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0월 자살자 5년 만에 최고…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코로나 블루’

여성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타격 커


일본의 10월 자살자가 2100명을 넘어서며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의 전체 코로나19 사망자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 더 많다. 전문가들이 경고해온 코로나19 팬데믹의 정신·심리적 충격파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한 일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본의 자살자 수는 전월 대비 300여명 증가한 2153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5월 이후 5년5개월만에 최고 수치다. 전날 기준 올 한 해 동안 코로나19로 사망한 숫자인 2087명보다도 많다.

CNN은 대규모 실직과 사회적 고립, 심리적 불안이 세계적으로 사람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팬데믹이 불러온 ‘코로나 블루’가 사람들을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CNN은 일본의 높은 자살률이 과도한 노동시간과 학업 부담, 사회적 고립 등 고질적인 문제에 의해 쌓아 올려진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문제들로 이미 심각한 수준에 있던 자살률을 팬데믹이 다시 수면 위로 끌어냈다는 것이다.

특히 보건재난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들의 죽음이 일본의 높은 자살률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까지 전체 자살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절대적 숫자는 남성에 비해 적었지만 팬데믹 시기를 맞아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재팬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여성의 지난 10월 자살률은 작년 동기 대비 82.6% 늘었다. 남성(21.3%)에 비해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비율이 4배가량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CNN은 여성의 고용 불안정이 자살률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숙박업과 식료품업, 소매업, 서비스업 등 업계에서 여성 비율이 높은 만큼 실직이 더 잦다는 설명이다. 비영리 구호기구 ‘케어’가 일본 성인 남녀 1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여성 4명 중 1명 이상이 팬데믹을 겪으며 정신 건강이 악화됐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CNN은 “일본인들 사이에 외로움과 우울감을 토로하는 건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면서 “개인의 슬픔과 약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살의 사회적 영향을 연구하는 미치코 우에다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은 코로나19에 타격을 덜 받아 국가 봉쇄조치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한 번도 시행하지 않는 등 외국에 비해 매우 양호한 상태”라며 “그럼에도 자살자가 이렇게 크게 증가했다는 건 다른 나라에서는 상황이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