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불출석·골프 논란…‘적반하장’ 전두환 재판 2년반

2017년 출간한 회고록서 조비오 신부 비난 표현
‘사자명예훼손’ 혐의→‘5·18 헬기 사격’ 여부 판단까지
법정증인 34명·재판장 3번째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사자명예훼손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5·18 헬기 사격 목격자인 故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89)씨에 대한 1심 재판은 2018년 5월 기소 이래 30일 유죄가 선고되기까지 꼬박 2년 반이 걸렸다.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전씨의 회고록 내용이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다투기 위해 시작된 이번 재판은 ‘5·18 당시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가 결정적 쟁점으로 떠오르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역사적 의미가 더해진 만큼 재판은 다사다난했다. 긴 재판 기간 속 법원 인사 등이 맞물리며 세 번째 재판장을 맞이했고, 법정에 불려온 증인만 34명에 달했다. 12·12사건과 5·18 내란 살인 및 뇌물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던 전씨는 다시 5·18 관련 형사 재판을 받으면서도 법정에 불출석하고 골프 회동에 나선 장면이 포착되는 등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고소부터 1심 ‘유죄’까지, 끊임없던 논란
연합뉴스


전씨는 2017년 4월 전두환 회고록 ‘혼돈의 시대’를 출간했다. 이 회고록은 이미 법적·정치적 평가가 끝난 5·18민주화운동을 또다시 폭동으로 규정하면서 출간과 동시에 논란을 낳았다. 그 중 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 신부를 ‘거짓말쟁이’라고 한 표현이 문제가 됐다. 조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그달 27일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 모두 전씨의 비협조 속에 순탄치 않았다. 광주지검은 고소장이 접수된 지 9개월이 지난 2018년 1월 회고록 집필자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전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시도했으나 그는 2월과 3월 두 차례 모두 불응했다.

그해 5월3일 검찰은 전씨를 불구속기소 하고 광주지법은 형사8단독에 이 사건을 배당했지만 전씨는 이에 대해 이의를 신청했다. 서울에 사는 전씨는 고령과 재판 관할권을 이유로 서울에서 재판을 받겠다며 재판부 이송 신청을 냈다.

이 신청이 2018년 7월 11일 열린 첫 공판 준비기일에서 기각되자 전씨는 두 차례 공판 기일을 연기했고 8월에 열린 1차 공판에도 건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는 또다시 서울로 관할 이전 신청을 했다. 이 신청 역시 기각됐으나 재판은 또다시 미뤄졌고 이듬해 1월 열린 2차 공판에도 전씨는 독감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형사 재판에는 피고인이 출석해야 하는 만큼 당시 재판장이었던 김호석 판사는 다음 재판에도 나오지 않으면 강제로 출석시키겠다는 구인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다음 달인 지난해 2월 법원 정기 인사로 재판장이 교체됐다.

2019년 3월 11일 전두환씨가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뒤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이후 지난해 3월11일 열린 3차 공판에서야 전씨는 법정에 모습을 나타냈다.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출석했던 그는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왜 이래”라며 고함을 치는 등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9년3월 11일 전두환씨가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가운데 한 유가족이 전 씨의 차량이 법원을 빠져나가자 절규하고 있다. 뉴시스

2019년 3월 8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11일 열릴 예정인 피고인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재판 방청권 추첨을 하기 위해 시민들이 추첨 장소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새 재판장인 장동혁 부장판사는 3차 공판에서 출석하지 않겠다는 전씨의 요구를 받아들여 불출석을 허가했고 지난해 5월 4차 공판부터 지난 9월까지 증인 신문 등 본격적인 재판 심리가 진행됐다.

그러나 건강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을 허가받은 전씨는 지난해 11월 강원도 홍천에서 골프를 치는 장면이 포착돼 또다시 논란을 낳았다. 이어 지난해 12월 12일 12·12 가담자들과 오찬 회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또 한 번 비난 여론이 이었다.
2019년 11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서대문구 구의원인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 측이 촬영한 영상 속 한 장면. 정의당 제공

2019년 12월 12일 전두환씨가 12·12 군사반란에 가담했던 인물들과 서울 강남의 고급 음식점에서 기념 오찬을 즐기는 장면을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가 공개했다. 정의당 제공

이에 검찰은 전씨의 불출석 허가 취소를 검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장 부장판사는 불출석 허가를 유지했다.

변수는 또 등장했다. 장 부장판사가 올해 1월 초 사직하고 고향인 대전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4·15 총선에 출마했다 낙마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새로 부임한 김정훈 부장판사가 세 번째 재판장으로 심리를 이어갔다. 재판장이 바뀌면서 전씨는 지난 4월 27일 12차 공판에서야 두 번째로 출석했고 이날 선고일 세 번째로 법정에 등장했다.

다시 확인받은 ‘5·18 헬기 사격’

이 사건이 배당된 재판부는 형사 단독 재판부다. 합의부가 아닌 단독 재판부에 배당되는 사건은 통상 상대적으로 사안이 덜 복잡한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2년 반에 걸쳐 세 차례의 공판 준비기일과 18차례의 공판기일이 열렸다. 모두 14번의 증인신문 기일에 출석해 법정에 선 증인만 34명에 달한다.

사자명예훼손 혐의 특성상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입증돼야 하는데 ‘조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한 전씨 주장이 사실이려면 ‘5·18 기간 광주 시내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의 사실 여부를 다퉈야 하는 문제가 됐다. 역사적 판단을 함께 다뤄야 하는 만큼 쟁점을 둘러싼 공방은 첨예하게 이어졌다.


전씨 측은 재판 시작부터 '헬기 사격설'에 대해 광주 도심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면 목격자가 훨씬 더 많아야 하고 도로나 광주천에 탄피 등 증거도 남아 있을 텐데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헬기에서 단 한 발의 총알도 발사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전씨 역시 지난 4월 법정에 출석했을 당시 “내가 알기로는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검찰과 조 신부 유족 등은 이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광주에서 가장 높았던 전일빌딩 10층 탄흔을 두고 헬기 사격 상황이 유력하게 추정된다고 감정한 점,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가 군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공식 확인한 점을 토대로 '5·18 헬기 사격'은 새롭게 규명해야 할 논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재판 과정에는 20여명의 직접 목격 증인이 법정에 섰다. 광주 소요사태 분석 교훈집에 나온 탄약 소모 상황 등 헬기 사격 정황을 뒷받침하는 군 기록 등도 등장했다.

30일 광주지법은 전씨에 대한 유죄 판단을 내리면서 “1980년 5월 21일 500MD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5·18 당시 시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결론이 사법 기관에서도 한 번 더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전씨 역시 미필적이나마 5·18 헬기 사격 인식했을 것”이라면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실망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이놈아” 고함친 전두환, 선고 시작되자 ‘꾸벅꾸벅’
故조비오 신부 조카 “전두환 유죄, 사필귀정…형량 아쉬워”
“헬기사격 있었다” 40년만에 확인…전두환, 사자명예훼손 유죄
그날 헬기는 실탄을 쏘았나… 전두환 재판 쟁점 둘
심판의 날…전두환 ‘5·18 헬기 사격’ 오늘 1심 선고
전두환, 자택 출발…“사과하라” 요구에 “시끄럽다 이놈아”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