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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과학자 암살… 바이든 중동 구상 재뿌리기였나

유력 배후로 이스라엘 지목
이란 핵합의 복원 저지 목적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에 항의하는 이란 시민들이 28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 모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사진에 불을 붙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7일(현지시간) 이란 핵 개발을 이끌어온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암살 당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중동 구상이 시동을 걸기도 전에 꼬이게 됐다.

이란 당국은 이번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18년 직접 파크리자데를 국가의 첫번째 적으로 꼽으며 그의 이름을 기억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28일 미 관료들은 암살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해명없이 침묵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전부터 공언했던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 내부 강경파는 사건 직후부터 “이스라엘이 암살을 주도했고, 미국 역시 책임이 있다”며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미 행정부 교체 시기에 조성된 관계 개선 기대감이 일순간에 깨져버린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이란 핵 개발 저지가 이번 암살의 목적으로 보이지만, 진짜 의도는 미국과 이란 사이 대화 자체를 막으려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에서 핵 비확산을 담당했던 전직 관료 마크 피츠패트릭은 27일 트위터에 “파크리자데를 암살한 이유는 이란의 전쟁 잠재력을 방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외교를 방해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7월 이란이 핵사찰을 받는 대가로 대(對) 이란 경제 제재를 푸는 핵합의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5월 이를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시아파 맹주 이란의 미사일 및 핵개발을 가장 큰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며 ‘이란 고립’을 핵심 대외정책 기조로 삼는 이스라엘은 그간 트럼프 행정부에 보조를 맞춰왔다. 트럼프 정부의 지원 하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과 손을 잡아 이란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해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고 대 이란 제재를 푸는 것은 이스라엘로서는 악재다. 영국 BBC방송은 “이스라엘은 바이든 취임 후의 중동 정세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판단 하에 암살 작전으로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이란 내부 반감을 고조시켜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중동 질서를 짜지 못하게끔 훼방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란이 실제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겉으로는 미국을 비난하지만 실제론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의 새 행정부는 분리해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대통령실 직속 연구기관인 전략문제연구소의 호세이니 디아코 선임연구원은 이날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끝나기 전 중동 내 긴장을 고조시켜 이란과 차기 미국 행정부 사이 외교를 더 어렵게 만들고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것이 이스라엘에게 더 중요한 목표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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