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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헬기는 실탄을 쏘았나… 전두환 재판 쟁점 둘

연합뉴스

사자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전두환(89)씨의 1심 선고 날이 밝았다. 2018년 5월 기소 후 2년6개월 만에 이뤄지는 재판 결과에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성립하는 명예훼손죄와는 달리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돼야 한다. 따라서 5·18 진상 규명과도 연결된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그날 헬기 사격, 정말 있었나
가장 중요한 건 5·18민주화운동 기간에 헬기 사격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전씨가 헬기 사격 가능성을 알고도, 다시 말해 ‘조 신부는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이 허위사실임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회고록에 문제의 주장을 실었는지가 중요하다.

전씨 측은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 도심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면 목격자가 훨씬 더 많아야 하고 도로나 광주천에 탄피 등 증거물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은 ▲시민들의 목격 증언 ▲광주에서 가장 높았던 전일빌딩 10층서 발견된 탄흔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군이 1980년 5월 21일 전까지 재량에 따라 사격할 수 있도록 실탄 분배를 했다는 광주 소요사태 교훈집 내용 등을 근거로 반박하고 있다.

전씨를 고소한 조영대(조비오 신부의 조카) 신부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정호 변호사도 “군 공식 기록으로 헬기 사격과 관련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는 문제가 될 만한 주요 증거들을 전씨 등 정권 책임자들이 충분히 은폐하고 조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신 보안사가 비밀리에 관리한 기록이나 (은폐에 앞장선) 511 연구위원회 내부 문서를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맞서고 있다.

전두환의 고의적 역사 왜곡?
5·18 단체와 관계자들은 전씨의 회고록에 역사를 왜곡하고자 하는 고의성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고록 출판 시기가 전일빌딩 리모델링을 앞두고 탄흔이 발견돼 헬기 사격 진상 조사가 재점화된 시기와 일치하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검찰 역시 전씨의 군 수뇌부 내 지위를 생각하면, 그가 헬기 사격을 전혀 모르고 언급했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당시 전씨는 보안사령관 신분으로 12·12사태를 주도하고 5·18을 거쳐 5공 정권을 탄생시킨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 김 변호사는 “전씨가 적극적으로 왜곡에 나서지 않고 최소한 침묵이라도 했다면 진행되지 않았을 재판”이라며 “전씨가 역사 왜곡을 위해 진실을 끝까지 부인하고 억지주장을 한 덕분에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은폐돼 있던 증거와 진실이 빛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씨의 회고록에는 북한군 개입이나 교도소 습격 등 수십 가지 허위 사실이 적혀 있다”며 “이 가운데 헬기 사격 허위 주장이 유일하게 피해자가 특정돼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거짓말쟁이’는 표현의 자유일까
재판 초창기 전씨 측은 회고록 속 ‘거짓말쟁이’는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에 해당하는 문학적 표현이라는 주장도 했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풍자나 비유 방법으로 표현했더라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노력 없이 비방 목적으로 글을 쓰거나 모멸적인 단어를 사용했을 때는 표현의 자유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다. 전씨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앞서 검찰은 전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한 상태다. 이번 재판은 사실상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마지막 사법 처벌이라는 점에서 개인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사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김 변호사는 “형식적으로는 개인의 명예훼손을 가려 전씨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재판이지만, 본질적으로는 1980년 5월 항쟁 기간에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역사적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라며 “미완의 진상규명이 과제로 남아있는 현재 시점에서 전씨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통해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상징적인 재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씨의 1심 선고공판은 30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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