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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내게 왔어요” 학대견 순이 품은 그녀 [인터뷰]

배우 장희령, 개농장에서 구조된 순이와의 인연
3개월의 기다림…“아이들에게 적응할 시간 주세요”
“갇힌 동물들 딱해…실내동물원이 제일 잔인해요”

배우 장희령과 3살 반려견 순이. 2018년 10월 학대 현장에서 구조된 1살 순이(왼쪽)는 좁은 닭장에서 자랐으며 사람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장희령 씨에게 입양된 이후 사랑스러운 반려견이 됐다. 본인 제공

선택 받는 삶은 고달프다. ‘픽미 픽미업…’ 철 지난 유행곡이 구슬프게 들렸다면 그건 한정된 기회를 잡아야 하는 절박함을 알기 때문이다.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의 삶도 그러하다. 찾아오는 사람도 적지만 어렵게 선택된 뒤에도 쉽게 파양 당한다.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린다는 점에서 화려한 연예인과 보호소 동물의 삶은 어딘가 닮았다.

보호소 강아지의 간절함을 안아준 연예인이 있다. 지난 25일 배우 장희령과 반려견 순이를 한남동의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20대 여성 사이에서 ‘사복여신’ ‘수지절친’ 등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SNS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40만명인 장희령은 “6살 무렵부터 유기견들과 함께 자랐다”며 활짝 웃었다.

순이를 품은 배우 장희령. 본인 제공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있을까요? 바쁜 하루를 마치고, 순이를 안고 잠들 때 가장 행복해요.”

지금의 발랄한 순이가 있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학대의 기억 탓에 낯선 남자만 보면 덜덜 떨었고, 스케줄 장소로 이동할 때면 차멀미로 힘들어했다. 여느 입양자라면 파양을 고민할 징후인데 장희령은 “쉽게 판단하면 안 된다. 아이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며 3개월 넘게 노력했다고. 브이로그에서 만나던 밝은 미소 속에는 작은 생명을 향한 진심 어린 공감이 담겨있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인터뷰의 주인공 배우 장희령과 반려견 순이

“버려졌지만 예쁜 얼굴들…6살부터 유기견과 함께였어요”

-드라마 배우, 광고 모델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했는데, 최근 활동은

“한달 전에 영화 촬영을 마쳤다. 단편 영화인데 가제 ‘밤의 손님들’이라는 살벌한 스릴러다. 촬영하다 이마에 작은 화상을 입는 해프닝도 있었다. 팬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코로나19 유행 전부터 브이로그를 운영했다. 틈틈이 식당, 카페를 다니는 모습을 담았다. 촬영과 편집은 친언니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언니랑 수다 떨면서 휴대폰 앱으로 편집하다 보면 반나절 정도 걸린다. 원래 스케줄을 마치고 반려견 순이랑 카페를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는데 코로나가 다시 터져 자유로운 일상을 담을 수 없다. 소재가 떨어져서 고민이다. 집을 카페처럼 꾸미고 새로 촬영하느라 한 달 정도 브이로그를 쉬었다. 새로운 영상이 곧 올라온다.”

장희령은 차기작에서 명랑한 말괄량이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평소 기분이 배역의 영향을 받는다면서 원래 성격도 밝은 편이어서 그런 캐릭터를 담당하면 무척 행복할 것 같다고 한다. 장희령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이 반려견 순이더라. 학대현장에서 구조된 견공이라던데

“2년 전 딱 이맘때였다. 삽살개처럼 생긴 강아지의 사연을 SNS에서 봤다. ‘좁은 닭장에서 평생 키워진 작은 강아지를 개농장에서 데려왔다’는 소개글이었다. 사진 속 순이는 목욕을 못해서 털이 마구 뭉쳤는데, 그 모습이 더럽기보단 수더분하고 정겨웠다. 연락해보니 경기 파주시의 헤이리 마을이었고, 서울에서 멀지 않아서 틈틈이 순이를 보러 갔다.”

-구조된 동물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항상 유기견과 살았다. 이유는 모르지만 길바닥의 유기견들이 항상 엄마에게 다가왔고, 마음이 약한 엄마는 걔들을 데리고 왔다. 6살 때 처음으로 유기견을 입양했다. 엄마가 2층에서 미술학원을 하는데 1층 비디오 가게가 갑자기 돌보던 요크셔테리어를 못 키우겠다면서 떠넘기더라. 내 나이 6살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우리 가족은 그 아이를 쭉 키웠다. 그땐 마당 있는 집이었고 항상 강아지가 두 마리씩 있었다. 나중에 독립해서도 강아지와 함께 살고 싶었다.”

"바깥 세상이 낯설어요" 2018년 구조 당시 1살 순이의 모습. 개농장의 좁은 닭장에서 평생 길러졌다. 본인 제공

"이렇게 사랑스러운 걸 순이도 알까요?" 장희령과 3살 반려견 순이.

