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어린이에 칼 겨눈 호주군’ 中외교부 대변인 트윗 후폭풍

호주 총리 ‘가짜 사진’ 사과 요구
中외교부 “범죄 저지른 건 호주” 거부
코로나19 기원 조사 이후 갈등 악화일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30일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 자오 대변인은 호주 군인이 섬뜩한 표정으로 아프간 어린이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그림과 함께 “호주 군인들이 아프간 민간인과 포로를 살해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이런 행위를 강력히 비난하며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자오리젠 대변인 트위터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놓고 틀어진 중국과 호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올린 만화 한 컷이 기름을 부었다. 호주군의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살해를 섬뜩하게 묘사한 이 그림에 호주 총리가 나서 사과를 요구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거부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0일 트위터 계정에 호주 군인이 새끼 양을 안고 있는 아프간 어린이의 얼굴을 뒤로 젖힌 채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그림을 올렸다. 바닥에는 호주 국기 아래 아프가니스탄 국기가 깔려 있고 “두려워 하지마. 우리가 평화를 가져다 줄게”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자오 대변인은 “호주 군인들이 아프간 민간인과 포로를 살해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는 이런 행위를 강력히 비난하며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자오 대변인의 트윗 저격은 호주군이 지난 19일 공개한 아프간 전쟁범죄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호주군은 보고서를 통해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아프간에 파견된 특수부대원들이 23차례에 걸쳐 포로와 민간인 39명을 불법 살해하고 이를 은폐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특수부대 신참 병사의 사살 훈련을 위해 죄수나 포로를 쏘게 하는 ‘블러딩’ 의식이 진행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호주군의 아프간 민간인 살해 의혹은 전직 법무관인 데이비드 맥브라이드가 군 비밀 문서를 방송사에 제보하면서 알려졌고, 호주군은 2016년 아프간 전쟁범죄 특별조사관을 임명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지난 30일(현지시간) 수도 캔버라의 총리 관저에서 화상으로 의회에 출석해 하원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자오 대변인 트윗에 대해 “가짜 사진”이라며 공식적인 사과와 해당 글 삭제를 요구했다. 모리슨 총리는 “중국은 이 만화에 대해 모멸감을 느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아프간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것은 호주”라며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화 대변인은 “호주 군인은 14살짜리 아프간 남자 어린이의 목을 벤 뒤 강에 던지고 신병에게 사격 연습을 하도록 했다”며 “호주 정부가 할 일은 살인자를 처벌하고 아프가니스탄 국민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화를 그린 우헤칠린도 1일 중국 관변 매체인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그림은 창작품이지만 실제 사건에 기반하고 있다”며 “호주 총리의 분노는 자오 대변인이나 내가 아니라 아프간에서 범죄를 저지른 호주 군인에게 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호주는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하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세대(5G) 네트워크 사업 참여를 막으면서 관계가 얼어붙었다. 호주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포위망 ‘쿼드’(4자 안보협의체)에도 참여하고 있다.

호주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은 호주산 소고기와 보리, 와인 등의 수입을 금지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기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섰다. 중국이 최근 호주산 포도주에 반덤핑 판정을 내려 수입을 틀어막자 호주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