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전 인테리어하는 옆집, 드릴소리 어떡할까요” [사연뉴스]

국민일보DB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해 총 12년 동안 배웠던 학업능력을 평가받는 날, 수능. ‘일생일대의 날’이라고 불리는 만큼 가족을 포함한 주변인들, 또 전 국민이 고3 학생들을 응원합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수능이 한 번 연기됐고 일주일이 남은 현재까지도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입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거라 예상되는데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일주일 남짓 앞둔 지난 25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고3 학생이 이웃 주민에게 쓴 것으로 추정되는 A4용지 한 장 분량의 장문의 글인데요. 학생이 중간고사, 그리고 수능을 앞두고 공사로 인한 층간소음에 분개해 쓴 일종의 ‘경고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능 D-8인데 2주째 드릴 소리 내는 가정교육 못 받은 무뇌들’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글에서 학생은 “학교는 지금 기말고사 기간이고 수능은 당장 다음 주 12월 3일인데 아침 9시만 되면 드릴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며 운을 뗐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이어 그는 “백번 양보해 저번 주는 그렇다 쳐도 이 시국에 코로나로 독서실, 카페 등 밖에도 못 가는 거 뻔히 알면서 (거리두기) 2단계 된 현시점까지 인테리어 사리사욕 챙기더라도 남의 인생에 피해 주지는 말아야지 이기적인 XX야”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내일부터는 네 부모 수가 홀수가 아닌 걸 증명하듯 그만 들렸으면 좋겠다”고 공사하는 이웃을 맹비난했습니다.

고3 학생은 또 “어린놈한테 욕먹으니까 기분 나쁘지?”라며 “욕먹을 짓이니까 반성하고 그만해줬음 한다. 안 그럼 당신 자식이 식물인간 판정받을 지도 모른다, 고스란히 몇 배로 돌아온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예의상 몇 호인 지는 안 밝힐 테니 행동하기 전에 생각 좀 해라. 나이 먹은 사람 훈계하기 나도 싫다. 나이대접 받고 싶으면 그에 맞게 행동하라”며 글을 마쳤습니다.

해당 사진은 한 커뮤니티에 ‘고3 학생의 인성’ 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오자마자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내용을 확인한 누리꾼들은 ‘코로나로 갈 데 없는 고3 학생이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랬겠나?’ ‘이해한다’는 반응과 ‘아무리 화가 났어도 저런 막말은 심했다’ ‘아침 9시면 이른 시간도 아닌데 고3 학생이 예민하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고3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주민들끼리도 층간소음에 서로 주의하려는 노력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고3 인테리어 공사’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고3 학생이 있는데 공사를 진행해도 될까요?’ ‘고3 아이가 집에 있는데 옆집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해 며칠 미뤄달라고 부탁해도 될까요?’ 등의 고민 글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고3뿐일까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을 앞둔 사람들은 주위에 많습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공무원 시험에 대비하고, 각종 국가고시를 앞둔 이들은 오늘도 이런저런 소음과 걱정거리들을 떠안은 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을 겁니다. 이웃을 향해 욕설 담긴 경고문을 붙이는 대신 말입니다. 배려는 아름다운 일이지만, 우주가 고3을 배려하기 위해 돌지는 않습니다. 공부할 시간을 쪼개 A4용지 가득 비난을 적은 사연 속 학생도 언젠가 그걸 깨달을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송다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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