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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만 바라보는 스토브리그 깨는 등급제…경쟁 불 붙일까

‘대어’에만 집중된 FA 시장서 등급제 도입으로
베테랑 자원 영입에 부담 없는 고려가능

FA 시장 자격을 취득한 KIA 타이거즈 간판 투수 양현종. 연합뉴스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는 이번 시즌부터 프로야구의 또 하나의 리그로 불리는 스토브 리그에 자유계약선수(FA) 등급제를 새로 도입했다. 등급제는 나이가 많거나 연봉이 낮을수록 FA 선수들의 등급이 낮아지고, 등급이 낮아질수록 구단이 해당 선수를 영입하는 데에 져야 하는 부담이 줄어드는 식이다. KBO 관계자는 “구단별로 유불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리그 전체로서는 FA시장 활성화로 ‘전력 평준화’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FA시장의 활성화로 더 경쟁적인 리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근 3년간 FA 시장은 얼어 붙어있었다. 자유계약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실제로 지난 3년 동안 이적을 한 선수는 단 4명뿐이다. 2018년에는 두산 베어스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외야수 민병헌과 롯데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포수 강민호가 있었다. 2019년에는 두산에서 NC 다이노스로 이적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양의지가, 2020년에는 기아 타이거즈에서 롯데로 이적한 내야수 안치홍만이 있었다.

LG 트윈스 김현수. 연합뉴스.

3년간 ‘자유’를 얻은 단 4명의 선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구단과 계약한 46명 원구단과 재계약했다. 한 구단이 다른 구단의 FA를 영입하려고 할 때 다른 구단에 보상해야 하는 조건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이적한 그 4명 모두 4년간 계약(강민호는 2+2년)을 하는 장기 계약을 맺고, 금액도 4명 중 가장 낮은 강민호가 56억원(옵션 6억원 포함)하는 거물급 계약만이 있었다. 사실상 구단이 큰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FA 선수가 이적하는 일은 드문 일이 되어온 것이다.

KBO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전 FA 시장이 얼어붙은 가장 큰 이유를 “보상선수 때문”이라고 꼽았다. 기존 FA 시장에서는 영입이 성사되고 나면 계약을 체결한 선수의 모구단에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 중에서 한 명으로 보상해야했다. 보통 보호선수는 당장 다음 시즌의 주축 멤버로 채우기도 모자라다. 투수만 따져도 선발 5명에 불펜 5명을 하면 10명이 훌쩍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20명에 제외된 선수 중 모구단에서는 나이 든 선수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어린 선수를 데려가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보상금도 들고 젊은 선수도 내줘야하는 FA시장에선 베테랑 선수들이 설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뉴시스.

게다가 최근 선수 발굴과 육성을 더 중요시하지 않는 구단이 없는 만큼 베테랑 선수를 위해 유망주를 포기하려는 움직임도 미미했다. 그래서 팀 전체에 큰 영향을 줄만큼의 거물급 선수에 대한 영입시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영입이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스토브 리그에서 새로운 등급제 도입으로 FA시장이 활성화될 길이 열리게 됐다.

이번에 바뀌는 등급제는 A, B, C 세 등급으로 나뉜다. A등급(구단 순위 3위 이내, 전체 순위 30위 이내)의 경우 연봉의 300% 또는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 20명 외 선수 1명 보상이라는 기존 보상 방안을 그대로 유지한다. 주전 플레이어급 선수는 기존대로 FA 시장에 제약을 두겠다는 것이다.

B등급(구단 순위 4∼10위, 전체 순위 31∼60위)은 연봉의 200% 또는 연봉의 100% 보호선수를 25명 외 선수 1명 보상으로 완화했다. 보호선수를 5명 들리고 연봉보상액 부담을 100% 낮춘 것이다. C등급(구단 순위 11위 이하, 전체 순위 61위 이하) 선수의 경우 선수 보상 없이 전년도 연봉의 150%만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 연합뉴스.

이 같은 변화에 당장 이번 시즌 쟁쟁한 선수들의 이적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시즌 타격 1위 최형우와 국가대표 에이스 투수 양현종이 B등급으로 분류된 것이다. 롯데의 타격왕 이대호도, LG의 주포 김현수도 B등급이다. FA시장에서 재취득 선수는 B등급을 받는 것이 규정이기 때문이다. FA시장에 3번째 나오는 선수는 C등급을 받게 된다. 만 35살이 넘어 처음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에 대해선 C등급을 부여하게 돼 올 시즌 KT 불펜에서 맹활약했던 유원상과 LG의 전천후 백업 요원으로 뛰었던 김용의가 C등급을 받았다.

등급제 도입으로 FA에서 ‘대어’뿐만 아니라 부담 없이 베테랑 자원 영입에 대해 고려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상선수 문제로 장기계약으로 FA 영입선수를 붙잡아야 하는 부담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은 경험으로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베테랑 선수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FA 시장으로 이적한 두산에서 NC로 이적한 양의지나 LG의 김현수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다시금 일깨워줬다. 등급제로 FA시장이 얼마나 뜨거워질지 이번 스토브 리그에 이목이 쏠린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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