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남성은 피해자’라는 거짓말… 오바마가 꼽은 트럼프 득표 비결

“공화당이 만든 서사에서 백인 남성은 피해자… 이치 안 맞는 주장이지만 내면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노스마이애미의 플로리다국제대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위한 지원 유세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선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약 7300만표) 비결로 ‘거짓된 정치 선동’을 들었다. 백인 남성이 ‘사회적 희생양’이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왜곡된 서사에 선동된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높은 득표율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25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 ‘더브렉퍼스트쇼’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인을 돌보고 보호해야 하는 기본적인 의무마저 저버렸다”면서 “그럼에도 트럼프 지지자들은 ‘민주당에게 공격받고 있다’는 믿음에 갇혀 트럼프의 재선을 도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프레임 전쟁을 들었다. 객관적인 정책이나 통계보다 어떤 서사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폭스뉴스와 보수교회에서 ‘민주당이 성탄절을 부정하고, 흑인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개인 총기를 빼앗으려 한다’는 말을 듣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어 “공화당이 만든 서사에서 백인 남성은 피해자”라며 “역사·경제·통계 어느 방면으로 살펴봐도 이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지만 그들(백인 남성)은 그런 말만을 듣고 내면화를 했기 때문에 그렇게 믿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일부 남성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는 이성보다는 심리적인 이유에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정권하의 8년 동안 여성과 동성애자의 권리가 강화된 것을 자신의 성(性)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애틀랜틱은 이어 “그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잃어버린 부와 경제력을 되찾고 싶은 심정으로 트럼프를 영웅화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코로나19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행위에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것도 이런 영웅화 심리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이 재임 시절 유색 인종을 위해 크게 노력하지 않았다는 진행자의 지적에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독재 군주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진행자가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군주처럼 행동하며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지 않았느냐”고 묻자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건 헌법과 규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라며 “나는 그러지 않고도 흑인 사회에 많은 것들을 안겨줬다는 걸 수치로 입증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의회, 특히 상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들이 행정부와의 협치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임기 말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이끄는 상원과의 갈등 끝에 추진하던 주요 정책들이 좌초되는 경험을 겪었다. 현재로서는 공화당이 다시 상원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바이든 정부도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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