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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딸의 얼굴은 피투성이였습니다, 그는 살인자입니다”

음주운전 피해자 대만인 유학생 부모
한국 판사에게 보내는 손편지 국민일보에 공개

쩡이린씨와 부친 쩡칭후이씨(왼쪽 사진), 모친이 보내온 손편지. 쩡칭후이씨 페이스북 캡처

최근 한국인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대만 유학생의 부모가 한국 판사에게 보내는 손편지를 국민일보에 공개했다. 음주운전자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이들은 한국 국민을 향해 동참을 호소했다.

대만 유학생 쩡이린(曾以琳·28)씨의 모친은 26일 “우리 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도와주길 바란다”며 가해자인 음주운전자 엄벌을 요청하는 손편지를 국민일보에 이메일로 전달했다. 모친은 “딸을 아는 모든 사람이 한국 정부가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도록 탄원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하는 영문편지도 함께 보냈다.

모친은 손편지에서 “제 유일한 딸아이는 경솔하고 자신밖에 모르는 음주운전자에 의해 횡단보도에서 치여 죽었다(딸은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넜고, 음주운전자는 신호위반이다). 이렇게 잔인하게 내 어리고 아름다운 딸아이를 죽였다”며 “저는 이 음주운전자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딸아이가 차에 치였을 때 얼마나, 얼마나 아팠을까. 우리는 그것을 생각할 때면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며 “딸은 매우 유망한 앞날과 아름다운 나날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아프고 또 아프다. 우리처럼 백발이 성성한 부모가 비참하게 그녀를 화장터로 보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병원에 있는 딸아이의 얼굴은 피투성이였다. 삼베 옷을 입혀 관에 넣고 딸을 화장터로 보내는 장면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며 “그녀가 없어지고 우리도 살아갈 희망을 잃었다. 우리는 모두 부숴졌다”고 고통스러운 심경을 전했다.

모친이 보내온 영문편지(왼쪽 사진)와 손편지.

그는 이어 “우리는 살인자의 잔인함 때문에 살아갈 모든 목표를 잃어버렸다. 내 유일한 보물인 딸아이를 잃자 우리는 모든 것이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며 “딸에게 우리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보고 싶은지, 얼마나 아끼는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얼마나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싶은지 말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다. 우리들의 마음은 깨지고 부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는 “법관님께 유일한 부탁이 있다면 우리들의 소중한 딸아이를 돕고, 백발이 성성한 비참한 우리 노인네들을 도와 이 비참한 사건에 대해 살인자에게 가장 엄중한 형벌을 내리는 것”이라며 “정의와 공정함을 우리 딸과 우리에게 되돌려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6일 서울의 한 대학에서 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만 유학생 쩡이린은 교수를 만나고 귀가하던 중 횡단보도에서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치인 뒤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졌다.

EBC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딸의 사고 소식을 접한 아버지 쩡칭후이(曾慶暉)씨는 한국에 도착해서야 무남독녀였던 딸을 죽게 한 것이 음주 운전자의 신호위반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 부부가 지난 23일 한국인 친구의 도움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횡단보도 보행 중 음주 운전자의 사고로 28살 청년이 사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26일 오후 기준 1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쩡이린씨를 친 운전자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험운전 치사)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아래는 판사 측에 보내는 손편지 전문.

존경하고 정의롭고 공정한 법관님

저는 쩡이린의 어머니입니다. 저는 지금 마음이 부서지면서 편지를 당신께 보냅니다. 제 유일한 보배인 딸아이는, 경솔하고 자신밖에 모르는 음주운전자에 의해 횡단보도에서 치여 죽었습니다. (딸은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넜고, 음주운전자는 신호위반입니다) 이렇게 잔인하게 내 어리고 아름다운 딸아이를 죽였습니다. 저는 이 음주운전자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입니다. 내 딸아이가 차에 치였을 때 얼마나, 얼마나 아팠을까요. 우리는 그것을 생각할 때면 숨이 쉬어지지 않습니다. 그녀는 매우 유망한 앞날과 아름다운 나날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아프고 또 아픕니다. 우리처럼 백발이 성성한 부모가 비참하게 그녀를 화장터로 보내게 만들었습니다. 병원에 있는 딸아이의 얼굴은 피투성이였습니다. 삼베 옷을 입혀 관에 넣고, 딸을 화장터로 보내는 장면을 우리는 잊지 못합니다. 그녀가 없어지고, 우리도 살아갈 희망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부숴졌습니다. 우리 두명의 노인이 그녀의 아픔을 대신하고, 그녀가 다시 아름다운 미래와 꿈, 생명이 있다면 우리가 대신할 것입니다. 우리는 살인자의 잔인함 때문에 살아갈 모든 목표를 잃어 버렸습니다. 내 유일한 보물인 딸아이를 잃자, 우리는 모든것이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정말로 떠나갔고, 우리는 더이상 그녀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녀에게 우리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보고 싶은지, 얼마나 아끼는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얼마나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싶은지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습니다. 다시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더이상 불가능합니다. 우리들의 마음은 깨지고, 부숴졌습니다. 법관님께 유일한 부탁이 있다면 우리들의 소중한 딸아이를 돕고, 백발이 성성한 비참한 우리 노인네들을 도와, 이 비참한 사건에 대해, 살인자에게 가장 엄중한 형벌을 내리는 것입니다. 정의와 공정함을 우리 딸과 우리에게 되돌려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11월 15일 쩡이린 모친


김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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