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면 대가로 돈 받았나… 자녀·측근 사면 궁리도

커지는 ‘대통령 사면권’ 공정성 논란

트럼프 일가

대통령 사면권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에 앞서 자녀들 및 최측근 루디 줄리아니를 사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미 언론들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방검찰은 트럼프 백악관이 대통령 사면을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셀프 사면 논란이 대통령 사면 제도에 대한 공정성 논란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참모진들과 장남 도널드 트럼프 2세, 차남 에릭 트럼프, 딸 이방카 트럼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가족들 그리고 줄리아니를 선제적으로 사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선제 사면이란 향후 기소 및 유죄 판결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광범위하게 대통령 사면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미 헌법상 대통령은 연방 범죄로 기소된 이들을 사면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두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주 그의 개인 변호사를 맡고 있는 줄리아니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트럼프는 차기 정부의 법무부가 자신을 응징하기 위해 자녀들을 수사 타깃으로 삼는 상황을 극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의 자녀들과 줄리아니는 현재 다양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장남 트럼프 2세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스캔들과 관련해 특검 수사를 받았으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악성 정보를 제공한 러시아인들과 접촉했다는 혐의다.

줄리아니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였던 바이든을 흠집내기 위해 그가 부통령 시절 차남 헌터가 근무하던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에 대한 부패 수사를 무마시켰다는 의혹을 재수사하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했다는 혐의다. 군사 지원 중단을 빌미로 우크라이나 측을 위협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외세를 국내 정치에 끌어들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트럼프가 우려하는 에릭과 이방카의 혐의는 불명확하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주검찰 맨해튼지검이 이들이 관여하는 트럼프재단이 수백만달러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지만 대통령 사면권을 적용할 수 있는 연방 차원의 범죄는 아니다.

이 와중에 대통령 사면을 대가로 트럼프 백악관 등에 뇌물이 제공된 정황이 포착돼 미 법무부가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CNN방송 등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검찰은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에게 대통령 사면이나 형량 감면을 해주는 대가로 ‘실질적인 정치 기여’를 제공하려한 뇌물 사건의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사면 대상이 누구인지, 또 대가성 정치기부금 제공 대상이 누구인지는 아직 불명확한 상황이다. 다만 이 같은 의혹이 담긴 20쪽 분량의 법원측 공개 문건에는 이름이 지워진 인물 두 명이 특정인의 사면을 얻어내기 위해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백악관 고위 관료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은 연방검찰이 지난 여름 ‘대가성 사면’ 수사를 위해 한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것이다. 검찰은 이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이 문서에 대한 접근을 요청했고, 법원은 이에 응해 관련자 이름 등 민감한 부분을 삭제한 채 문건의 일부를 공개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몇주 동안 측근과 자녀들에 대한 사면을 어떻게 논의하고 있는 지 보도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대가성 사면 논란이 터졌다”며 “대통령 사면 절차 자체가 이미 부패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