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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제공이냐, 투기 조장이냐… 재테크 예능의 명암

‘개미는 뚠뚠’ 등 경제 예능들, 재테크 문턱 낮춰
타깃은 2030… ‘내 집 마련’ 등 불확실한 미래 고민 많아
수익 지향 보다 교육에 방점찍어야

카카도TV '개미는 뚠뚠' 중 한 장면. 화면 캡처

“매수는 과학이요, 매도는 예술이다”를 외치는 카카오TV의 야심작 ‘개미는 오늘도 뚠뚠’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한 출연자가 주식 화면 창을 보고 환하게 웃자, 주식 전문가가 말한다. “그거 (돈) 번 거 아니에요. 그게 15분 지연 시세거든요. 15분 후에는 이 가격이 떨어져 있을 거예요.” 미국 주식의 경우 15분 전의 시세가 주식 창에 반영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초보 투자자를 일컫는 말)의 흔한 시행착오를 짚어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SBS '돈워리스쿨', KBS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 MBC '돈벌래', EBS '쩐문가들'. 화면 캡처

올해는 재테크·부동산·주식 등을 다룬 경제 예능의 호황기였다. 예능의 문법으로 경제 정보를 쉽게 전달하면서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다. 재테크에 관한 관심은 경제난 등 사회적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이전에도 경제 예능이 여러 편 론칭되긴 했지만 파격적인 흥행은 드물었다. 2017년 ‘김생민의 영수증’ 등이 반짝 화제를 모았던 게 사실상 전부다.

올해 흥행한 경제 예능의 특징은 타깃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초보 주식 투자자나 신입사원 등 2030세대를 집중 공략했는데, 이들은 최근 부동산대란 등 사회 침체기로 내 집 마련 같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특히 짙게 하는 집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욜로(You Only Live Once·현재의 행복을 중시해 소비하는 태도) 트렌드가 이들 세대의 또 다른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재테크에 부쩍 관심이 쏠렸다. 꼭 필요한 경제 정보에다 2030세대 문화인 B급 유머 코드까지 잡았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수익 지향보다 교육에 방점 찍어야

카카도TV '개미는 뚠뚠' 중 한 장면. 화면 캡처

카카오TV의 ‘개미는 오늘도 뚠뚠’은 경제 예능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보여준다. 대상은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주린이다. 론칭 전 손실 위험이 있는 민감 정보를 다루다 보니 노골적인 요소가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수익보다 교육에 방점을 찍으면서 우려를 불식시켰다. 박진경 CP는 앞선 간담회에서 “상표명을 직접 얘기할 수 없는 등 제작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다만 촬영과 방송 날짜에 기간을 두고 있어 수익의 민감성보다 교육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얼마 전 방송에서는 세계적인 OTT 기업 넷플릭스가 화두였다. 전문가는 최근 주가 움직임을 보도록 했다. 지금의 독주 체제가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곧 출범할 또 다른 OTT 디즈니플러스를 언급했다. 그가 넷플릭스보다 IP(지식재산권) 면에서 우세한 디즈니플러스의 흥행을 예측하자, 또 다른 전문가는 디즈니의 경우 가장 큰 수입원은 디즈니랜드와 영화인데 코로나19 여파로 두 사업 모두 바닥을 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반등 가능성까지 함께 제시하면서 시청자의 결정 폭을 넓혔다. 이렇게 주식 전문가가 여러 관점에서 특정 기업을 분석하면, 선택은 시청자 몫이 된다. 단순히 특정 기업의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매수 전 선행해야 하는 기업 분석 단계에서의 사고 과정을 일러주는 형태다.

올해 방송한 신입사원의 재테크 고민을 다룬 SBS ‘돈워리스쿨’과 경제적으로 미성숙한 어른들에게 돈 관리 비법을 전수한 KBS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도 2030세대를 타깃으로 삼았었다. EBS ‘쩐문가들’은 예능의 문법을 가져와 젊은 시청 층을 확보했다. 무심코 지나쳤던 요소들을 경제적 관점에서 해석하는데, 지난 10월 이달의 PD상 심사위원회는 “경제에 관심 없는 시청자도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MBC와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는 부동산 예능 ‘빈집살래’를 선보이며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삼는 젊은 층에게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기존 프로그램들이 좋은 집에 관한 단편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면, 빈집살래는 리모델링이라는 현실적 대안을 제공한다.

정보 제공과 투기 조장 적정선 고민 필요

MBC '돈벌래' 중 한 장면. 화면 캡처

돈이라는 예민한 정보를 다루다 보니 그림자도 길다. 지난 9월 방송한 MBC ‘돈벌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전문가와 함께 부동산 호재지역을 돌아다니며 시청자 대신 발품 팔아주는 콘셉트였는데, ‘교양 있는 부동산 예능’을 표방했으나 결과적으로 ‘그래서 사야 하냐’ ‘대체 얼마가 오르냐’ 같은 원색적인 메시지만 남겼다.

돈벌래는 당초 4부작 파일럿으로 예정됐으나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난 여론에 부딪혀 2부작으로 종영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투기 조장 정보를 무책임하게 보도하면서 박탈감을 안겼다는 이유로 행정지도를 내리기도 했다.

정보 공급자가 단정적인 주입 방식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는 앞선 테슬라 주가 폭락 사태로 설명할 수 있다. 지난 9월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신기술 설명회 ‘배터리 데이’ 직전까지 국내 경제 프로그램을 비롯해 주식 콘텐츠를 취급하는 유튜브 등에서 앞 다퉈 테슬라를 인기주로 꼽았다. 하지만 신기술 발표 직후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주가가 10% 이상 곤두박질쳤다. 당시 국내 투자자 손실액을 합치면 약 4700억원 정도였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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