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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태풍’ 셰필드는 어떻게 EPL 꼴찌가 됐나

‘변칙전술 핵심’ 오코넬 시즌아웃 결정적
주전 의존 심한 전술도 경기력 발목

크리스 와일더 셰필드 유나이티드 감독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홈구장 브라말레인 스타디움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상대하던 중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표정을 찌푸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지난 시즌 독창적인 전술로 돌풍을 일으켰던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중반 상위권까지 넘본 지난 시즌과 달리 일정 약 4분의 1이 지난 시점에서 꼴찌로 쳐진 상태다. 지난 시즌 주역들의 이탈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단순하게만은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의 부진이다.

27일(현지시간) 기준 셰필드는 리그 9경기를 치르고도 승리가 없다. 건진 승점은 지난달 18일 홈경기에서 풀럼에 무승부를 거두며 챙긴 1점뿐이다. 이 한 경기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패했다. 승격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 유럽대항전 진출권을 눈앞에서 놓칠 정도로 선전했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수비가 무너지자…팀도 무너졌다

지난 시즌 셰필드의 강력함은 수비에서 나왔다. 그들이 38라운드에서 기록한 39실점은 이는 리그 1~3위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다음가는 수치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지난 시즌 철벽 수비진의 핵심 잭 오코넬이 빠지면서다. 오코넬은 지난 9월 14일 개막전이었던 울버햄턴 원더러스와의 경기 뒤 무릎 부상 사실이 보도됐으나 다음 리그 경기인 애스턴빌라전에 출장한 뒤 부상이 악화해 시즌 아웃됐다.

190㎝ 장신 수비수 오코넬은 단순한 수비 자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는 지난 시즌 셰필드 특유의 변칙 스리백 전술의 핵심이었다. 상대에게 혼란을 안겨준 적절한 공격가담과 정확한 볼배급, 제공권까지 와일더 감독의 공격적 전술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었다. 와일더 감독은 “지난 시즌 오코넬이 EPL에 빠르게 자리 잡은 게 팀에 도움이 됐다. 그의 부상은 자신에게나 팀에나 큰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셰필드가 상위권 턱밑까지 치고 나갔던 지난 시즌 중반의 수치를 살펴보면 그는 헤딩경합 승률, 공격지역 패스정확도 등까지 모두 수위를 차지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훌륭한 공격 선택지였던 건 말할 나위도 없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가 얀 베르통언의 대체자로 영입을 노린다는 루머가 돌았을 만큼 오코넬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존 플렉 등 공격·미드필드 자원의 부상도 있지만 오코넬의 공백이 유독 결정적인 이유다.

역동성이 사라진 팀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27일 셰필드의 부진을 다루며 “셰필드의 오버래핑 중앙수비수 시스템이 핵심자원의 부재 탓에 덜 역동적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시즌 왼쪽 측면에서 중앙수비수들의 오버래핑 덕에 미드필드가 관여하지 않은 채로도 많은 패스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덕분에 다른 선수들이 한 박자 늦게 골문으로 돌진할 수 있었고, 후방에 남은 미드필더들이 벌어진 공간에 자리잡고 깊은 위치에서 크로스를 올려줄 수 있었다.

올 시즌은 이런 패턴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중앙 미드필더가 지난 시즌에 비해 패스에 관여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주전 미드필더인 올리버 놀우드의 기량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이 경우 상대팀의 압박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오코넬의 공백이 공수 전반의 팀 색깔을 옅어지게 한 셈이다. 같은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와일더 감독은 지난 이적시장 막판 오코넬의 대체자를 찾으려 애썼지만 노리던 자원을 놓치거나 뺏겼다.

그나마 첼시에서 임대로 데려온 에단 암파두를 비롯해 올해 초 데려온 잭 로빈슨, 기존 자원 앤다 스티븐스는 오코넬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실패했다. 더비에서 데려온 윙백 자원 맥스 로위도 측면에서 헤매고 있다. 중앙 미드필드의 왼 측면을 맡던 플렉이 부상을 입으면서 주요 공격루트였던 왼쪽의 공백은 더 심해졌다. 어찌 보면 아무나 수행할 수 없는 와일더 감독의 전술이 거꾸로 제 발목을 잡은 셈이기도 하다.

버틸 수 있을까

보강을 안한 것도 아니다. 임대생 신분으로 지난 시즌까지 대활약한 딘 헨더슨 골키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셰필드 유소년 출신이자 잉글랜드 연령대 대표팀 출신 애런 램지데일을 거금 2050만 유로(약 270억원)를 주고 데려왔다. 리버풀이 애지중지하던 유망주 공격수 라이언 브루스터 영입에도 2600만 유로(약 340억원)이 들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든 영입자금은 총 6270만 유로(826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은 물론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대 공격진은 셰필드의 압박이 헐거워지면서 더 쉽게 수비를 공략하고 있다. 디애슬레틱이 인용한 스텟스밤(Statsbomb) 통계에 따르면 셰필드 수비진영에서 상대팀들은 올 시즌 경기당 패스를 36.60개 주고받는다. 지난 시즌보다 5.90개 높은 수치다. 셰필드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가 주고받는 패스는 경기당 9.78개로 지난 시즌 7.05개보다 눈에 띄게 많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이자 셰필드의 구단주 압둘라 빈 무사드는 아직까지 와일더 감독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계속 성적이 부진하다면 언제까지 지지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기존 주역들이 빠진 상황에서 영입생들이 활약을 해줘야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잃어버린 자신감 회복도 필수다. 디애슬레틱은 “(28일 열리는) 웨스트브로미치앨비언전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선수들이 다시 (스스로를 향한) 믿음을 회복할지 모른다”고 봤다. 와일더 감독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힘든 도전이지만 우린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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