-입양하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2년 전 입양을 마음 먹고 펫샵부터 유기동물 보호소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 수십 마리의 개를 만났는데 눈빛만 보면 그냥 다 데려오고 싶더라. 하지만 순간적인 감정으로 데려오면 안되니까…. 한 아이를 한번, 두번 자꾸 만나봤다. 펫샵 강아지들은 너무 귀엽지만 생명을 돈주고 산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어릴 적 나와 함께 자란 유기견들, 버려졌지만 예쁜 얼굴들이 생각났다. 그래서 유기견들을 만나러 다녔다. 그저 착했으면, 제가 공동주택에 살다보니 너무 많이 짖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다 순이를 만났다. 어느 공장 공터에 마련한 임시보호소에서 만났는데, 이름처럼 순하고 애교도 적당했다. 솔직히 첫눈에 쏙 반했지만 입양을 쉽게 말하지 않았다. 두 번 더 만나 산책도 해보면서 입양을 결정했다.”

"천재견이랍니다~" 반려견들은 보호자는 호흡을 맞추면서 큰 성취감을 얻는다. 앉아는 물론 가르치기 어려운 장군, 인사, 코대기까지 보여주는 순이와 배우 장희령. '앉아, 장군, 안녕하세요, 코, 돌아' 등)을 무리 없이 해내는 순이의 모습

-입양하고 나서 잘 적응했는지

“처음에는 낯가림이 심했다. 브이로그에도 소개했는데 특히 남자들을 무서워했다. 이 시기에 파양하는 분들도 있는데, 개를 입양하고서 너무 급하게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새로운 집과 산책길에 개들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니 두 세달만 기다려달라. 적응을 마친 순이는 진짜 똑똑했다. 그 좋아하는 간식을 늘어놔도 내가 줄 때만 먹었다. TV를 옆에서 같이 보는데, 다른 동물을 보고 ‘귀여워’라고 감탄하면 화면으로 달려가서 으르렁거린다. 귀엽다는 말은 자기한테만 하라는 거다. 완전 사람같다. 딱한 게 있다면 야외 배변밖에 안 한다는 점이다. 실내에서는 절대 볼일을 안 보는 아이라서 비나 눈이 와도, 태풍이 몰아쳐도 매일 밖에 나가야 한다. 볼일을 참으려면 얼마나 괴로울까, 그걸 생각하면 미안하다.

“이렇게 귀여운 생명이라니…순이 만나고 제 삶은 달라졌어요”

-연예인은 일정이 불규칙한데 돌봄에 어려움은 없나

“저희 일이라는 게 바쁠 땐 한없이 바쁘다. 다행히 언니가 가까운 곳에 사는데 규칙적으로 출퇴근해서 순이를 번갈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언니도 일정이 있는 날에는 순이가 좋아하는 애견호텔에 맡긴다. 또 얘가 차를 오래 못 타서 스케줄을 함께 할 수 없다. 한번은 서울 한남동에서 잠실까지 순이와 가는데, 구토를 다섯 번 했다. 그 와중에도 비닐봉지를 입에 대줄 때만 토해서 기특했지만, 힘들어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순이를 입양하고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 없다. 너무 천사가 나한테 왔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순이를 안고 잠들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이렇게 귀여운 생명이 있을까. 얘는 자기가 귀엽다는 걸 알까. 순이를 만나고 제 삶은 달라졌다. 만난 이후의 삶이 훨씬 풍성하고 행복하다.”

순이는 몸무게가 많이 나갈 것 같지만 9kg밖에 안 된다. 살찐 게 아니라 털찐 것이라고. 본인 제공

-틈틈이 유기동물 보호소를 돕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년 여름 어느날 밤이다. 드라마 배우인 윤박 오빠가 전화하더니 ‘나 내일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가려고. 너도 갈래?’ 묻더라. 바로 오케이했다. 경기 안성에 있는 평강공주 보호소인데 2층 건물에 보호하는 동물은 500마리가 넘는 엄청 큰 곳이다. 그런데 재작년에 불이 나서 많은 동물이 죽고 다쳐서 안타까웠다. 봉사활동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 수십 개의 견사에서 신문지로 끙쉬(배설물)를 치우고 락스로 깨끗이 닦은 뒤, 동물들에게 사료와 물을 줬다. 비위가 약한 편인데 악취가 심해서 계속 구역질이 났다.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더라. 시간이 지나니까 코가 마비되더라. 배설물이 다 치워진 시설물을 보니 너무 뿌듯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10만 마리씩 버려진다. 그 현실을 바꿀 힘은 없지만 방치할 수는 없다. 불쌍하고 사랑이 많은 그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다.”

2018년 겨울, 화재가 발생한 경기 안성시 평강공주보호소의 모습. 동물보호단체 행강

경기 안성의 유기동물 보호소인 평강의집에서 봉사활동 하는 배우 장희령. 장희령 인스타그램

-동물 문제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최근 눈여겨 본 문제는

“며칠 전 유튜브에서 아쿠아리움에 갇힌 벨루가 고래들을 봤다. 나이 든 벨루가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방송 장면인데 잔잔한 노래가 나오면서 ‘이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자막이 나왔다. 글쎄? 나이가 드니까 버리는 건데 TV에서 너무 미화하는 것으로 봤다.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절대 전시된 동물을 소비하지 않을 것이다. 또 관점이 다른 분들이 있어 조심스럽지만 실내동물원이 제일 잔인하다고 본다. 좁은 곳에 갇혀 사는 동물은 얼마나 답답할지, 그걸 만져보는 건 애들에게 무슨 교육이 될까. 인간의 이기심 아닐까.”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김남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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