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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에서 커피·담배… 재래시장 노상 카페는 ‘방역 취약지대’

시민들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A 재래시장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다. 손님 일부는 담배를 피우고 있기도 했다. 황윤태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지만 재래시장 노상 카페 등은 방역 사각지대였다. 이들 카페에서는 체온 측정이나 출입명부 작성은 물론 신용카드 결제도 안돼 이용자 파악도 쉽지 않아 보였다.

지난 25일부터 서울 종로구와 중구 일대의 재래시장들을 둘러보니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종로구 A재래시장 입구에 위치한 한 카페는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매장 내 취식이 중단됐음에도 길거리에 친 천막 안에 테이블을 설치해 손님을 받고 있었다.

취재진이 커피를 주문하고 신용카드를 건네자 카페 주인은 “카드를 받지 않는다”며 계좌이체를 요구했다. 주문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나갈 때까지 QR코드 인증이나 수기명부 작성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여기에서 앉아서 마셔도 되느냐’는 물음에 주인은 “오전에 (보건소) 단속이 한 차례 지나갔다. (보건소 관계자들이) 매일 여기만 올 수 없지 않겠느냐”며 별 일 아니라는 듯 답했다. 명부도 작성하지 않고, 신용카드 사용 기록도 없이 만약 코로나19 확진자가 이곳을 방문한다 해도 밀접 접촉자를 제대로 구분하기 어려워 보였다. 일부 손님은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이곳 뿐 아니라 다른 재래시장 여러 곳에서도 거리두기 조치를 위반한 모습이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근처 B재래시장의 한 가게는 꽃과 커피를 동시에 팔고 있었는데, 인도에 테이블을 여러 개 펼쳐놓고 “실외니 앉아서 마셔도 된다”며 호객하기도 했다. 먹거리로 유명한 C재래시장에서는 70대 이상으로 보이는 노인 여러 명이 쌍화차 한 잔을 나눠 마셨다.

이 같은 재래시장 노상 카페의 ‘변칙 영업’ 때문에 인근 카페 주인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A재래시장 인근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우리는 바보라서 의자 치우고 손님들에게 ‘가지고 나가주셔야 한다’며 읍소하는 줄 아느냐”면서 “구청에서 나오는 단속도 ‘하지 마세요’라고 주의를 주는 수준이니 무시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야외에 판매대를 내놓고 주스 장사를 하던 성모(57)씨도 “방역수칙 지키기 위해 패딩점퍼 입고 야외 매대를 지키는데, 저런 곳을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도 우려를 표했다. 인근 의류상가에서 일하는 20대 도매업자 송모(29)씨는 “저런 카페에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퀵 배송기사나 인터넷 쇼핑몰 사장들”이라며 “하루 종일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행여나 무증상 감염자라도 있으면 시장 전체를 폐쇄해야 할 지도 모른다”이라고 걱정했다.

단속에 나서는 구청과 보건소 관계자들은 제보나 신고를 받아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영업정지 처분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상인들 사이에서 ‘단속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돌면 셔터를 내리고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감염병예방법에 의거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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