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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부정한 표현, 처벌된다’ 전두환 유죄판결 의미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고(故)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의 ‘5·18 헬기사격 부인’ 유죄 판결은 공식적이고 근거 있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표현에 사법부가 정면으로 제동을 건 사안으로 평가된다.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 한 이번 판결은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제시하는 이정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5·18왜곡처벌법’에 사법부가 길을 터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30일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고(故)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선고공판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명확하게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공중 헬기사격 실체를 인정했다. 전 전 대통령은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조 신부에 대해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적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은 형식적으로 조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재판이었지만, 5·18 헬기 사격 여부를 사법부가 판가름하는 자리로 받아들여졌다.

핵심 쟁점은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 여부였다. 재판부는 1980년 5월 21일과 27일 각각 500MD 헬기와 UH-1H 헬기의 광주 도심 사격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목격자와 수사기관 종사자,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의 진술과 국립과학수사원의 전일빌딩 탄흔 감정 결과를 근거로 삼았다.

전 전 대통령이 헬기 사격 사실을 알고도 조 신부를 ‘거짓말쟁이’로 표현했는지도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5·18 당시 지위와 행위 등을 종합하면 전 전 대통령이 미필적이나마 헬기 사격이 있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봤다.

아울러 전 전 대통령과 조 신부 표현의 자유를 저울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회고록은 자신에 대한 (과거) 확정판결을 반박하려고 작성됐다”며 “피고인의 표현의 자유가 조 신부의 표현의 자유보다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전 전 대통령은 선고공판에서조차 반성하는 모습을 한 번도 내비치지 않았다. 오전 8시 42분쯤 부인 이순자(82)씨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온 그는 광주로 향하는 승용차에 올라타기 전 자신 향해 소리치는 시위대에게 “말 조심해 이놈아”라고 했다.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5·18 책임을 인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법정에 들어서선 시종일관 졸았다. 선고 직전 잠시 고개를 들었지만, 선고가 시작되자 다시 눈이 감겼다. 법원을 나서서는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자리를 떴다.

이번 판결로 민주당의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추진은 힘을 받게 됐다. 이 법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표현·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재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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