 주택을 보유한 젊은층이다. 물론 이들 내부에도 찬반은 엇갈린다. 하지만 종부세 비대상자들의 소극적 찬성 목소리가 이해 당사자의 적극적 반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게 들리는 건 맞다.

25일 국민일보는 찬반 양론의 균형을 위해 30대 직장인 3명을 인터뷰해 집주인들의 항의에 묻혀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전달한다. 모두 종부세 폭탄론이 불편한 이들이다. 1명은 전세를 사는 무주택자이고, 1명은 부모 소유 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또 다른 1명은 유일한 유주택자로 9억원 이하 수도권 아파트를 본인 명의로 갖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종부세 논쟁을 날것 그대로 바라보고, 솔직한 감정을 털어놨다. 기사는 이들 3명이 한 이야기를 1인칭으로 재구성했다.

서울 도심 아파트숲의 모습. 연합뉴스

김현수씨(가명·31·무주택자) "종부세? 피라미드 꼭대기 얘기"

“아니 종부세는 무슨(자조적 말투). 종부세는 나와 아무 관련 없는 일이다. 현재 서울 전셋집에 살고 있다. 종부세는 피라미드 구조 맨 위에 있는 소수의 얘기 아닌가. 난 설국열차를 타면 뒤편에 탈 법한 사람이다. 부모님도 종부세 대상이 되려면 턱도 없다. 40, 50대가 돼서도 종부세를 낼 일은 없을 것 같다. 초고가로 가격이 형성된 곳은 어차피 못 들어가는 주택이다. 다주택자들에게는 6억원 이상 주택에도 종부세를 부과한다지만, 그래봤자 마찬가지다. 그런 집을 사려면 내 인생과 가진 모든 것을 다 털어야 하는 상황이다.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는다.

솔직히 미래의 내 집이 종부세 대상이 되면 짜증은 날 것 같다. 하지만 큰 방향성이라는 게 있다. 우리나라는 보유세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보유세 상향이 맞는 방향이므로 피할 순 없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누군가 어느 세대에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금 내가 과세 대상이 아니라 조금 한가하게 말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종부세는 가만히 앉아 불로소득을 번 데 따른 결과나 다름없다.

과거 국정감사에서 화제가 된 얘기가 떠오른다. 서울 유주택자들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상위 0.1%가 전체 주택의 10%를 가지고 있다더라. 마치 중국 쌍끌이 어선처럼 주택을 다 쓸어가는 인간들에 대해선 누진적, 징벌적 과세가 더 필요하다. 미국 같은 경우 베벌리힐스 몇 십억짜리 집에 사는 사람들이나 캘리포니아 해변에 별장을 소유한 이들은 추가 보유세를 낸다더라.


종부세가 올랐다고 세금폭탄이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세금폭탄은 2005년 노무현정부 종부세 논란 때 나온 프레임 아니냐. 증세라는 게 폭발력 있는 이슈여서 정치적으로 폭탄 프레임을 만든 거 같다. 종부세는 소수의 다주택자들 빼고는 대다수가 그 취지에 공감할 텐데 언론이 이렇게 프레임을 짜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소수의 사례를 과장해서 기사를 만들어낸다.

다만 선의의 피해자가 있다는 건 맞는 거 같다. 진짜 실거주하는 1주택자의 경우 우리나라 수도권 과밀화 현상의 특성상 오로지 가진 건 달랑 집 하나이고, 그래서 종부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특별히 배려하는 게 맞다. 촘촘한 구제책이 필요하다.”


이민철씨(가명·32·무주택자) "종부세라도 내는 자산이면…"

“무주택자이지만 부모님 소유의 수도권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부모님도 종부세 과세 대상은 아니다. 종부세 논란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종부세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자산이 증식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도 든다. 종부세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서울의 주택 매물이 급증하거나 부동산 수요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종부세를 더 내더라도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어 양극화만 더 심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정부가 집값 올리고 종부세 걷어간다’는 식의 볼멘소리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집값 억제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장 수요가 자극된 게 더 큰 것 같다. 지금은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치면 국민은 어떤 배경에서 그 정책이 나오는지 분석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부동산을 억누르는 것은 상승세에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공약대로 세제 강화 정책을 조절 없이 시행하려다 보니 세금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 같다. 정부가 시장을 보고 속도를 조절했다면 불필요한 논란도 없었을 것이다.

