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의 억지 덕분에 5·18 진실이 빛을 보게 됐다”

연합뉴스

사자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전두환(89)씨의 1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를 다시 법정에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한 김정호 변호사는 “전두환이 역사 왜곡을 위해 진실을 끝까지 부인하고 억지 주장을 한 덕분에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은폐돼 있던 증거와 진실이 빛을 보게 됐다”고 평가했다.

전씨를 고소한 조영대 신부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 변호사는 29일 “전씨가 적극적으로 왜곡에 나서지 않고 최소한 침묵이라도 했다면 진행되지 않았을 재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씨의 회고록에는 북한군 개입이나 교도소 습격 등 수십 가지 허위 사실이 적혀 있다”며 “이 가운데 헬기 사격 허위 주장이 유일하게 피해자(고 조비오 신부)가 특정돼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식적으로는 개인의 명예훼손을 가려 전씨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재판이지만, 본질적으로는 1980년 5월 항쟁 기간에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역사적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명예훼손 판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5·18 기간 중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미완의 진상규명이 과제로 남아있는 현재 시점에서 전씨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통해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상징적인 재판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군 공식 기록으로 헬기 사격과 관련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는 문제가 될만한 주요 증거들을 전씨 등 정권 책임자들이 충분히 은폐하고 조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신 보안사가 비밀리에 관리한 기록이나 (은폐에 앞장선) 511 연구위원회 내부 문서를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이 구형에서 밝힌바 같이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는 사람을 조롱하는 것을 두고 표현의 자유나 역사 상대주의, 실증주의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며 “또 정파·정치적인 이해관계로 과거의 아픔을 다시 현재로 소환하는 나쁜 정치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인 조비오 신부의 조카이자 고소인인 조영대 신부는 “전씨는 존경받는 성직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광주시민과 5·18을 기억하는 국민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며 “진심으로 사죄를 해도 모자란데 뻔뻔하게 계속 진실을 왜곡하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판부는 역사적 단죄를 내린다는 생각으로 엄벌해 역사와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30일 광주지법에서 열린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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