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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선택 90%는 신호 보냈다…“못자고 주변 정리하면 의심해봐야”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모습. 27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에 따르면 2015~2019년 극단적 선택을 한 사망자 중 93.5%가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였다. 뉴시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망자들의 90% 이상이 생전에 징후를 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을 정리하거나 수면·감정상태가 급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접적으로 죽음을 자주 언급하거나 밥을 지나치게 많이 또는 적게 먹는 경우도 잦았다. 갑작스레 주변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물건을 주는 경우도 위험 신호였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2015~2019년 자살사망자 566명을 상대로 한 심리 부검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심리 부검은 사망자의 생전 기록이나 지인들과의 면담 등을 통해 어떤 경로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분석하는 과정이다. 이번 심리 부검에는 유족 683명과의 면담 결과, 사망자의 정신과 치료 이력 등이 활용됐다.

분석 결과 전체 대상자 중 88.9%는 생전에 정신건강 관련 문제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우울장애의 비율이 64.3%로 가장 높았다.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도 작용했다. 가족관계, 경제적 문제, 직업 등 사망자 한 명당 평균적으로 3.8개의 스트레스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사망자들의 스트레스는 주로 대인관계 문제에서 시작됐다. 30대는 직장 관련 스트레스가 컸다. 40대 남성에서는 사업 실패 등의 경제적 문제가 대인관계와 직업적 문제로 이어졌다. 같은 연령대 여성에서는 우울장애 등의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관계를 끊는 양상이 관찰됐다. 50대 여성은 가족, 60대 남성은 부부 문제, 70대 이상은 아픈 몸 때문에 주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자살사망자들의 90% 이상은 죽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주변을 정리하는 등 극단적 선택의 징후를 보였다.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많이 잤고, 감정 상태의 변화도 강하게 나타났다. 34세 이하의 사망자들은 주로 극단적 선택 직전에 외모 관리를 멈추고 몸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35~49세에서는 타인에게 갑자기 용서를 구하는 등 인간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과 대인기피가 나타났다. 50~64세에서는 식사 상태와 체중의 변화가 두드러졌고 65세 이상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을 타인에게 줬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이런 경고신호를 인지한 비율은 22.5%에 불과했다.

가족 내에서 비극이 되풀이된 경우도 상당수 확인됐다. 46%의 자살사망자들이 생전에 다른 가족 구성원의 극단적 선택이나 시도를 경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가족이 있었던 비율은 68.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비대면과 고립이 심화될 것이라며 정신건강 증진 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개최된 ‘2020 정신건강비전 공개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석한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비대면과 독존, 감시, 무인화 등을 특징으로 한다”며 “개인의 정체성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우석훈 성결대 교수는 코로나19발 경제적 격차 또한 정신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향후 심리 부검을 확대해 특정한 직업군이나 상황에서의 자살사망원인을 분석할 방침이다. 또 현재 광주와 강원도, 인천에서 시행되고 있는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 지원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심리 부검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자살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촘촘한 예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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