종부세가 폭탄이라는 얘기도 일견 이해된다. 일단 주택을 소유하고, 그 집에 살고 있으면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다. 반면 종부세 대상이 된다면 그 액수는 삶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지표가 된다. 종부세 대상자 입장에서는 집값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 폭탄만 떠안은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종부세 인상 속도를 내 벌이가 따라가지 못할 때도 폭탄으로 느껴질 수 있다. 건강보험료 등이 당장 몇 만원 오르더라도 월급이 확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지듯 말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종부세 부과 대상자의 입장이다. 무주택자로서 폭탄 수준인지 아닌지 가늠이 잘 가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집값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종부세를 부과한다고 시장의 매물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올 것 같지는 않다. 거래세 인하 등의 정책적 요인이 병행된다면 시장이 조금은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정부가 집값 안정화라는 숫자에 매몰된 정책이 아닌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서 국민 공감을 얻어 시행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종부세라도 내는 자산 수준이면 좋겠다. 물론 미래에 내 환경이 달라지면 종부세를 바라보는 입장은 달라지겠지만.”

박영희씨(가명·33·유주택자) "24억 아파트 살며 30만원 무섭다고?"

“종부세는 9시 뉴스 언저리에서만 듣던 단어였다. 없는 세금이니 전혀 관심이 없었다.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도 그렇게 비싼 집에 살지 않는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다르더라. 몇 달 전 서울 근교에 아파트 한 채를 샀다. 지방에서 월세살이하며 일하다 서울에 와보니 집세가 감당이 안 되더라. 그동안 번 돈에 주택담보대출을 최대한 받아 보탰다. 3억원이 안 되는 20평대 아파트다. 물론 종부세 과세 대상도 아니다. 그런데 내 이름으로 된 집을 갖게 되니까 ‘나도 종부세를 내야 하나’라는 걱정부터 들더라. 그래서 전에는 관심도 없던 과세 조건을 자세히 찾아보게 되더라. 1주택자는 9억원짜리 집부터 종부세를 낸다고 하니까 안심이 됐다.

종부세에 반대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갖고 있던 원칙이었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이라는 자본의 특성상 많이 가진 만큼 세금을 내는 게 맞다고 본다. 올해 아파트 가격이 미친 듯 치솟으며 공시가격이 올랐다. 당장 팔 수는 없어도 한번 오른 집값이 다시 덜컥 내려앉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결국 불로소득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집값 올랐다고 좋아할 땐 언제고, 종부세를 걷으니 정부가 집값을 띄워놨다고 하소연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종부세가 폭탄이라는 말도 웃긴다. 서울 전체 가구 가운데 7% 정도만 종부세를 낸다고 들었다. 나머지 93%는 종부세와 관련 없다는 얘기다(25일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기준 서울의 종부세 대상 가구는 대략 9% 수준이다). 종부세 폭탄에 서울시민들이 피해 보고 있다는 말이 뻥튀기 중의 뻥튀기인 이유다. 일부 시민이 피해 보고 있다고 하면 적어도 이해는 되겠다.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지만, 종부세를 무조건 폭탄으로 매도하는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진짜 각성해야 한다.

특히 24억원짜리 강남 아파트에 사는 무소득 70대가 작년보다 종부세를 30만원 더 낸다는 기사를 보면 화가 치밀어오른다. 앞으로 종부세 오를 게 두려워 마포로 이사하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분에게 화가 나는 게 아니라 해당 매체에 분노한다. 종부세가 폭탄이라는 주장을 하려고 정말 극소수의 얘기로 기사를 썼다.

난 종부세를 내고 싶다. 지금 사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더 상급지로 점프할 거다. 그곳에서 또 더 나은 입지의 더 좋은 아파트로 옮기고 싶다. 수백만원의 세금을 한 번에 내면 가슴은 쓰라리겠지만 집값이 뛴 것에 비하면 상쇄되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때쯤 은퇴를 해 소득이 없다면 공제 혜택 정도는 빵빵하게 줬으면 좋겠다. 사람이라는 게 이렇게 이기적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누군들 안 그러겠나. 종부세 얘기를 하려면 강남 집주인들 말고 다른 사람들 욕망도 살폈으면 좋겠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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